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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 구분

제4회 가고 싶은 학교 “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 공모전 시상식

운영자

2008-01-02 13:31:39, 조회 : 7,115, 추천 :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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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회를 맞는 가고 싶은 학교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 공모전 시상식이 12월 27일 오후 2시 용산 철도웨딩홀에서 열렸다. 공모전은 11월 20일까지 글, 그림, 영상 부문 작품을 마감하여 전문심사위원들의 심사과정을 거쳐 각 부문의 더불어상, 인권상, 아이디어상, 희망상 총48작품을 선정하였다. 이번 공모전에는 개인뿐 아니라 단체가 참여할 수 있었으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출품한 작품들은 하나같이 모두에게 교육이 희망이 되고 교육으로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마음을 담았으며 선정된 작품은 자료집으로 제작되어 배포하였다. 자료집 보기(클릭하면 자료실로 이동합니다) 시상식 사진 보기(클릭하면 사진자료실로 이동합니다) ====================================================================== 4회 가고 싶은 학교 “아름다운 학교문화 만들기”공모전 수상자 명단 『더불어상』 글 부 문 : 유호정 ‘우리 둘만의 매화, 고난도’ 그림부문 : 권인아 ‘나 이고 싶은 청소년’ 영상부문 : 청소년인권행동(나다공동제작) 『인권상』 글 부 문 : 신미경 ‘연필’ 위지영 ‘지금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그림부문 : 박정민 ‘외로운 친구’ 조은하 ‘왕따 -다음은 당신의 차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영상부문 : 동명여고 ‘또 하나의 벽’ 조국화 ‘우리가 알면서도 모르는 학교 속 이야기’ 『아이디어상』 글 부 문 : 권인아 ‘학생들의 학교안에서 혼란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김준기 ‘로케트처럼 날아서’ 김지현 ‘책상서랍 속의 온기’ 김헌주 ‘학교노릇, 교사노릇, 학생노릇의 미학’ 박세진 ‘반장 뽑는 특별한 방법’ 송아영 ‘망둥어 뛴다’ 장하영 ‘창문’ 최보길 ‘권한이양(empowerment)을 통한 학생자치능력 구현’ 최재혁 ‘우리들의 싸움에는’ 그림부문 : 김민호외 4명 ‘우리학교 정말 좋은 학교래요’ 정현정 ‘당신의 등급 성적의 세계’ 최지원 ‘시험문제지’ 『희망상』 글 부 문 : 기다빈 ‘산불, 인권에 부쳐’ 김동광 ‘그것들의 숲에서’ 김 준 ‘웃음꽃 피네’ 김하현 ‘머리카락을 그리며’ 노기민 ‘똥’ 박다솜 ‘그들이 이겨내야 할 검은 미래’ 박효근 ‘비 내리는 시험지’ 안수지 ‘코리아 드림’ 이예진 ‘빨간 색연필이 지나간 내 시험지’ 유가현 ‘방생(일반)’ 윤정희 ‘나무야 나무야’ 이나연 ‘학교현실에 딴죽걸기-성적표로 매겨진 인격의 값어치’ 이수정 ‘‘나’가 있는 학교’ 전대원 ‘내 단짝 친구가 된 승훈이’ 전백록 ‘가고싶은 학교를 만드는 방법’ 정민선 ‘우리들의 친구, 멘토’ 한은하 ‘공부하고 싶은 세상이 되는 법’ 허 환 ‘내 마음은 둥근 산’ 그림부문 : 김범진 ‘싸이버 학교’ 김태경 ‘신나는 학교’ 김현지 ‘학생도 인간이지요? 그렇죠?’ 이한얼 ‘수련회’ 황웅태 ‘우정의 싹’ 평화의 ‘신나는 집 꿈을 향하여’ ▮ ‘시’ 부문 - 채풍묵 (대원고등학교 국어교사) ====================================================================== 4회 가고 싶은 학교 “아름다운 학교문화 만들기”공모전 심사평 ▮ ‘시’ 부문 - 채풍묵 (대원고등학교 국어교사) 이번 공모전 글 부문(시)은 예년에 비해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첫째, 응모 지역이 다양화되었다. 둘째, 고학년 학생 응모자가 많아졌다. 셋째, 작품 수준이 향상되었다. 이런 점들은 참교육학부모회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또한 ‘아름다운 학교 문화 만들기’ 공모전이 4회째 이어지며 인지도가 더 넓어지고 있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수백여 편이 넘는 응모시를 읽으며 먼저 주목한 것은 시적인 기교보다는 내용의 진솔성과 상상력이었다. 