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회를 위한 교육
노 현경 인천시교육위원회 부의장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들에게 전국단위 일제고사를 치르게 하고, 이 일제고사가 학습부진 학생을 최소화하고 학력격차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고사에 의해 평가된 학습부진학생은 항상 ‘상대적’으로 있기 마련인데, 이것을 어떻게 해소하겠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이 2010년 실시되는 학교별 성적공개와 맞물리면 학교와 학생 서열화는 피할 수 없어지고, 이로 인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지금도 가정 경제의 어려움으로 생활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더욱 깊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신이 왜 그래야 되는지도 모르고 학교에서 학원으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지친 몸을 이끌고 지금보다 더욱 심하게 집밖으로 내몰리게 된다. 학부모와 학생은 이제 모두 성적과 시험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국어·영어·수학 문제의 정답을 잘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의 목적인가. 이들 과목의 시험을 좀 더 잘 보기 위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달달 외우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 훌륭한 교육인가. 교육이 진정 이러한 것이라면 국어·영어·수학 풀이의 달인을 만들 수는 있지만, ‘된 사람’을 만들기 위한 인성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진정 교육을 걱정한다면 나쁜 심성을 가진 국·영·수의 달인이 사회의 지도층이 되었을 경우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일제고사에서 국·영·수 달인이 된 학생 수가 많아졌다고 해서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의무 교육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절대 그럴 수는 없다.
헌법에 명시된 의무 교육의 목표는 바른 심성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사람, 이성이 통하는 사람,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을 만드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래야 나라가 좀 더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사회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것이 기초가 되어 경쟁을 한다면 권모술수의 경쟁은 줄고 정의롭고 합리적인 경쟁이 많아질 것이다.
과거 조선시대에도 교육이 올바른 언행을 가르치는 대신에 오직 ‘출세’의 수단으로만 전락되었다. 이것은 당시 사회적 큰 병폐였다. 어떤 서원(지금의 사립대학과 유사함) 출신인가에 따라 당파가 갈리고 출세의 길이 달라져 끝없는 당파싸움의 화근이 되었다. 이에 대해 율곡은 이렇게 비판했다.
“비록 천리(天理)를 통하는 학문과 인간에 뛰어난 행실이 있어도 과거시험이 아니면 출세하여 도(道)를 행할 수 없으므로, 아비가 자식을 가르치고 형이 아우에게 권하는 것이 과거시험 외에는 다시 다른 방법이 없으니, 선비 풍습의 버려짐이 이 과거시험 때문이다.”
율곡의 이러한 비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필요하다. 우리의 교육이 일제고사라는 교육의 극히 일부분만을 평가하여 전국의 모든 학생들의 서열을 정하고, 국·영·수의 달인이 된 학생만이 출세의 길로 가게 만든다면, 율곡의 책망을 다시 받아 마땅하다. 왜 아직도 조선시대의 병폐를 벗어 던지지 못하고 계속 반복하고 있는가
진정 교육의 발전을 위한다면 획일적 일제고사로 학생들의 교육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제대로 된 교육이라면, 학생들의 정의감을 북돋우고 삶의 가치를 바로세우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과부가 제대로 된 교육을 원한다면 학생들을 국·영·수의 달인으로만 만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되고, 선한 심성을 가진 학생의 수가 많아지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제 조선시대의 나쁜 교육관습을 버릴 때가 되었다. 올바른 교육이란 훌륭한 인간을 키우는 것이다. 훌륭한 인간이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인간이지 국·영·수 풀이만 잘하는 기계 같은 인간은 아니다. 올바른 교육철학 없이 지금과 같은 일제고사만 주장한다면 교과부 장관은 더 이상 교육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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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회를 위한 교육(인천신문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