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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9 09:3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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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지부 |
 '학벌만능주의'가 불러온 가짜 박사학위·학력위조 -인천일보칼럼(8월 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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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만능주의'가 불러온 가짜 박사학위·학력위조
노현경 -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
'400만원만 주면 필리핀 박사학위 따게 해줄 수 있어요'. 십 여년 전 한 지인이 브로커로 보이는 사람에게서 들었다는 말이다. 또 몇 년 전엔 필자가 알기론 영어 한마디 못하는 목회자가 미국의 모 신학교 박사학위를 1년 만에 받아 감사예배를 드리고 잔치를 벌였다. 친절하게도 그 미국 신학교 학장과 관계자가 한국까지 와서 많은 교회신도들 앞에서 직접 박사학위를 수여하였다. 그 이후 그 분은 '박사 목사님'이 되었다.
물론 일부이겠지만 가짜박사학위나 학력위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늘 있어 왔다. 거의 매년 반복적으로 학위위조 사실이 적발되어 망신을 당하고 교단을 떠난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왜 이런 가짜 박사학위에 대한 유혹은 계속되고 있는가.
최근 동국대 신정아교수의 학위위조 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예일대 박사학위는 물론 켄자스대의 학사 석사학위도 모두 거짓이라고 한다. 세계 명문 대학 박사학위를 딴 젊고 능력 있는 신 씨는 곧 주목을 받아 대학교수로 특채되었고 국내 유명 미술관의 큐레이터를 거쳐 광주 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이라는 꿈의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 화려한 배경과 학력이 모두 거짓이라니. 세상을 감쪽같이 속였다고 하여 '미술계의 황우석'이라 부르는 이도 있다. 세계의 명문대 박사학위가 그녀에게 보장한 것들은 너무도 많고 달콤했다. 명문대 박사학위는 밝은 미래를 향한 탄탄한 대로요 거침없는 보증수표였으리라.
신 교수의 가짜학위에 뒤이어 한 인기 있는 TV 영어강사도 영국에서 언어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학력을 속여 오다 들통이 나서 자신이 7년간 진행하던 영어 프로그램 진행자 자리를 내놓았다. 몇 일전엔 유명 만화가 역시 거짓학력을 벗어던지고 커밍아웃하였다. 자신의 학력은 고졸이라고 밝히며 더 이상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유명 외국 대학 박사학위라는 화려한 학력이 없었다면 신 씨가 대학교수로 발탁될 수 있었을까. 또 온 국민이 영어에 거의 목숨을 거는 우리사회에서 아무리 영어를 잘한들 고졸 출신이 TV 영어강사로 채용될 수 있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의 거짓학력이 들통 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학력을 속인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부도덕하고 비난받을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거짓학력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이들에게 실력과 능력이 있었거나 실제 실력과는 상관없이 학벌만 보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었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는가.
필자의 관심은 이들 학력의 진위보다는 이런 건강하지 않은 학벌중심 사회현상을 어떻게 보고 해결해나가야 하는가에 있다. 최근의 연이은 학력위조 사건을 다루는 언론은 온통 신 씨의 박사학위의 진위여부와 위조사실을 한 개인의 부도덕함과 연결하여 비난하거나, 학교 측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의혹의 초점을 맞출 뿐 문제의 본질은 비껴가고 있어 보인다. 왜 이들이 학력을 위조까지 하며 자신과 세상을 속이려 했는지, 학벌과 실제 능력과의 상관관계는 어떠한지, 학벌중심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또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떤 것을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층 분석은 매우 미흡하다. 이런 언론의 대응방식 역시 학벌 콤플렉스에 민감한 국민정서에 지나치게 부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의식이 존재를 결정한다고 했던가. 우리 사회 속에 학벌만능주의가 지배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여전히 동의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가짜 박사학위는 만들어질 것이다. 이들의 학력위조와 사기를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은 얼마나 학벌주의 사고로부터 자유롭고 떳떳한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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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만 (2007-08-26 1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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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졸의원’과 학벌사회
그 (이 상락)는 너무나 가난했다. 그래서 학교엘 못 다녔다. 겨우 초등 학교를 마친 후, 곧장 생활 전선에 나서야 했다. 노점상, 목수, 포장마차, 밑바닥 인생이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했다.
