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경례 거부 교사 끝내 중징계
경기도 교육청 정직3개월 결정 적지 않은 파장 예상
2006/8/9
이홍종섭 기자 leehjs@ngotimes.net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 등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던 교사에 대해 결국 중징계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4일 경기도 교육청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용석 부천 상동고 교사(36세)에 대해 정직3개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 교사에 대한 징계사유는 ‘국기경례 거부 등 편향교육’을 했다는 것이다. 교육청이 이례적으로 교사의 수업 중 발언내용을 이념적 잣대로 문제 삼아 징계처분 함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상열 경기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는 “4일 징계위에서 잠정적으로 정직3개월의 양형결정을 했지만 본인에게 징계의결서가 통보돼야 공식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라고 전제한 뒤 “징계의 구체적인 사유는 편향교육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경기도 교육청은 징계의결서를 마무리 해 내주 월요일 경 해당교사에게 발송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 장학사는 또 “함께 제기됐던 ‘복장문제’,‘수업소홀문제’등은 징계사유는 아니었으며 참고사항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는 문제가 된 수업 중 발언에 대해서도 “징계위에서 본인에 대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쳤으며 상당부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징계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업 중 국기경례 거부나 병역거부를 부추기는 발언을 한 적 없다’고 주장해 온 해당교사의 입장과는 다소 엇갈린 부분이다.
정상열 장학사는 “징계위에서 해당 교사의 사실 인정 등 발언내용은 교육공무원 징계령 20조 회의비공개와 21조 비밀누설금지 조항에 의해 공개할 수 없도록 돼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용석 교사는 “내가 징계 내용의 사실을 인정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 ‘국기경례를 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냐’ 등 개인적 신념에 대한 질문에 답한 것이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말라’라는 등의 얘기를 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시인한 적 없다”고 밝혔다.
이홍종섭기자
이용석 부천 상동고 교사(36세).
이용석 교사는 징계위원회 이후 8일부터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부당징계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교사는 이번 징계 결정에 대해 “개인의 양심과 신념ㆍ사상에 대한 징계나 다름없기 때문에 매우 부당하다”며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징계 철회를 요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용석 교사는 정식 징계통보가 오는 데로 재심과 소송 등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사는 또 학교 운영의 비민주성 문제도 함께 제기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문제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사설모의고사 시도나 학교 측의 진정서 대필 문제 등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전혀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징계는 일부 학부모들이 이용석 교사의 수업 중 발언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 발단이었다. 그러나 당시 수업 내용과 이번 징계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시선에도 다소 차이가 있다.
해당 학교 학부모는 아니지만 이 문제를 자체 조사 했다는 오성근 학부모연대 대표는 “당시 이 교사의 수업내용은 편향교육이라기보다 다양한 사회적 관점을 제시한 것인데 이를 징계에 회부한 것 자체가 잘못이며 오히려 사회체제 순응을 강요하는 편향교육으로 봐야한다”며 “교사 개인의 사상이나 정체성을 가지고 징계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오 대표는 이번 징계 결정이 가져올 파장에 대한 우려도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를 해 보니 아이들은 오히려 ‘우리가 어린애 인가요’라는 반응을 보이며 이 교사가 어떠한 것도 강요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며 “학교장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은 차치하고 문제제기한 교사를 징계한 이번 결정으로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징계 결정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오 대표는 “징계위원회가 열리면 통상 일주일정도 논의를 통해 징계수위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징계위 결정 내용이 다음날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으로 볼 때 미리 징계를 결정해 놓고 본인 소명이라는 요식행위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수업 시간 발언을 문제 삼은 이번 결정으로 교육현장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용래 전교조 경기지부 사무처장은 “이미 이번 징계과정 자체가 현장에서 교사들에게 상당한 위축으로 다가오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징계결정이 잘못된 선례로 남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노 처장은 징계 결정에 대해서도 “3월초 지나가면서 했던 다양한 이야기 중 일부를 가지고 6월에 징계로 가져간 것 자체가 어떤 의도를 의심케하기에 충분하다”며 “고3정도면 충분히 사회의 다양한 시각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도 있고, 지속적으로 한 것도 아닌 일회적 이야기를 가지고 징계를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1차적으로 이용석 교사의 강제 전보를 막기 위해 대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용래 처장은 “정직처분으로 학교장이 강제 전보 등을 시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강제전보를 막고, 부당한 징계에 항의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교육청을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교조 경기지부는 지난 7월 31일 민원서 대필 등 학교장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민원서를 경기도 교육청에 전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해당 학교에 전화 연락을 시도했으나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학교 측의 입장을 듣지는 못했다.
한편 전교조 부천중등지회 등이 참여하고 있는 ‘이용석 교사 공대위’는 16일경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징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교조 경기지부 역시 이날 집회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징계 교사 본인과 전교조 측에서 재심과 인권위제소, 소송 등 다양한 대응 방법을 검토 중인 상태로 이번 사건의 파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006년 8월 9일 오후 16시 1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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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경례 거부 교사 끝내 중징계 (시민의신문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