이번 응모전의 성격을 잘 반영한 작품을 고르자는 취지이기도 하고, 아직은 공부 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시 쓰기에서 우선 취해야 할 부분이 그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그것은 시를 쓰면 꼭 갖추어야 할 미덕이기도 하다. 과연 담고자 하는 내용이 자신의 생활에서 스스로 느끼고 인식한 자기다운 것인가. 그리고 그 자기다움은 얼마나 읽는 이에게 울림을 주는 것인가. 결국 담긴 내용의 진솔함이 공감을 형성할 때 그것을 담은 형식도 빛을 발할 수 있다. 진정한 시 쓰기란 단순한 글쓰기 형식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시 쓰기를 통해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외로 작위적이고 형식적인 사고에 머물러서 식상한 발상의 작품들도 많았다. 또한 시적인 기교를 어설프게 적용해 시를 만들어 보려는 흔적도 여기저기 보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 덜 여문 미숙함 속에서도 부분 부분 맑고 순수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던 점은 응모작들을 읽는 동안 느낄 수 있었던 기쁨이기도 했다. 예선 심사를 거치면서 가장 눈에 띈 작품은 유효정의 <우리 둘만의 매화>, 신미경의 <연필>, 장하영의 <창문>, 김준기의 <로케트처럼 날아서>, 송아영의 <망둥어 뛴다>, 최재혁의 <우리들의 싸움에는>, 김지현의 <책상 서랍 속의 온기> 등이었다. <창문>은 교실 청소 후 창문에 달라붙은 손자국으로 인해 한 그루 단풍나무가 생겨났다는 마무리가 세련된 작품이다. 작품이 담고 있는 밝고 긍정적인 마음과 초등학생 수준을 뛰어넘는 형식적인 매끄러움이 돋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매끄러움이 오히려 걸리기도 했다. 초등생다운 진솔한 고민이랄까 투박함이랄까 그런 점들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작품의 힘을 반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로케트처럼 날아서>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작품이다. 이 작품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내용의 유쾌함에 있다. 시험날 외운 것을 까먹을까봐 로켓처럼 날아간다는 내용이 읽고 나면 절로 미소 짓게 하는 진솔함과 천진난만한 아름다움이 있다. 표현과 내용이 가장 초등학생답다. 가장 자기답다는 것은 그만큼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망둥어 뛴다>는 발상이 아주 좋다. 시장에서 팔려나가길 기다리는 생선과 교실 안에서 수업하는 학생들을 동일시하여 표현하였다. 전반 후반 시상 전개도 좋고 부분적인 표현도 빛난다. 그러나 아쉽게도 후반부 마무리가 매우 미흡하다. 그리고 사물의 속성을 외연으로 하여 말하고자 하는 의미인 내포와 연결시키는 표현법이 미숙하다. 그래서 시적 형상화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시쓰기에 정진하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의 싸움에는>과 <책상 서랍 속의 온기>는 각각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작품이다. 둘은 비슷한 장점이 있다. 생활 체험이 따뜻한 시선 속에 잘 녹아 있다는 점, 부분적인 문장 표현들이 반짝인다는 점 등이 그렇다. 그러나 시로서 형상화하려면 시적인 밀도가 필요하다. 둘 다 너무 풀어지게 표현을 했다. 부분적으로 직설적인 어법도 그런 것에 기여했다. 많은 말을 한다고 감동이 많은 것은 아니다. 압축되어 있지만 이런저런 상상을 풍부하게 하는 작품을 써본다는 생각으로 정진하면 좋겠다. 몇몇 아쉬움 속에서 최종적으로 남겨 둔 것은 중학교 1학년인 신미경의 <연필>과 고등학교 2학년인 유효정의 <우리 둘만의 매화>이었다. <연필>은 연필의 속성을 학생들의 모습과 연결시켜 표현한 수작이다. 외연과 내포를 잘 연결하여 형상화한 수법이 뛰어나다. 연필이 깎이고 그것으로 글씨를 써서 흑심이 닳아 몽당연필이 되는 과정과 공부를 하는 과정이 잘 연결되고 있다. 다시 새로 산 연필을 깎으며 나오는 한숨도 재미있다. 중학 1학년 학생으로 이런 정도의 수법을 무리 없이 구사한다는 점이 놀랍다. 그러나 좀 더 함축성을 잘 부여하려면 부분적인 구절 표현도 전체적인 전개와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그래야 구절들이 빛난다. 그러나 전체적 전개에 비해 구절 표현의 숙성도는 미흡하다. 물론 이런 요구까지는 중학생에게 욕심이다. 그러나 그런 미숙한 면이 오히려 상당한 자질과 가능성을 갖고 있는 학생으로 믿음을 갖게 한다. <우리 둘만의 매화>는 단연 돋보였다. 두 번 세 번 다시 읽는 동안에도 그런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오늘날 청소년들의 자화상이 매화로 잘 형상화되어 있다. 