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말이라도 '인성' '도덕'이란 말 꺼내지 않는 살벌한 교육
[이명박 정권 100일을 진단한다] 2, 교육
윤형대 (soore)
교육개혁은 사회개혁으로부터
교육의 가장 기본 목적은 '사회화'라고 생각한다. 문화적, 역사적 사회화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남의 도움없이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 이것이 사회화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개혁은 사회개혁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이 사회에 맞는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 여건을 개혁하지 못한 채 이루어지는 모든 개혁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고등학교만 나와도 사회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는 사회가 된다면 대학입시로 빚어지는 오늘의 교육문제는 대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을 우리 교육개혁의 기본으로 놓고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이 정권도 지난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교육이 사회에서 유리된 것으로 보고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다.
교육의 기회균등은 공교육 강화로
교육은 본인의 능력이나 의지보다는 부모의 영향력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은 고급 교육을 받아 사회에서 다시 그 부를 이어받고, 가난한 가정의 자녀들은 저급 교육을 받아 사회에서 다시 그 가난을 이어받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의 문제점은 대부분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바로 교육의 기회 균등이며 그것은 공교육 강화로 가능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평등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 정권은 교육에 시장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그것도 패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잔혹한 방식의 시장원리를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영어 올인 교육'과 영어 공용어 논의, 교육부 무력화와 대학입시 자율화, 전국 각 학교와 지역의 학력 서열화, 특목고·자사고 증설, 사설 모의고사 무제한 허용, 학교 자율화 미명 아래 감행된 우열반 편성, 0교시 도입, 심지어 학교의 학원화로 일컬어지는 학원강사에 학교 개방...
논의 되는 모든 정책들이 돈 없는 집 자식들은 제대로 배울 수 없는 것들이며, 사교육이 없으면 버틸 수 없는 것들이다. 철저하게 공교육을 무시하고 죽이는 정책 일색이다.
교육 정책은 신중하게 여론 수렴 해야
교육은 국가의 미래다. 50년 후, 100년 후를 내다보는 투자가 교육이다. 단순히 어느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교육정책은 항상 신중하게 입안하고, 긴 시간수정과 보완을 받은 다음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한 번 결정한 교육정책은 쉽게 바꿀 수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쉽게 손보고, 가볍게 고쳐서는 안된다. 이 정권의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교육정책은 정말 조령모개 그 자체다.
아무나 툭 한 번 던져보고, 반대 여론이 나오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꼬리를 내린다. 그래 안 하나 보다 하면 또 다른 사람이 말만 슬쩍 바꿔서 또 끄집어 낸다. 인수위 시절부터 쉼없이 내놓고, 거둬들이고의 반복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겠지만 특히 교육정책은 그래서는 안된다. 정말 신중하게,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서 결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껌씹는 것처럼 장난으로 다뤄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인성을 기르고, 창의적인 교육이 되어야
사회 규범을 지키고, 서로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의 함양이 교육의 내용이 되어야 한다. 이 정권은 겉으로라도 인성이나, 도덕같은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끝없는 경쟁과 적자생존의 논리만 내놓고 있다.
시험 점수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교육의 본질을 철저히 외면한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나 그저 판단의 기준은 점수고 시험이다. 이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사회는 얼마나 살벌한 것이 될지 뻔하다.
현대 사회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데, 점수에만 길들여진 아이들이 무슨 새로운 생각을 하며, 그 변화된 상황들에 어떻게 적응을 할 수 있겠는가?
문화란 이어받기만 해서는 안된다. 더 키우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창의성이 없는 교육은 아무리 잘 해도 이어받기 밖에 안되는 교육이다. 정해 놓은 범위에서, 정해진 점수를 넘기만 하는 교육, 이런 교육에 창의성이 있을 수가 없다. 도덕성이 길러질 수가 없다.
이 정권의 교육정책은 최소한의 평등도 보장하지 못하는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피튀기는 정책이다. 부모의 부와 사교육에 매달리는 특권층을 위한 교육정책이다. 아무런 철학도 도덕도 없는 방향없는 교육이다.
2008.06.04 10:54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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