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민주적인 학교급식을 바라며
▲ 노현경 (인천시의원)
권력이 한 사람 손에 쥐어질 때 우리는 이를 '독재'라 부른다. 권력 견제가 없는 독재정치에서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 비판이 어렵다. 그래서 장기간 지속된 독재정치는 반드시 부패가 따른다. 최근의 좋은 예가 리비아의 카다피이다. 독재와는 달리 권력을 분산하고, 권력을 다수 국민에게 돌리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분산으로 인해 사람들이 서로 견제하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권력의 집중을 막게 되어 결국 부패에 강하게 저항할 수 있다.
오늘날은 민주주의 시대다. 그래서 국민들은 자신이 직접 국가의 정책 결정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선거로 뽑은 정치인들의 의사결정을 자세히 알기 원한다. 또 이를 통해 그들이 결정한 정책을 판단하고 다음 선거에 이를 반영한다. 즉 대부분의 국민은 민주주의 정신에 바탕을 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모든 사회제도들도 이러한 민주주의 정신에 맞추어 만들어지고 개선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현재 학교급식은 학부모, 교사, 지역위원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들과 교사,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서로 소통함으로써 학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민주적 구조이다.
인천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이 추진되면서 그 방법론이 거론되고 있다. 일부에서 식재료의 생산, 공급, 관리 및 지원 예산의 운영과 집행까지 '모든 권한'을 집중시킨 급식지원센터를 만들자는 의견이 있다. 이는 급식'지원'센터가 아닌 모든 학교의 식단 내용까지 결정하는 급식'총괄관리'센터를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학교운영위원회의 학교급식 관련 심의 권한이 사라진다. 또 모든 결정 권한이 급식지원센터로 이전돼 막강한 권한이 집중된다. 필자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이 집중된 제도'를 보다 발전된 민주적 급식체계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급식지원센터는 설립비로 200억원, 운영비로 매년 약 20억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현행처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급식에 관한 사항을 결정할 경우 따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
학교운영위원회 활성화는 '아래로부터의 교육자치'라는 민주적 이념에도 부합된다. 또 가장 기초적인 생활정치 참여 기회를 부여해 다원화 사회에서 발생하기 쉬운 정치적 무관심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교육 도구가 될 수 있다. 무상급식을 단순히 '먹는 것에 관한 문제'로만 보면 안 된다. 먹는 것을 통해 적극적 사회 참여를 유도해야 하고 교사·학부모·학생들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교육의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급식지원센터에 권한이 집중될 경우 소수 경쟁력 있는 대형 급식업체와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영세한 급식업체는 도산하거나 일자리를 잃게 될지 모른다. 이것은 마치 동네에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주변 중소상인들이 붕괴되는 문제와 유사하다. 또한 권력이 집중된 정치 역사에서 증명된 것처럼 '크고 조직적인 부패'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무상급식은 국가나 정치인들이 공짜로 주는 급식이 아니다. 자신이 낸 세금의 일부가 다시 우리 아이들의 학교급식 비용으로 사용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자기 아이의 급식을 자기가 돌본다는 심정으로 학교 구성원에게 보다 많은 민주적 결정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
|
|
지부/지회소식
132
7
2
보다 민주적인 학교급식을 바라며(경인일보 칼럼 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