교실 안 진솔한 체험이 서정적 정서에 잘 녹아들어 있다. 그러면서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고 있다.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전반적으로 시상을 전개해 나가는 솜씨가 그동안 여러 번 습작을 거친 학생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차끈한 바람’ ‘매초롬한 저 매화’ 등 시어 사용이 뛰어난 점도 있다. 문장 서술력과 형상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교실 안 국어수업 시간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솜씨가 자유롭고 대단하다. 재능이 매우 뛰어난 학생으로 보인다. 다만 별 의미 없이 행과 연을 나누는 멋부림, 전체 주제를 잘 살릴 수 있는 강렬하고 신선한 마무리 등은 더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계속 정진하여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것을 기대해 본다. 더불어 유효정의 작품을 가장 우수한 것으로 놓게 한 이유 중 또 하나는 함께 동봉한 또 다른 작품 <고난도>에 있기도 함을 밝혀 둔다. 그 작품 역시 ‘언어유희’라는 시적인 기법을 사용하여 비판 의식을 담은 수작이다. 그러나 앞의 작품에 있는 장점을 담고 있지는 못하다. 그렇지만 그 수준이 이 학생의 솜씨에 대한 신뢰를 준다. 그래서 <우리 둘만의 매화>를 매우 즐겁고 흡족한 마음으로 최우수 작품으로 뽑았다. 이 외에도 희망상을 수상한 김하현의 <머리카락을 그리며>, 안수지의 <코리아 드림>, 기다빈의 <산불, 인권에 부쳐>, 김동광의 <그것들의 숲에서>, 노기민의 <똥> 등이 다듬어지지 않았으나 가능성이 있는 것들로 보였다. <머리카락을 그리며>는 두발 문제를 자유와 규제라는 측면에서 다루었다. 내면적인 인식을 형상화하는 솜씨가 좋고 표현력이 있다. <코리아 드림>은 외국인 노동자를 다룬 소재가 매우 독특하다. 그러나 매끄러운 표현에 비해 호소력이 적다. 식상한 느낌이 든다. 외국인 노동자의 시점 기술이 더욱 그렇다. 자신의 눈으로 자신이 진정 느끼고 체험해 얻은 것을 표현할 때 더 감동과 호소력이 있는 것은 자명하다. <산불, 인권에 부쳐>는 근현대사의 빨치산 문제를 다루었다. 생각의 크기와 드러내고자 하는 의식이 넓다. 그러나 그것을 효율적으로 담기에는 형상화가 미흡하다. 나타내고자 하는 생각을 명료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근현대사 교과서를 한 장 넘기는 장면 묘사는 뛰어나다. <그것들의 숲에서>는 체벌 문제를 다루면서도 인식이 넓다. ‘파르르 퍼덕이는 창문’이나 ‘ 물고기처럼 생동하는 단풍’처럼 회초리 자국을 연상하는 빛나는 표현도 있다. 그러나 이미지가 명료하지 못하고 지시하는 바가 불명확하다. 시점에도 일관성이 없다. 시상을 전개하는 방법을 더 익히면 좋겠다. <똥>은 고3 수험생인 누나의 모습을 통해 내년이면 고3이 되는 자신을 대입시켜 애환을 그렸다. 특히 과감하게 변비라는 소재를 선택한 점이 개성이 있다. 마지막 구절 ‘ 막힌 글자 하나가 화장실 문 앞에서 / 막막하게 아른거린다’는 구절은 참 좋다. 그렇지만 그것만이다. 전개가 밋밋하고 본인이 담고자 하는 의도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고 있다. 말하고 싶은 내용만으로 시가 될 수 없는 까닭이다. 말하고 싶은 것과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효율적으로 전달되는 것과는 다르다. 언급한 작품들이 모두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의 작품이 완벽하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이 있기에 그것을 더욱 살려보라는 격려 차원에서 아쉬운 점을 간단히 언급해 보았을 뿐이다. 작품의 수준도 선을 그어 단계로 나눌 처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을 주려고 하니 주어진 여건에서 어쩔 수 없이 등급을 나누게 되었을 뿐이다. 심혈을 기울여 열심히 썼는데 뽑히지 않았다고 억울해 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능이란 누구에게나 각자 나름대로의 모습으로 잠재해 있다. 결코 실망하지 말고 재능을 살려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기 바란다. 다른 누구도 무엇도 아닌 오직 자기 자신의 모습을 완성해 가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 ‘수필, 주장글’ 부문 - 김만섭 (용산고등학교 국어교사) 4회째를 맞고 있는 이번 공모전의 큰 주제는 “우리가 희망입니다!”였다. ‘희망’을 강조한 셈인데, 아마도 그간 교육현장의 부정적 현실을 단순 고발하는 글들로 넘쳐났던 사태(?)