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일제고사 10년 만에 부활
경향신문|기사입력 2008-02-21 02:48
ㆍ교육계 “학교간 과열경쟁·사교육비 증가”
서울·경기 지역에서 초등학교 일제고사가 부활된다. 어린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1998년 폐지된 지 10년 만이다.
교육청은 학습 부진아 등을 판별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하지만 학생 및 학급, 학교간 줄세우기와 사교육비 증가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20일 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다음달 11일 초등학교 4~6학년생을 대상으로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서울·경기 지역 등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진단평가는 교육부가 문항을 만들어 시·도교육청에 제공한다. 진단평가에서 초등학생들은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과목을 5시간 동안 5지선다형 문제를 풀게 된다. 영어 교과는 듣기평가까지 포함돼 있다.
당초 이 시험은 시·도별로 1%의 학교를 골라 실시할 계획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은 전체 초등학교 4~6학년 모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냈다. 부산과 대구 등 다른 교육청들도 전체 학교가 이 시험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이 치러지면 학생뿐 아니라 학급 및 학교의 성적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학교 성적은 기준점 ‘도달’ ‘미도달’ 두 단계로만 나뉘어 나오지만 개별 학교의 채점은 평가 후 시·도별로 시행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년말 중3 학생과 초등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해서 학교별 성적을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초등학교 일제고사 부활은 경쟁과 평가를 통해 교육을 개혁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반발하고 있다. 일제고사는 개별화 교육을 강조한 7차 교육과정 취지에 어긋나며 어린 학생들에게 학기초부터 부담감을 안겨줘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이다.
전교조 한만중 정책실장은 “애초에 진단평가는 일부 표집학교만 보기로 했던 것”이라며 “초등학생부터 전국적으로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고 무한경쟁이 전면화되는 정책을 의겸 수렴도 없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 초당초 정현주 교사는 “학기초부터 점수화된 시험을 보면 학생들의 위축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서울 창신초 김영미 교사는 “인성교육이 집중되어야 할 초등교육에서 일제고사를 시행하는 것은 .교육을 포기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안모씨(40·경기 고양시)는 “시험을 보면 등수가 매겨질 것이 뻔하다”며 “시험 대비를 위한 과외도 판칠 것 같다”고 걱정했다.
〈 임지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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