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 |
|
 |
 |
|
|
 |
2012-02-19 02:10:22 |
|
|
 고경환 |
 2012_02_12_12_14_18_856.jpg (1.36 MB), Download : 216 |
 2012_02_12_09_47_52_428.jpg (1014.8 KB), Download : 233 |
 철원 두루미생태탐조 기록(자료마당 사진자료 참조) |
|
|
지회 회원들과 회원 자녀들을 모두 합하여 30여 명의 어른과 아이들이 철원의 겨울철새를 보기 위하여 일요일인 2월 12일 이른 아침에 집결지인 의정부 삼성생명 앞에서 모였다. 단체 모임이나 견학을 싫어하는 아들을 몇 주 전부터 설득한 나는 아들과 함께 이번 철원 여행에 참여하였다. 아내도 함께 하고 싶었으나 전국 총회에 참석하느라 1주일 전 일요일에 빠졌던 성당 성가대를 연속하여 빠질 수가 없었다.
대절한 관광버스에 올라 오전 8시 30분 쯤 버스가 출발했고 버스 안에서 지회장님께서 준비해 오신 김밥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했다. 나와 아들은 늦잠 자던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집에서 아침밥을 먹지 않고 나왔었다. 우리 일행이 탄 버스는 철원 고석정에 9시 30분경 도착하였다. 포천을 지나서 가야 하는 철원이 의정부에서 2시간 넘게 걸릴 줄 알았는데 1시간 만에 온 것이다. 10여 년 넘게 의정부에 살고 있지만 철원은 내게 이번 여행이 처음이다. 버스에 내려서 철원이 가까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들은 화장실도 갖다오고 관광 해설사(체험학습 강사)가 올 때까지 철의삼각전적지관광사업소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마침내 관광 해설사인 여자 한 분이 오셨고 흩어져 있던 우리들을 모이게 하고선 곧이어 고석정 쪽으로 안내하였다. 우리들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임꺽정이 관군을 피해 숨어 지냈다는 고석정 바위를 배경으로 첫 사진들을 각자 찍어댔다. 물론 사진기는 대부분이 자신의 스마트폰이었다. 요즘 사진 동호인을 제외하고는 전용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 찍지 않는 것 같다. 고석정 바위 주변은 한탄강 계곡인데 겨울이라 강이 얼었고 얼음 위의 눈이 녹지 않은 상태라 백색의 눈길처럼 눈이 부셨다. 다른 관광객 일부가 얼어붙은 강 위의 눈밭을 거닐고 있었다.
둘러볼 곳이 많아 일정이 넉넉지 않다고 들었다. 고석정에서 잠깐 동안 의적 임꺽정을 떠올리고 나서 우리들은 타고 온 버스에 다시 올랐다. 버스 안에서 해설사는 차장 밖으로 보이는 철원 땅의 특징과 산천에 대해 설명을 계속하였다. 철원 땅은 신생대 시대의 화산활동 지역인데, 용암이 급격하게 분출한 제주도의 한라산과 달리 오랜 기간 서서히 용암이 지표 밖으로 나와서, 현무암의 색깔이 검은색이 아니라 밝은 회색이며 표면에 구멍이 많지 않고 땅이 논농사가 가능한 땅이라고 했다.
고석정을 출발한 버스는 멀리 금학산을 옆에 두고 내달렸다. 궁예가 철원 땅에 궁궐을 지을 때 도선대사가 금학산을 진산으로 하면 궁예의 나라가 1,000년을 지속한다고 하였으나, 궁예가 도선대사의 말을 듣지 않고 고암산을 진산으로 하여 18년 만에 나라가 망했다는 전설이 있다. 어느 정도 버스가 달리고 나니 민통선 안으로 들어간다고 검문소에 정차하였다. 고석정 안내소에서 미리 신청한 신고서를 검문소를 지키는 장병들에게 보이고 다시 출발하였다.
검문소를 지나 이윽고 버스 길 양 옆으로 논밭이 많았는데, 두루미 가족들이 양쪽으로 보이기 시작 했다. 학(鶴)은 두루미의 한자 이름이다.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고 나는 두루미들 향해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그러나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차장 밖의 두루미들을 찍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휴대폰의 줌(zoom) 기능으로 최대한 두루미를 가까이서 찍으려 했는데 사진안의 두루미들이 생각보다 작고 흐릿했다. 해설사는 두루미가 알을 한 번에 두 개 낳는데 부화 성공률이 50 퍼센트라고 했다. 두루미는 가정을 꾸리고 사는데 새끼가 1마리 또는 2마리이므로 두루미들은 두루미 부부를 포함하여 3마리 또는 4마리씩 함께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고 하였다. 두루미 새끼는 알에서 태어난 지 6개월이면 독립하고 참고로 독수리 새끼는 9개월에 독립한다고 같이 설명하였다. 우리 눈에 보이는 두루미는 깃털 색깔이 흰색인 두루미가 많았고 깃털 색깔이 잿빛인 재두루미도 간혹 보였다. 여행 중간 무렵에 해설사는 철원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 토교저수지에 가면 이보다 훨씬 많은 두루미를 볼 수 있는데, 같은 날 토교저수지에서 처음으로 낚시 대회가 열려서 그곳에서 철새들을 볼 수가 없다고 하였다. 그 날 저녁 SBS 뉴스에 토교저수지의 낚시대회를 비판하는 기사가 있었다.