에 대한 우려가 주제 설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문 부분만 놓고 봤을 때는 작년 심사위원들의 평을 한 글자도 가감 없이 그대로 반복할 수밖에 없다. “주장하는 글들에는 대개 천편일률적인 고발성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수필도 주장하는 글과 차별성이 없”었고, “내용도 거의 개인적으로 겪은 폭력적 체험을 내비치는 선”에 머문 글들이 많았다. 공모전을 널리 알리는 글에 응모 내용이라는 항목으로 친절하게 예시한 제재들이 체벌, 집단 따돌림, 용의복장 규제, 강제 학습 등 부정적 사례 일색이었던 점이 오히려 문제였다. 논술이라는 글쓰기 형식이 일방적으로 강조되면서 끼친 폐해가 자못 심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학생 선발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따라서 당연히 정답이 정해져 있는 한국의 논술은 오히려 학생들의 창조성과 논리성을 제약하는 걸림돌이 아닌가. 찬반양론을 나누고, 양측의 논리를 무리 없이 뒤섞고 절충(!)하여 결론을 이끌어내는 틀에 박힌 글쓰기에 목매는 학생들. 김승희의 <제도>라는 시에 등장하는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이는 하루 종일 색칠공부 책을 칠한다. / 나비도 있고 꽃도 있고 구름도 있고/ 강물도 있다./ 아이는 금 밖으로 자신의 색칠이 나갈까 봐 두려워 / 한다. // ∼// 엄마, 엄마, 크레파스가 금 밖으로 / 나가면 안 되지? 그렇지? / 아이의 상냥한 눈동자엔 겁이 흐른다. / 온순하고 우아한 나의 아이는 / 책머리의 지시대로 종일 금 안에서만 칠한다. …” 주로 학생들의 응모작을 읽으며 든 생각이었다. 조화롭고 균형 잡힌 시각과 정연한 논리가 절실하지만, 어설픈 절충보다 때로는 엉뚱하고 도발적인 사유의 객기가 젊은 학생다울 수도 있지 않은가. 자못 갑갑한 학교 현실을 뒤바꾸자고 목청을 높이다가도 기존 논리의 규준선 앞에서 번번이 멈춰서고 만다. 그 선을 가로지르고 위반하는 발칙한 주장을 보기 어려웠다. 학생 신분인 응모자들에게 학교라는 제도의 논리가 이미 내면화돼 버린 까닭이리라. 바꿔 말해 학교라는 제도가 학생들의 발랄함을 그 만큼 억압해왔다는 반증일 것이다. (굳이 사족을 붙이자면 학교라는 제도를 당연시할 필요는 전혀 없지 않은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모든 것들에 의문 부호를 붙일 때, 새로운 사유가 촉발되지 않겠는가. 용의복장 문제만 해결된다면 과연 가고 싶은 학교가 될까. 정작 문제는 모두가 당연시하고 있는 우승열패, 승자독식의 신화가 아닐까.…) 김승희의 시를 마저 읽어 보자. “금을 뭉개버려라. 랄라. 선 밖으로 북북 칠해라. / 나비도 강물도 구름도 꽃도 모두 폭발하는 것이다. / 살아 있는 것이다. 랄라. / 선 밖으로 꿈틀꿈틀 뭉게뭉게 꽃피어나는 것이다 / 위반하는 것이다. 범하는 것이다. 랄라 ∼” 응모자 모두에게 드릴 수 있는 말인데, 한 마디로 ‘발칙함’이 아쉽다. 그런 점에서 권인아의 글이 돋보였다. 사유의 폭이 비교적 넓고 자유로웠다. 문제 설정이 담대하고 주장도 발본적이다. 글의 행간에서 상당한 과외 독서의 흔적도 읽힌다. 다만 언뜻언뜻 느껴지는 냉소적 시선과 설익은 개념어의 구사가 흠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보다. 열정이 논의의 가닥을 여러 갈래로 분산시킨 점도 문제다. 경산여고 학생들이 단체로 여러 편의 글을 보내왔다. 하나 같이 좋은 글들이었다. 평소에 학교에서 글쓰기의 탄탄한 기초를 닦았음을 알겠다. 다만 너무 다듬고 재다보니 학교 작문 숙제 같은 느낌이 든다. 박력이 조금 부족하다. 같은 학교 김헌주 선생님이 보내주신 수필을 고맙게 읽었다. 가히 글쓰기의 전범이다. 경산여고 학생들의 훌륭한 글쓰기 솜씨를 길러준 장본인이 아니실까 짐작해 본다. 박세진의 글을 읽으면서는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방법이 먼 곳에 있지 않다는 점을 배웠다. 인권상 수상작인 위지영의 수필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깨달음을 절실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무한 입시 경쟁이 초래한 살벌한 지옥도를 생생하게 보는 듯했다. 시인을 잠수함 속의 토끼로 비유했던 이가 있다. 옛날 잠수함은 토끼를 싣고 다녔단다. 물 속 항해 중 선실의 공기 부족을 빨리 감지하기 위해 사람보다 공기 부족에 민감한 토끼를 태우고 다니며 언제 물 위로 부상해 공기를 채울지 결정했다니 토끼는 승무원들의 생명줄이었던 셈이다. 예민하게 깨어 있으면서 사회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경고하는 것이 시인의 사회적 구실이라 본 인상 깊은 비윤데, 나는 시인 대신 학생(어린이/청소년/젊은이)이란 말로 바꿔 넣고 싶다. 응모작들을 읽으며 ‘잠수함 속 토끼’ 같은 학생들의 절절한 아픔을 접했다. 