| 읽기·쓰기·셈 ‘뒤처진 아이들’ 방치하는 학교
김소연 기자
학업 성취도를 정확히 진단해 교육격차를 줄이겠다며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최근 전국 단위의 일제고사를 잇따라 부활시키고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 학교에선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습 부진아’를 위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산과 전문성 있는 교사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교육청이나 학교의 지원과 관심도 미흡하다.
수학과목 학습 부진아를 담당하는 인천 ㄱ초등학교 ㅇ교사는 많을 때는 학생 20여명을 가르친다. ㅇ교사는 “전담교사 없이 각 학년(4~6학년) 담임교사 중에서 한 명이 맡기 때문에 부진아 지도는 다들 기피하는 업무”라며 “자기 수업 다하면서 부진아 지도까지 해야 하는데 누가 선뜻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학습부진은 하루 아침에 발생한 것이 아닌데다 가정과 학생, 제도 등 원인이 복잡해 세심하고 전문적인 지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기 ㄴ초등학교 ㅂ교사는 “읽기, 쓰기, 셈하기가 안 되는 기초학습 부진아를 한 학년에 몰아서 지도하는데 형식적으로 이뤄지기 쉽다”며 “한 주에 1시간, 한 학기에 20시간으로는 학습부진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고교로 올라갈수록 상황은 더 열악하다. 서울 ㅇ중학교 ㄱ교사는 “교과가 다르다 보니 담임이 챙겨주기도 어렵고, 학교에서 모아서 지도한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산도 문제다. 서울 ㅅ초등학교는 학습 부진아 지도 비용은 40만원인 반면, 학교운영위원 감사패 비용이 80만원, 운동회 때 교사들에게 제공하는 체육복 구입 비용이 350만원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습 부진아를 위한 예산을 지난해 5억6855만원에서 올해 4억8451만원으로 8천만원 가량을 삭감했다. 반면 영재교육사업 예산은 지난해 59억에서 올해 69억원으로 10억원이나 늘렸다. 서울시교육청도 지난해 학습 부진아 예산을 21억원이나 줄여 교육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인천시교육청의 경우, 올해 학습 부진아 예산은 4억원에 그친 반면, 영재교육에는 4배가 넘는 (18 )억원을 책정했다.
교과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 비율을 보면, 읽기 2.4%, 쓰기 2.0%, 기초수학 4.4%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4학년~고교 1학년 가운데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읽기, 쓰기, 셈하기를 못하는 학습 부진 학생은 약 5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박경현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은 “초등학교 단계에서 발생한 교육격차는 쉽게 극복되지 않아 정부가 발빠르게 나서야 한다”며 “학습부진은 단순히 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교육과정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는 만큼 교육·복지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실질적인 예산 등이 뒷받침되려면 정부 교육정책의 우선순위를 학습부진 해결에 둬야 한다”며 “학습 부진아의 학습권을 교육기본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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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교육의 실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