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힌 사교육 아이들 잡는다’…“심야귀가” 잠부족 호소
경향신문|기사입력 2007-11-01 18:39
고등학교 1학년 강병준군(16)은 고교 진학 후 ‘달밤 귀가’가 일상이 됐다. 아침 6시면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 7시 이전에 집을 나선다. 어스름한 하늘에는 별이 채 지지 않았다. 방과 후에는 곧바로 학원으로 간다. 학원을 마치고 나오면 밤 12시가 훌쩍 넘는다. 까만 하늘에는 달빛이 내린다. 새벽별 보고 등교해 달밤에 귀가하는 것이다.
강군처럼 학원에 다니는 학생 10명 중 7명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귀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반고 학생들의 경우 밤 12시가 넘는다는 대답도 절반에 가까웠다.
1일 한국사회조사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에서 24일까지 전국 고등학생 28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입시학원에 다니는 고등학생 가운데 73.1%(일반고 77.8%)가 밤 10시가 넘어야 학원이 끝난다고 답했다. 밤 12시가 넘어서 끝난다고 한 학생은 44.1%(일반고 47.8%)였고, 다음날 오전 1시가 넘어서 끝난다고 답한 학생도 6.3%(일반고 6.9%)나 됐다. 입시학원에 다닌다고 대답한 학생은 전체의 35.8%였다.
밤늦게까지 학원에 매어있는 학생들의 70.8%는 아침 7시30분 이전까지 등교한다고 답했다.
빨리 등교하고 늦게 귀가하다보니 학생들은 심각한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학원에 다니는 일반고 학생들 중 66%(복수응답)가 수면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71.5%(일반고 78.5%)가 잠을 자는 시간이 평균 6시간 미만이었고 4시간도 못 잔다고 응답한 사람도 전체 응답자의 5.3%(일반고 5.1%)나 됐다.
또 아침 6시 이전에 집에서 나오는 학생 가운데 35.2%(일반고 28.1%)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 많은 학생들은 점심뿐 아니라 저녁식사조차 학교급식이나 외부식사에 의존하고 있었다.
김순홍 한국사회조사연구소장은 “‘새벽별 등교’와 ‘달밤 귀가’가 청소년들을 수면부족과 불규칙한 식사로 내몰고 있다”며 “청소년들의 인격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통해 심야학습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슬기자 amorfa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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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힌 사교육 아이들 잡는다’…“심야귀가” 잠부족 호소-경향신문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