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도 교육이다
인천일보 <교육의 눈 >
"학교는 아이들 공부시키는 곳이지 밥해 먹이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학교 관리자들. "학교급식비만 제대로 잘 내면 됐지 학교급식은 학교가 다 알아서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학교급식문제를 모두 학교에 떠넘기다가 문제가 생겨야 야단법석을 떠는 일부 학부모들. 아이들의 건강보다는 돈만 더 벌려고 하는 일부 윤리부재의 급식업체들. 인력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일 년에 두어 차례 급식업체 위생 점검만으로 학교급식 관리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학교급식 관리당국. 이들의 공통점은 학교급식을 교육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교육의 주체들이 학교급식을 교육으로 보지 않는다면 학교급식 정책은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학교급식의 역사를 돌아보면 위탁급식이 직영급식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문제를 드러내 왔다. 예로 식중독 사고율도 위탁급식이 직영급식에 비해 세 배 높고 급식비에서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직영급식은 대체로 80%를 넘는 반면, 위탁급식은 교육당국의 권고치인 65%에 훨씬 못 미치는 학교가 많다.영리를 기본 목적으로 하는 위탁급식은 초기 투자 설비비, 감가상각비, 인건비, 식재료비 외에 수익이 보장돼야 하므로 식재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저가 식재료 사용으로 인한 낮은 질의 학교급식은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작년 한 대형 위탁급식업체가 운영하는 학교들에서 집단 식중독사고가 발생하여 3천명이 넘는 학생이 고통을 받았다. 이 대형 식중독 사고를 계기로 국회에서 몇 년간 방치돼 있던 직영급식을 골자로 하는 학교급식법이 서둘러 개정되었다.
어찌된 일인지 이렇게 개정된 지 채 일 년도 안 되어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급식인증제 도입과 더불어 위탁급식을 허용하자는 학교급식법 일부개정안이 전격 발의되어 학교급식과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많은 학부모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급식인증제만 도입하면 위탁급식의 문제점이 사라지고 질 좋고 위생적인 학교급식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인증제를 갖춘 위탁급식업체에 다시 학교급식을 맡기더라도 학교급식의 질과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어 식중독사고를 완전히 예방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리 그럴듯한 학교급식 규정과 제도를 마련한다 해도 '학교급식도 교육'이라는 교육주체들의 의식 없이는 학교급식은 누구도 책임지기 싫어하고 귀찮은 잡무로 여겨져서 내팽겨 처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학교급식의 안전성이 점차로 무너져 또다시 식중독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매일 730만 명의 초중고 아이들이 한 끼 이상 학교에서 밥을 먹는다. 이제는 교과서를 가르치는 것만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다. 학교급식도 교육의 범주에 넣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따라서 교육의 주체 모두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학교급식에 교육적 관심을 갖고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학교관리자들은 학교급식을 교육적 관점에서 운영하고 학부모들 역시 교육의 한 주체로서 학교급식 검수 및 모니터링에 적극적인 참여로 협조해야 한다. 또한 학교급식 관련업체들은 내 자녀를 먹인다는 생각으로 정직한 납품과 운영을 해야하며 학교급식 관리당국은 보다 적극적이고 철저한 위생 점검 및 급식교육 지원을 해야 한다. 이럴 때 학교급식의 질, 안전성, 교육적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 노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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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도 교육이다 -인천일보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