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지원비 폐지되어야 한다
노현경 인천시교육위원회 부의장
중학교 교육이 의무교육으로 바뀐 이후 교육계에서는 학교 운영 지원비 폐지 논란이 있어 왔다. 학부모들과 교육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문제가 제기되어 왔고 납부 거부 운동과 반환 소송까지 있을 정도로 학교 운영 지원비에 대한 논란은 전국적으로 계속돼 왔다. 한동안 소강상태에 있던 학교 운영 지원비 징수 문제가 지역별 학교 운영 지원비 과다 편차로 인해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중학생 자녀를 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신의 통장에서 매 분기마다 학교 급식비와 함께 학교 운영 지원비 명목으로 5만원 정도가 빠져나가도 그저 수업료의 일부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학교 운영 지원비가 무엇이고, 왜 내야하는지, 또 어디에 쓰이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제대로 알고 있는 학부모들은 얼마 없는 것 같다. 학교 운영 지원비란 무엇이고, 왜 폐지 논란이 그동안 끊이지 않는 것일까.
우리나라 헌법 31조 3항에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학교 교육은 의무교육이므로 학교 운영 지원비는 폐지되어야 맞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학교 의무교육은 2002년 시작되었다. 의무교육이라 함은 학부모로서 자녀를 중학교까지 의무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부모에게 자녀를 학교에 보낼 의무가 주어지는 반면에 국가는 학부모가 맡긴 자녀를 중학교까지 무상으로 교육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물론 초등학교처럼 학교 운영과 교육 과정에 대한 일체의 교육비 부담을 국가가 진다는 의미다. 결국 현재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부담하는 학교 운영 지원비는 국가가 부담할 교육비를 학부모가 일부 부담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폐지 논란이 중학교 의무교육이 시작된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 정부나 교육당국은 부족한 교육재정과 학교 교육비 보전을 위해 아직까지는 학부모에게 부담을 일부 전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 운영 지원비는 보통 학교의 일반회계에 함께 편성되어 교원 연구비나 회계 직원, 일용직 인건비 등 학교 운영비로 충당되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학교 운영 지원비는 빠른 시일 내에 폐지되어야 한다. 정부는 교육재정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교육재정을 조금만 늘려도 학교 운영 지원비 폐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인천지역의 경우 최근 5년 간의 중학교 학교 운영 지원비 징수 총액을 보면 2004년 199 억원, 2005년 217억원, 2006년 237억원, 2007년 234억원, 지난해 229억원으로 전체 인천 교육재정의 약 1%에 해당된다. 즉 중앙정부나 교육청이 조금만 교육재정 확보에 더 노력하면 허리가 휠 정도로 힘든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덜고 의무교육 취지에 맞게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중학교 교육이 의무교육이라 국가가 무상으로 교육시켜야 함에도 학부모가 일부 부담하는 상황에서 지역·학교별로 학교 운영 지원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인천지역 학교 운영 지원비가 지역교육청별로 큰 격차를 보여 문제로 지적되었는데 시급히 조정이 필요하다. 한 지역은 분기별로 평균 4만5천원인 반면, 한 지역은 5만5천원으로 분기마다 1만원씩 연간 학생 1인당 4만원 이상 더 낸 셈이다.
필자가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해당 지역교육청과 시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정이 되지 않았었다. 단지 학교 운영 지원비는 학교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한 사항이라는 답변만 계속하였고, 최근에야 관내 각급 학교에 동결 및 인하 협조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학교의 자발적인 인하 노력없이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중앙정부와 시교육청은 현재 가장 큰 사회문제 중 하나인 저출산의 원인이 자녀 교육비 부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각종 사교육비 경감정책을 남발하기에 앞서 국가가 책임져야할 의무교육인 중학교 학교 운영 지원비 폐지를 먼저 검토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조금이나마 학부모 교육비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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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운영지원비 폐지되어야 한다(인천신문 칼럼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