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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1 15:00: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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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계에 ‘촌지 파파라치’ 제도를 만들자(민중의소리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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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에 ‘촌지 파파라치’ 제도를 만들자
[하재근]촌지에 비하면 사교육비 격차를 통한 신분세습은 양반스럽다
하재근(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
고민을 많이 했다. 촌지 파파라치라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너무 비인간적인 것 아닌가? 다른 부문도 아닌 교육 부문에 이런 인간의 존엄성에 위배되는 듯한 제도를 도입해도 되는 것인가?
다른 방법이 없다. 촌지 근절 운동, 의식개혁 운동으로 어느 세월에 이 더러운 껍질을 벗겨내고 우리 공동체가 날개를 펼 수 있단 말인가. 초중등 기간 동안 아이의 신분이 결정되고, 그것의 상당부분이 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에 의해 결정되는 한 금품공세는 피할 수 없다. 금품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갖다 바칠 것이다.
학원 강사는 시장적 합리성에 의해 그것이 바로 몸값과 연동되지만, 시장판이 아닌 학교의 교사에겐 음성적인 촌지나 성과급으로 주어진다. 촌지, 성과급 둘 다 공교육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 둘 중 무엇이 더 나쁘냐 하는 문제는 조금 복잡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성과급보다 촌지가 더 천박하고 저열하다는 것이다.
21세기에 대한민국이 아직도 촌지 문화 하나 근절하지 못하고 쩔쩔맨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부모가 교사에게 돈을 갖다 바치면 즉각 아이들 대우가 달라진다는 후진국스런 얘기를 들은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그것도 교사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물론 일부 사례다. 사회의 부조리를 지적하면서 ‘이것은 일부의 이야기입니다’라고 토를 꼭 달아야 하는 나도 참 딱하다. ‘후진’ 나라에 태어난 ‘후진’ 백성이기 때문이다.
그 모든 후진성이 학교의 촌지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은 사회성을 기르는 첫 단계에서부터 진실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현실이 얼마나 ‘후진’ 지 그 냉혹한 진실 말이다.
내가 아는 사람은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 그리고 4년제 대학에 못 갔다.(대졸자 천지라지만 내 주위엔 그런 사람들 천지였다.) 그 사람의 부모님은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십년이 지나고서도 과거에 담임에게 촌지를 많이 바치지 못한 것을 한탄했다. 마치 본인이 죄라도 지은 듯이 말이다. 이 땅에 그런 부모가 얼마나 많을까?
이 나라가 교육비를 별로 많이 쓰는 나라는 아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휜다.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나라다. 국민들은 공부담 공교육비를 부담하고, 또 사부담 공교육비를 부담하고, 또 공부담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또 사부담 사교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이 어둠에 낀 햇빛에 포착되지 않는 대못 같은 것. 그것이 촌지와 음성적인 상납금들이다.
원칙적으로 국민의 교육비 부담은 공부담 공교육비로 끝나야 한다. 즉 세금 내면 더 이상 신경 쓸 것이 없어야 한다. 물론 가외로 약간 더 들어가겠지만 그것은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어야 한다. 이런 말을 하고 있자니 내가 무슨 신선 나라에서라도 온 것 같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지금 ‘후지다’.
그 ‘후진민국’ 중에서도 가장 ‘후진’ 꽃 중의 꽃이 촌지다. 촌지는 직접적이다. 촌지는 노골적이다. 촌지에 비하면 사교육비 격차를 통한 신분세습은 오히려 양반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촌지는 그 액수에 비례해 직접적으로 꽂힌다.
1대1 촌지만이 문제가 아니다. 관행적으로 학부모들 여럿이서 작당해 돈을 모아 바치는 것도 문제다. 그런 것을 후원금 받듯이 당당히 여기는 일부 학교들은 학교 면허 반납해야 한다.
적어도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그 누구도! 공적인 것 이외의 이유로 학교에게 금품을 갈취당해선 안 된다. 적어도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그 누구도! 금품을 제공해 학교 안에서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의 기회를 짓밟길 기도해선 안 된다. 누군가는 반드시 짓밟힌다. 그것은 당연히 가난한 집 아이순이다. 학교와 학부모가 작당해 가난한 집 아이의 영혼을 짓밟는 것이 비인도적인가, 파파라치 제도가 비인도적인가?
복지사회 핀란드는 한국처럼 악착같이 살지 않는다고 한다. 그 나라의 국민들은 자기 소득의 거의 50%에 달하는 세금을 잘만 낸다. 그 나라 사람들은 양반이고 한국인은 악다구니들만 모였나? 핀란드는 고소득자의 재산과 납세 현황을 투명하게 정리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고 한다. 모두가 감시하는 것이다. 혹시 누가 세금을 떼어먹지는 않는지. 개발지역에 부동산 투기를 하면 즉각 이익을 몰수해버리는 냉혹함과 살벌한 감시망 속에 가장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한다는 복지사회가 이룩된 것이다.
미국식으로 “부자들이여 도덕심을 갖고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다오, 재산을 기부해다오”하는 따위의 너그러움은 설 자리가 없다. 제도로 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제도 중에서도 파파라치 같은 제도는 가장 저열한 것으로 느껴지지만 어쩌겠는가, 한국 사회는 그보다 더 저열한 것을.
촌지문화가 어느 정도 약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좋다. 얼마 전에도 전교조 광주시지부 교사들은 촌지와 금품상납관행을 없애자며 3보1배를 벌였다. 그렇게 해도 주는 사람은 주고, 받는 사람은 받는다. “나쁜 마음은 버리고 착한 마음을 가져다오“ 하는 따위의 읍소가 통하려면 진작에 통했어야 했다.
‘후진’ 현실은 그렇게 우아하지가 못하다. 그렇다면 직접적으로 가격해야 한다. 촌지 파파라치 제도라도 만들어서 학교판에서 금품이 오가는 일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저 유명한 사랑의 예수도 성전에서 금품이 오가는 판에는 채찍을 들었다. 중세엔 신을 섬겼고 근대 이후엔 지식을 섬긴다. 학교는 현대의 성전이다. 당국의 결단이 필요하다.
2006년10월10일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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