몸이 병들었는데도 아픔을 느낄 수 없다면 치유의 희망도 없겠지만, 아파한다는 것은 분명 희망의 근거일 터이다. ▮ ‘그림’ 부문 - 임충재 (상현중학교 미술교사) 미술부문에 응모된 작품수가 예년에 비해 의외로 적어 작품을 심사하는 데는 오히려(?)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학생들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표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과 기회가 갈수록 적어진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인 응모작의 질적 수준이 떨어진 건 아니라는 게 작품을 둘러본 관계자 분들의 의견이었습니다. 더불어상 수상작인 ‘날고 싶은 청소년, 나이고 싶은 청소년’은 자신 스스로의 꿈과 목표를 찾아 높이 날고 싶어 하는 학생을 주위의 사람들(부모 또는 교사. 어쩌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우리사회의 억압구조로 보입니다)이 강제로 잡아끌어 내리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생의 왼손에는 자신의 세계를 상징하는 그림 그리는 붓이 들려있습니다. 날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인 날개는 조금씩 깨져 나가고 팔과 어깨를 짓누르는 힘은 완강합니다. 어른들의 힘에 눌려 허우적거리는 모습과 표정이 어른들의 표정과 대조를 이룹니다. 학생의 자유로운 날개 짓을 꺾으려는 어른들의 필사적인 모습이 대비되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누르면서도 우리 어른들이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표현력이 빼어난 작품으로 평가 됩니다. 더불어상의 ‘날고 싶은 청소년, 나이고 싶은 청소년’ 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면 인권상 수상작인 초등학교 2학년 박정민의 ‘외로운 친구’라는 작품은 어린 학생으로서의 순수한 마음이 꾸밈없이 그대로 담겨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뭔가 마음에 훈훈함을 줍니다. 그림과 글이 쓰여 진 화면 오른쪽에 ‘외로운 친구’라는 시가 적혀있습니다. - 친구들은 신나게 노는데 / 한 명의 친구가 그냥 서있네.../ 내가 가보니까 울고 있었다 / 그 친구는 외톨이였다 / 내가 친구 되어 줄까? / 그래.. 그래.. 우리 친구하자 - 사회적으로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현장의 ‘왕따‘ 문제를 떠나서라도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엿보입니다. 화면의 뒤쪽에는 몇몇 아이들이 신나게 공놀이를 하고 있고 주인공인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울고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위로해 줍니다. 오른쪽 아래 철봉에 매달려 놀던 또 다른 친구의 눈초리가 너무나 재미있게 표현된 작품입니다. 글이 시간을 확장 시킨다면 그림은 공간을 확장 시키는 역할은 합니다. 또 다른 인권상 수상작인 조은하의 ‘다음은 당신 차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라는 작품 역시 학교현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순간 내게도 다가 올 수 있다는, 나의 문제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내용입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으로 표현력과 설득력이 돋보이며 특히 뒷부분의 오리들 표정이 현실감을 더해 줍니다. 이밖에도 아이디어상을 수상한 정현정의 ‘당신의 등급’이라는 만화작품은 성적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사회뿐만 아리라 학생스스로도 자신의 성적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현실의 아픔을 그린 작품 입니다. 다소 스토리 전개와 마지막 마무리 부분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지적되기는 했으나 세련된 표현력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강화도 화도마리공부방 중학생들의 공동작품인 ‘어른들의 좋은 학교, 우리들의 좋은 학교’는 대학만 잘 보내면 좋은 학교라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인데 작품을 출품하기 전에 학생들 나름의 많은 토론을 통해 학생들이 생각하는 좋은 학교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 보았을 것이라 생각되면서 토론 현장이 생생하게 연상되어 마음을 뿌듯하게 하는 공동작품 입니다.