그러다가 빈민 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 때 얻은 별명이 ‘거지 대왕’, 그 ‘거지 대왕’은 똘마니들에게 한컷 폼을 잡느냐고 악의없는‘거짓말’을 했다. “나는 이래뵈도 고등학교를 나왔다구~”
그 ‘거지 대왕’이 지난 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금배지를 달았다. 시대의 바뀜을 보여주는 한 상징이었다. 당당히 39.2%의 득표를 했다. 시의원, 도의원 세 번을 거쳐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진력하는 사람”, “의정 활동에 너무나 성실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인물평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학력 사항/고교 졸업장 위조 혐의로 금배지를 떼이고 감옥엘 갔다. “피고인이 학력을 속인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고교 졸업 증명서를 TV 토론에서 제시하는 등 죄질이 불량해 엄정한 처벌이 요구된다”, 판결문의 요지다.
자, 우리는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우선, “이제 공인은 눈꼽만치의 거짓 말도 용납치 못한다”는 사법부 판결을 두 손 들어 환영한다. 거짓 말을 떡 먹듯하는 한국 정치인들에게 큰 경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허나 이 경우, 그의 악의없는 이 거짓말이 그 누구에게 얼마만한 피해를 주었을까? 상대 후보에게? 아니면 유권자에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가 얻은 표는 결코 그의 학력을 보고 던진 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작 ‘고교 졸업’ 거짓말이, 진정 “죄질 불량…엄정 처벌” 대상이고, “금 배지 박탈…1년 징역”감이 될 것인가?
고개가 갸웃둥 해진다. 물론 그는 실정법을 위반했다. 그런데 그 위반 사항이 겨우 ‘고교 졸업’ 행세다. 국/내외 석/박사 고학력이 넘쳐나는 사회, 그들이 보기엔 참으로 웃으꽝스런 학력 과시다.
여기서 필자는 배운 자와 못 배운 자의 가치 척도의 다름을 새삼 확인한다. 배운 자에겐 별 것도 아닌 일이, 못 배운 사람들에겐 생애를 몽땅 앗아가는 이 가치의 다름, 그러면 한국같이 학벌이 일종의 패권주의가 되어있는 사회에서 못 배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선 안된다 (must not)”고 처벌을 일삼는 법만으로써는 이 세상은 너무나 살벌해 진다. 그리해서 미/일등 여러 나라엔 법을 뛰어 넘어 사람들에게 도덕/윤리적인 의무를 강요하는 ‘착한 사마리안인 법 (the Good Samaritan Law)’이란 것이 있다.
이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법을 넘어선 인정이고, 동정심이고, 약자에 대한 배려다. 그리고 배워서 아는 것이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아는 힘 (knowledge’s power)’을 그들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만치 배우지 못하고 아는 것이 없어 삶의 터전에서 숱한 불이익 (disadvantage)을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느 만치 바쳐야 한다. 그것은 마치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사회 정의를 위해 그 부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당위와 맥을 같이 한다. ‘참 지식인’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다.
이에 비추어, ‘고졸 행세-금배지 박탈-1년 징역’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한국 의 법체계가 대륙법/ 실정법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법관들이 진정 ‘참 지식인’ 었다면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죄질 불량…엄벌 대상이나…피고가 지금까지 살아 온 생애의 정상을 참작…국회 의원 재임 기간 중에 반드시 고등 학교 과정을 이수토록 하라”.
이런 멋진 판결이 나왔다면, 군사 독재 시절 시국 사범에 대해 외부에서 날아 오는 ‘형량 쪽지’를 보고, 거기에 적힌대로 “징역 1년, 2년, 3년…” 꼭두각시 판결을 했던 사법부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었으리라.
(추기: 국회의원 웹사이트 명단에 그의 학력은 “독학”으로 되어있다.)
<장동만: e-랜서 칼럼니스트> <중앙일보 (뉴욕판) 01/05/05 일자>
http://kr.blog.yahoo.com/dongman1936
저서: “조국이여 하늘이여” “아, 멋진 새 한국”(e-book)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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