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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4 23:3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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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CEO형 총장들’…“실용 지상주의에 함몰” <경향신문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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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CEO형 총장들’…“실용 지상주의에 함몰”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7-10-14 19:21 | 최종수정 2007-10-14 22:33
‘학문 본연의 가치’를 강조한 미국 하버드대 파우스트 총장의 취임사는 실용주의에 점령당한 한국의 대학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파우스트 총장이 “교육은 사람을 목수로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한국의 대학은 ‘사람’보다는 ‘목수’를 만들어내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실용주의 바람은 이른바 ‘CEO형 총장’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전경련 부회장 출신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을 비롯해 동국대 오영교 총장, 건국대 오명 총장, 광운대 이상철 총장 등이 모두 ‘학문 본연의 가치’보다는 ‘경영 마인드’를 강조하는 CEO형 총장들이다.
CEO형 총장의 등장과 함께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질보다는 양적인 성장, 전인적인 인재의 양성보다는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 양성이 대학가의 화두로 자리잡았다. 인문학 경시풍조도 알고 보면 뿌리를 일부 여기에 두고 있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대학에서 학생을 잘 길러 기업에 공급해줘야 한다. 좋은 원료를 골라서 양질의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게 대학 입장”이라며 학생을 ‘상품’에 비유하기도 했다.
대학가에 영어강의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CEO형 총장의 대명사로 꼽히던 고려대 어윤대 전 총장 같은 이는 “더이상 영어가 외국어가 아닌 우리말과 똑같은 언어로 사용될 것”이라며 ‘학내 영어 공용화’ 선언까지 했다. 산학협력이 강조되는 이면에는 기초학문과 인문학의 몰락이라는 아우성도 나왔지만 대세를 바꾸진 못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들은 더이상 ‘상아탑’도 ‘학문의 전당’도 아니다.
성균관대 윤해동 교수(한국사)는 “외환위기 이후 사회 전반 분위기가 워낙 성과위주의 양적 경쟁만 요구했고, 대학들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윤교수는 “학문세계가 갖고 있는 특수성을 외면한 채 양적 성장만 강조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면서 “파우스트 총장의 취임사를 계기로 한국의 대학들도 대학 본연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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