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작품제작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오히려 교육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지요. 최지원의 시험 문제 형식을 빌어 표현한 작품은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나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상징적으로 표현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 됩니다. 희망상의 이한얼의 ‘수련회’는 각 학교가 시행하고 있는 수련회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새로운 형태의 수련회도 제안해 보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표현력과 자신의 주장이 돋보입니다. ‘학생도 인간 이지요? 그렇죠? 라는 김현지의 작품도 당연한 권리인 학생의 인권문제를 역설적으로 잘 표현하였고, 황웅태의 ’우정의 싹‘은 조금은 진부한 내용 이긴 하지만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표현해 보려고 노력하는 점을 높게 평가 했습니다. 평화의 신나는 집의 ‘꿈을 향하여’는 작품의 완성도나 표현력이 뛰어 났다기 보다는 여럿이 함께 얼굴을 맞대고 주제에 대한 토론을 거쳐 함께 생각하며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이라는 면을 살폈습니다. 일반 그림 작품에도 눈에 띄는 작품이 몇 점 있었으나 완성도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의 설득력이 약해 시상에서는 제외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여러 장으로 표현하는 작품 보다 한 장의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객관적이면서 설득력 있게 담아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응모 작품 중 기존의 포스터나 그림양식의 작품이 수상작에서 대부분 배제된 것은 지나치게 표현 방식이나 주제에 대한 표현이 상투적 이었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상투적이라는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투적이라고 말 할 때는 너무 흔해 참신하지도 독창적이지도 않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사람들에게 널리 이해되고 오랫동안 쓰여 질 만큼 객관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좋은 작품으로 평가되는 것은 이렇게 객관성을 띄면서도 참신하고 독창적인 무엇인가가 덧붙여 표현 된 작품 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많지 않은 출품작 중에는 대부분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작품이 많았습니다. 작품 자체만으로 평가 한다면 좋은 작품이 많았으나 이번 공모전의 주제가 ‘가고 싶은 학교, 아름다운학교 문화 만들기’였습니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로서는 주제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졌습니다. 예를 들면 수목이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는 학교를 표현 한다든지 또는 놀이 기구가 돌아가고 번듯한 학교 건물에 뛰어 노는 아이들을 표현한 그림들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으로는 충분히 그렇게 이해 될 수 있겠다 생각되면서도 아쉬움으로 남은 대목입니다. 극히 부분이지만 작품성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욕심이 드러나 수상작에서 제외된 작품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의 표현 방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대로 표현 될 때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어른의 시각에서 못미더워 어른의 손이 간 작품이 몇 점 눈에 띄어 수상작에서 제외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깊이 생각해 봐야할 문제로 지적됩니다. ▮ 영상부문 -김태환 (민중의소리, 월간 말 기자) 영상의 시대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영상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새로운 세상을 접하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는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많은 시간 영상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수십 개의 채널이 우리를 유혹하고 시내에는 대형 스크린에서 갖가지를 홍보합니다. 