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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1 18:28: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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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소리]- 대학등록금 관련 박이선수석부회장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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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 지원 없으면 학부모 자살 계속 늘어날 것"
[인터뷰]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박이선 수석부회장
추주형 기자
“대학등록금 때문에 올해에만 벌써 두 명의 학부모가 자살을 했어요. 교육비에 대한 압박이 컸던 거죠. 그나마 중·고교는 대학에 비해 압박이 적다고 할 수 있는데, 대학은 단위 자체가 수백만원이니……. 게다가 새 학기 되면 교재비도 만만치 않잖아요.”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참학)에는 요즘 전화가 많이 온다. 아니 그 전에도 전화야 많이 왔지만, 요즘에는 특정 사안에 대한 문의·요청전화가 많이 온다고 한다. 그 특정한 것이란 게 다름 아닌 ‘대학등록금’.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대학등록금의 액수가 큰 만큼 학부모들의 불만도 극에 달해 가고 있다.”는 게 박이선 참학 수석부회장의 말이다.
“다른 이야기로 시작해서 ‘등록금 좀 어떻게 안 되냐’라는 문의로 이어지곤 하죠. 의대 같은 경우 한 학기에 1,000만원은 족히 드니 학부모들은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너무 힘들다, 진짜 힘들다’는 하소연을 많이 하시곤 하죠. 아들을 둔 부모들은 1학년만 보내고 군대 보내야겠다는 말도 하고요. 게다가 대출을 받지 못하는 학부모도 많잖아요. 대출을 받아도 연간 부담해야 하는 이자율도 높고…….”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박이선 수석부회장.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박 부회장은 이런 이야기들이 보통 ‘자책’으로 이어진다며, “교육비 지원 등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없으면 자살하는 학부모들의 숫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식 교육을 못 시키는 것을 두고 ‘내가 못 살아서’, ‘내가 못 나서’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또 이런 정서는 ‘난 왜 이렇게 살았을까’라는 말로 이어지곤 하죠.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학부모들은 계속 죽어나갈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등록금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말은 보통 ‘CEO형’ 대학 총장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서도 “더 높아질 경우 ‘미국식’으로 변하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미국식’이면 안 되는 걸까? 이와 관련해 박 부회장은 “엄청난 등록금을 내야 하는 게 미국의 대학인데, 미국은 그만큼 장학금 비율도 80%에 달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장학금 수준은 거기의 4분의 1수준도 안 되잖아요. 개인적 부담으로 떠넘기는 게, ‘돈 없으면 공부도 하지 마라’는 얘기 아닌가요.”
“세상을 사는데 학벌이 정말 필요하지 않다면야 (대학) 안 다닐 거야”라는 자조 섞인 UCC
중등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이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어느새 80%에 이르면서 학생들에 대한 교육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는 계속 터져 나왔었다. 한 달 여 전 인터넷에 떠돌았던 ‘미티’의 UCC 영상인 ‘신대방브루스’ 7편 ‘개강을 피하는 방법’에서는 “세상을 사는데 학벌이 정말 필요하지 않다면야 안 다닐 거야”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개진됐다.
인기가수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개사해 뮤직비디오를 만든 이 노래의 랩 부분에는 등록금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겨우 때에 맞춰 등록금을 내러 갔지, 등록금엔 물가 따윈 적용되질 않지, 그 많은 돈을 대체 어디에 쓰는 건지, 학생복지 따윈 되는 것 같질 않지”라는 내용이다.
박 부회장도 “이제 학생들에 대한 교육비를 지원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민주국가를 지향하는 나라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19일 발족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대책위’(범사회대책위) 역시 “학부모나 학생이나 압박을 덜 느끼면서 공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 위해 구성한 것”이라는 게 박 부회장의 말이다.
“범사회대책위를 통해 정부쪽에 만든 대안을 이야기 듣고, 각 정당의 이야기도 들어봤으면 좋겠네요. 올해가 대선이 있는 해이니만큼 대선 나서는 후보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요. 그 뒤 대학등록금 문제에 대한 민간의 정책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교육부”
지난 3월 9일 대학생들이 교육부 앞에 모여 ‘교육부장관 면담’을 촉구하며 323배를 올리던 날, 박 부회장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대학생들은 4년제 국·사립대 등록금 평균액수가 323만원인 것에 착안, 323배를 했었다.
굳게 닫혀 있던 민원실 문을 뒤로 한 채, 교육부 안쪽에 위치한 민원실 쪽문을 통해 들어간 박 부회장과 ‘대학생 대정부 교섭단’ 등은 학자금 정책팀 김주황 교육행정사무관에게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답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김 사무관은 “절차와 수순이 있다”, “서면으로 요청하라”는 얘기를 반복했고, 민원을 접수하러 간 이들의 “교육부장관이 만나주겠다는 얘기를 할 때까지 323배를 올리겠다”는 말에는 “알아서 하라”는 말로 답변했다.
박 부회장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죽어나가는 마당에 교육부 수장이 일개 실무자만 보낸 것도 그렇고, 교육부의 공식 사무실도 아닌 민원실에 내려와서 방문자를 맞았다는 게 무성의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아니냐”며,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학생들의 문제’라는 인식이 교육부 관료들 사이에 팽배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박 부회장의 “무성의하다”는 말은 대학생들이 323배를 하던 날 “2시에 면담요청을 했는데, 이제 와서 면담 하고 있지 않냐.”고 했던 김 사무관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김 사무관이 이 말을 할 때는 2시 30분. 대정부 교섭단이 “절차와 수순을 몇 번이나 밟았는데, 매번 같은 이야기(절차와 수순을 밟으라는 이야기)를 하냐.”고 따져 물은 뒤 나온 말이다.
“면담 요청 공문을 몇 번이나 보냈는데요. ‘323배’라는 상징적인 행사를 하러 가던 당일도 전화를 했습니다. 서면으로 요청하면 비서실과 일정을 잡겠다는 말은 잘 하죠. 하지만 그 무책임한 태도를 보면 비서실에 이야기나 한 번 했는지 모르겠네요. 안 했을 거라 봅니다. 그러니 서면으로 요청하라는 말이나, 절차와 수순을 밟으라는 말을 더 이상 어떻게 믿습니까?” 박 부회장의 말이다.
경찰은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교대위)가 계획해 놓은 3월 30일의 대규모 집회도 불허한 상태다. 당초 2만여명이 모이는 집회를 합법적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던 교대위 활동가들은 당황하고 있을 터. 박 부회장은 “덕분에 3, 4월이 시끄럽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등록금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범사회대책위 내·외부 토론회를 진행하고, 집회와 기자회견 등 모든 방법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방법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는 박 부회장의 눈빛이 빛났다. 그리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교육비 지원 등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없으면 자살하는 학부모들의 숫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박 부회장은 혹시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건 안 그렇건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2007년03월20일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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