두루미 여행이 끝나고 일행은 제2땅굴을 견학하였다. 제2땅굴 견학부터는 안보관광(?)과 별 차이가 없었다. 제2땅굴 다음에는 동송저수지를 지나 철원평화전망대에서 이번 생태기행에 참여한 모두가 전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철책선(남방한계선?)이 전망대 바로 앞에 있었고 북한 땅인 낙타능선, 평강평야, 고암산(김일성 고지) 등이 철책선 너머로 시야에 들어왔고 북한 초소도 눈에 띠었다. 우리 남한 땅으로는 피의 능선, 백마고지가 고암산 앞 쪽에 위치하였다. 그리고 휴전선에 걸쳐서 남북으로 궁예의 옛 궁궐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전망대 견학 후에는 두루미박물관과 그 옆의 월정리 역사를 둘러보며 사진을 많이 찍었다. 끊어진 철도와 고철로 남은 철마를 바라보며 원산과 함흥을 지나 만주를 거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죽기 전에 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월정리역 다음으로는 철원 노동당사를 들렀다. 월정리역에서 노동당사로 오는 길목은 한국전쟁 전에 철원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으로 근대식 건물이 많았는데 전쟁 중에 거의 파괴되었다.
다시 고석정 안내소로 돌아오니 오후 1시였다. 안내소 주변에 식당이 많아 점심을 해결하러 돌아온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한우가공단지(도축장?) 근처에 우리를 버스가 데려갔다. 독수리 떼가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논밭에 많이 모여 앉아 있었다. 도축장에서 한우의 내장을 독수리 모이로 준다고 한다. 독수리들을 구경한 후 마지막 일정으로 철원을 떠나 연천의 역고드름 현장으로 출발했다. 연천에 도착하기 전 버스 안의 우리들은 많이 지쳐있었다. 역고드름 안내표지판에서 역고드름이 있는 터널까지는 좁은 길이라 버스에 내려 600 미터를 걸어서 갔다. 역고드름 터널 앞에 도착한 우리들은 4~5 미터 크기의 고드름을 보며 함성을 질렀다. 피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터널 안쪽에서는 전문 사진작가들 몇몇이 예술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고드름을 구경하고 사진 찍는 우리들이 그곳을 떠날 때까지 작업을 잠시 쉬는 듯했다. 석회암 동굴처럼 자연 동굴 속의 역고드름을 상상했었는데 와보니 햇볕이 들지 않는 북쪽 방향의 터널 입구에 역고드름이 기다랗게 자라 있었다. 역고드름이 생기도록 일부러 인공 동굴인 터널을 만들 리가 없어 터널 입구의 역고드름은 수수께끼다. 들어보니 일제 시대에 철도공사하다 중단된 터널이라고 한다. 역고드름 관광을 끝으로 기다리는 버스에 돌아와 의정부로 출발하였다.
처음 출발 장소인 의정부시내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0분이었다. 가까운 철원지역 관광인데도 아침 일찍 떠나 다시 돌아오는데 하루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다. 포천도 공기가 맑고 자연환경이 좋지만 공장이 많이 들어서서 도농지역이 되었다. 철원은 북한과 접경 지역이라 군사시설이 많고 공장이 없는 인상을 받았다. 인구도 농민이 가장 많다. 만일 농촌에서 땅을 일구며 생태주의를 실천하다면 추운 것 빼고 철원에서 사는 것도 좋을 듯싶다. 겨울철새들이 시베리아의 추위를 피해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지내는 곳이니 철원이 청정 지역이라는 것은 철새들이 보장한다. 철원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이 가장 추운지방인데 여행 내내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 날까지 중부지방에 맹위를 떨치던 추위가 여행 당일 풀렸다는 소식이다. 모처럼 따뜻해진 겨울날 아들과 즐거운 여행을 한 듯싶다. 아들 녀석도 좋은 구경했다는 기색이다. 철원은 역사 유적지와 휴식을 취할 만한 자연환경이 많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오고 싶다.
|
|
|
|
|
|
|
|
132
7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