지하철, 버스에서도 영상이 상영되고 주머니 속 핸드폰이나 작은 단말기로 영상을 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휴대폰으로 영상통화까지 가능한 시대입니다. 영상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기 때문에 그 어떤 표현방식 보다도 강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을 이해하고 비판적 시각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상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전달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고, 영상이 얼마나 왜곡 가능한지도 이해하게 됩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영상을 만드는 방법이 매우 쉽고 간편해졌습니다. 소형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영상촬영이 지원되고 가정용 컴퓨터나 노트북에서 쉬운 편집 프로그램도 지원됩니다. 더욱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만든 영상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제가 영상 제작 교육을 해보면 불과 몇 시간 교육으로 훌륭한 영상물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이미 영상에 익숙해져 있는 것입니다. 돌아보면 이 영상의 강력함 때문에 많은 통제를 받았던 시절도 있습니다. 많은 비용으로 쉽게 영상을 만들 수도 없었지만 만든 영상을 마음대로 상영하거나 배포할 수도 없었던 시절이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 일들입니다. 그 만큼 영상은 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완결된 영상물을 만들기란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사실입니다. 영상의 제작과정을 기획과 촬영, 편집 부분으로 나눈다면 편집과정에서 생각만큼 영상이 나오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촬영이나 기획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또 영상은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촬영이나 편집을 혼자 한다고 해도 극 영상은 배우가 필요하고 다큐멘터리 일지라도 촬영 대상을 섭외하고 찾아가서 만나야 합니다. 촬영과 편집도 여러 명이 공동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가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한 모든 분들에게 높은 점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촬영이나 편집이 다소 부족하면 어떻습니까. 다니고 싶은 학교에 대한 모습, 바뀌어야 할 우리 교육의 모습을 고민하고 표현하고 주장하는 것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소중한 과정일 것입니다. 몇 년 전 한 대학교에서 진행한 영상제에 배우 문성근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홍상수 감독처럼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해도 좋습니다. 김동원 감독처럼 사회적인 문제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도 좋습니다. 이명세 감독처럼 영상미 자체를 추구해도 좋습니다. 무엇이든 만들어 보세요. 표현해 보세요. 그러면 성장합니다. 사회는 발전합니다.” 저는 이 말에 100% 동감합니다. 여러분도 자신감을 갖고 영상을 만들어 보세요.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출품작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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