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불량식품`파동-1> 위탁급식은 ‘위생보다 영리’
(문화일보,6.10)
초·중·고 학생들의 식중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서울시내 D초등학교 학생 97명과 교직원 2명이 지난 2일 학교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설사와 구토, 복통 등 식중독과 유사한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설사환자가 학생뿐만 아니라 동일 식사를 제공받은 일부 교직원에게서도 발생한 점으로 미루어 이번 집단발병은 불량 음식재료나 조리종사원의 취급 부주의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에서 식중독사고가 일어난 것은 아이들의 안전을 학교측에 맡긴 학부모들로서는 두려운 소식이지만, 어제 오늘의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 학교 식중독 사고는 49건 4621명으로 국민 전체 식중독환자(7909명)의 58.4%나 차지했다. 올해 초 정부가 학교급식 개선 대책을 내놓은 후에도 식중독사고는 줄지 않아 3~5월에만 25건 2116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아이들의 심신을 건강하게 키워야 할 학교에서 후진국형 식중독 사고가 왜 이렇게 빈발하는 것일까.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온 학부모단체들은 식중독 사고의 주범으로 위탁 급식을 지목한다. 학교급식은 지난 98년부터 실시돼 현재 전국 초·중·고와 특수학교 중 98.4%인 1만343개교가 단체급식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초등학교는 대부분 학교 직영급식이지만, 중학교는 31.2%(853개교), 고교는 52.1%(1041개교)가 외부업체의 위탁급식에 의존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직영급식보다 위탁급식에서 식중독 환자 발생률이 높아 98년 19.4배, 99년 17배, 2000년 8.4배, 2001년 4.7배, 2002년 4배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위탁급식 업체는 고가의 급식기구를 학교에 설치하는 한편 저가에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아무래도 싸구려 식재를 쓸 수밖에 없고 위생상태 등에 대한 직원들의 책임감도 약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위탁급식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고는 33건으로 3391명의 환자가 발생해 직영급식보다 훨씬 많았다.
정부당국도 이 점을 중시해 올해 초 학교 위탁급식을 2007년까지 점진적으로 직영전환하겠다는 개선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직영급식의 경우 식중독 사고 책임이 학교장에게 있고 영양사 등 직원 인건비를 학교가 부담하며 교사의 업무량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학교측에서 꺼리기 때문에 정부 대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직영의 경우에도 학교당국이 학부모 부담을 우려해 급식시설 투자와 식재료 개선을 게을리해 온 탓에 식중독 사고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학교급식네트워크 이빈파 사무처장은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식재료 공급과 위생 상태를 수시로 점검해야 하지만, 학교당국이 탐탁지 않아 하기 때문에 감시 활동을 하지 못해 결국 식중독 사고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장재선·정희정기자 jeijei@munhwa.co.kr
기사 게재 일자 200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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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식중독공포 1- 무엇이 문제인가_2004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