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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8 16:3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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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부사무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81776.html |
 플라스틱 의자 무대 삼아 하이힐 벗어던지고 ‘맨발 열창’ (한겨레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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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의자 무대 삼아 하이힐 벗어던지고 ‘맨발 열창’
가수 박혜경, 반값등록금 집회 현장 찾아 대학생 응원
“줄 수 있는게 노래뿐…‘레몬트리공작단’ 통해 재능 나눔”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미니스커트 무대복 차림의 제법 유명한 여가수가 거리에서 하이힐을 벗고 플라스틱 의자 두개 위에 양발을 걸친채 신나게 열창하는 장면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집회 참여자들은 이 신기한 장면을 전혀 낯설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노래를 따라부르고 환호하며 함께 신나게 놀고 즐기는 모습이었다.
7일 밤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주변엔 경찰병력이 빽빽하게 둘러싸인 가운데 묘한 어울림의 무대가 펼쳐졌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 등록금 공약 실천을 요구하는 집회 현장과 여가수 박혜경(37)의 첫만남은 연대의 즐거움과 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날 저녁 성남 공연 뒤 무대복 차림 그대로 정신없이 차를 몰고 광화문 현장에 직행해 <레몬트리> <안녕> <주문을 걸어> <고백> 4곡을 부른 뒤 무대에 내려온 그를 만났다. 그는 요즘 방송인 김제동, 여배우 김여진 등과 함께 누리꾼들 사이에서 ‘개념 연예인’ 또는 ‘소셜테이너’로 불린다.
트위터를 통해 지난해 말 뜻을 같이한 사람들을 묶어 ‘레몬트리공작단’이란 재능나눔 모임을 만든 뒤 쌍용차 해고·휴직 노동자의 자녀들 돕기운동와 반값 등록금 지지활동에 적극 나서는 등 보통 연예인과 달리 사회적 연대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는 까닭이다.
대학생들과의 첫 거리공연 만남 소감부터 물었다.
“제가 저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노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돈을 줄 수도 없구요,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나와서 집회도 같이 할 수도 없잖아요. 아까 노래하기 전에 이야기한 그대로예요. 저는 정치적 성향도 없고, 좌파우파 이런 것도 없이 그냥 대중가수로서 이 친구들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와주는 거죠. 전경들이 있는 무서운 상황 속에서 저렇게 꿋꿋하게 하고 있는 게 대견스러워요.”
이번 지원공연이 집회현장과 의외로 잘 결합된 것 같다고 하자 “쌍용차 해고자들 애기들과 만날 때처럼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지원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 2월 <한겨레>에 실린 임무창 전 조합원의 돌연사 소식.
“이 기사를 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들의 누나가 되고 싶은데 아이들 의향이 어떤지 물어봐달라고 했어요. 승락을 받고 그때부터 아이들과 놀아주게 됐어요.” 임씨의 부인은 지난해 자살을 해서 임씨의 아이들은 고아가 됐다.
‘레몬트리공작단’ 회원들은 지난 3월부터 평택에 있는 쌍용차 아이들과 1주일에 한번씩 아침부터 저녁 5~6시까지 프로그램을 짜서 풍선터트리기, 잔디에서 뒹굴기, 그림그리기, 소풍가기를 하면서 같이 놀았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버스를 안 타려고 했었어요. (2009년 파업) 진압당시 아버지가 전경버스로 잡혀 가는 장면이 생각났나봐요. 아이들이 잘 놀다가도 갑자기 우울해하며 죽고 싶다고 이야기도 했어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죠.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무지막지한 어떤 힘에 의해서 아이들이 상처입는다면 세상이 삭막하지 않겠어요?”
‘레몬트리공작단’은 활동중, 마침 해고 사태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자살자가 속출하던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던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와 결합하게 됐다. 정 박사는 최근 <한겨레> 등과의 인터뷰에서 ‘레몬트리공작단’ 활동을 높게 평가했다.
“쌍용차 치유 프로그램은 ‘레몬트리공작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아이들과 놀아주는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상담받으러 나온 거죠. 그들은 제가 봐도 정말 존경스럽고 놀라워요. 생업에 종사하고 있으면서 시간을 쪼개 해고 노동자들이 있는 평택으로 와요.”
‘레몬트리공작단’에는 정 박사를 비롯해 방송인 김제동, 영화제작자 김조광수 등 100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그는 “일주일에 한번씩 착한 일하기 날을 정해서 좋은 일을 하자”며 트위터에 그 내용을 올리자 많은 사람들이 동참의 뜻을 보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특별한 재능이 없는데 제가 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는 “재능이란 특별히 타고나는 게 아니라, 걸어가기 힘든 친구와 손잡고 걷는 것도, 혼자 밥먹기 싫은 친구와 같이 밥을 먹어주는 것도 재능나눔”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도움을 주는 사람,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섞이는 게 ‘레몬트리공작단’의 재능나눔이라는 게 그의 나눔철학이다.
3월 쌍용차 해고노동자 아이들와 놀아주기를 시작할 때 400여명이던 ‘레몬트리공작단’ 회원은 3개월새 두배 이상 늘었다.
쌍용차뿐만 아니라 성폭행 당한 청각장애인 돕기 콘서트(7월1일) 등 ‘레몬트리공작단’의 활동반경은 폭이 넓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은 그의 어릴 적 개인체험과도 관계가 깊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4년 때 돌아가신 뒤 서울에 와서 힘들었는데 하숙집 아줌마 등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저한테 큰 힘이 됐어요. 나쁜 맘을 먹었을 때도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똑바로 걸어가는 데 약이 되었어요.”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연예인을 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은 한국사회의 풍토에서 부담감은 없을까? “생각보다 안티팬들은 없어요. 더 좋아해주는 팬들도 많다. 있다한들 별로 신경쓰지 않구요. 저와 가까운 분들은 ‘이러다가는 혜경씨 노래 못듣는 것 아니냐’고 걱정해주는 분들이 있긴해요. 그렇지만 저는 어차피 데뷔 때부터 그렇게 화려하게 텔레비전에 나온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러면서 그는 “주변에서 ‘나는 가수다’의 출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가수들이 같이 경연하는 것보다 거리에서 공연하는 게 더 좋아요”고 말했다.
이날 밤 집회장 공연은 음향시설도 마이크 성능도 좋지 않았지만 하이힐을 벗어던질 정도로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저는 집 이외에는 무대에서 하이힐을 벗은 적이 없었어요. 그만큼 내가 잘 보이는 곳에서 내 속의 에너지와 교류하고 싶었어요. 내가 응원하고 있다는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거죠. 같이 숨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에게 소셜테이너라는 호칭은 큰 의미가 없는 듯 했다.
“저한테 그런 것 물어보면 별로 거창한 거 안 나와요. 김여진씨는 그런 것에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예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오늘 여기 오다가 신호등 옆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신고하고 왔어요. 저는 텔레비전 출연 이외에는 콘서트도 내가 하고 싶은대로 했어요. 일본에 가서도 짜여진 공연 스토리 다 바꿔서 했거든요.”
그러나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다하는 싸이월드는커녕 이메일도 하지 않을 정도로 기계치인 그가 대표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과의 만난 것은 운명적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우연히 트위터를 시작했어요. 정혜신 박사가 쌍용차 해고자 분들 만난 것을 운명이라고 했는데, 저에게는 트위터를 한 게 운명이예요. 트위터 때문에 쌍용차 가족들과 만나고 공작단도 만들어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구요
20110608 14: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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