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
민주사회의 꽃은 선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까닭은 선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하고 유권자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과정에서의 불법·편법 시비는 끊임없이 발생해 왔다. 그래서 선거문화를 바꿔야 한다거나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선거는 학교의 기본목표인 ‘교육적’이어야 한다.
올바른 선거 교육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사람은 교육청과 학교 당국일 것이다.
아이들 반장선거 뿐 아니라 학교운영위원회 선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거는 공정하고 깨끗한 ‘교육적 선거’가 돼야 한다. 하지만 일부 학교의 아이들 선거가 어른 선거 뺨칠 정도로 혼탁해져 가는 것도 어찌보면 어른인 우리 잘못 아닌가. 우리가 잘못 가르치고 제 욕심에 이끌려 혹은 내 자식만 생각하는 이기심으로 몰아세우는 데서 비롯되지는 않았을까.
학운위 선거 양상은 더욱 기막히다. 학운위는 학교운영에 학부모, 교원, 지역위원이 함께 참여해 학교정책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역실정과 학교특성에 맞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실현해 보자는 법정기구다.
이 처럼 학운위가 막중한 역할과 책임을 갖고 있기에 그 선출 과정은 더욱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우리 단체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학운위 선거를 위해 매년 ‘학운위 부정선거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교육위원 선거 때문인지 학운위 선거 과정에서 불법·편법적 선거를 시도한 학교들이 더 많이 신고되고 있다.
가장 많은 불법적 사례는 가정통신문과 학교 홈페이지 소식지 등에는 형식적으로 학운위를 홍보하는 반면, 일부 학교관리자들이 직접 몇몇 특정 학부모에게만 전화해 학운위에 출마할 것을 종용하는 것이다. 반대로 별로 탐탁치 않은 학부모가 입후보하려 하면 “내년에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거나 다른 학부모 자생단체에 가입토록 종용한 학교도 있다. 모두 분명한 선거법 위반이다.
학기 초 넘치는 ‘종이홍수’ 때문에 학운위 관련 가정통신문을 보내지 않으니 학교 홈페이지나 학교 게시판을 참고하라는 학교도 있다. 아직도 가정통신문에 익숙한 학부모들이 대부분 들어 가 보지 않는 학교 홈페이지를 보고 선거에 참여하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이런 사례는 일일이 지면에 모두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미 교육청에 시정을 요구한 학교도 있지만 이달 말까지 불법사례를 모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비록 일부이지만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학교가 앞장 서서 비교육적이고 불법적인 선거를 하면서 어찌 우리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삶의 가치와 더불어 사는 세상살이를 떳떳하게 가르칠 수 있겠는가. 교육청과 선거관리위원회도 이런 불법적 선거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더 경주해 주길 바란다. 현행 학운위 선거규정을 손질해 더 많은 학부모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 내야 한다. 학운위 홍보방법의 다양화를 모색하고 불법·편법선거를 할 수 있는 소지를 없애야 한다.
선출공고 및 입후보기간을 학부모들이 제대로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일주일 가량의 충분한 입후보기간을 줘야 한다. 일부 학교의 독선적인 선관위 운영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특히 일부 학교관리자들이 학부모들의 자유의사를 방해하거나 선거에 개입,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규정을 마련하고 문제발생시 감사가 뒤따르도록 해야 한다. 올해 새 학운위 구성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지켜 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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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일보 기고문(3월 21일자)-학운위 선거 이대로 좋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