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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3 00:24: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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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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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귀족학교와 사회적 배려 대상자 - 경향 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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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경향신문에 요청 쓴 글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론]귀족학교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윤숙자 |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
서울 소재 13곳의 자율고에서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하도록 되어 있는 학생 수는 849명이다. 그러나 8곳의 학교에서 215명이 미달돼 추가모집을 통해 190여명을 채우는 과정에서 자격 미달 학생을 편법 입학시킨 문제가 발생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 아니어도 학교장 추천서만 있으면 입학할 수 있습니다.” “학교장 추천서를 써 줄 테니 미달된 자율고에 지원해 보세요.” “학교장 추천서만 있으면 자격미달이어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추천서를 써 주십시오.”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아니므로 추천서를 철회하겠습니다.” 자율고와 중학교, 학부모 사이에 오고가는 말들이 어지럽기만 하다. 어떤 연유에서건 해당 학생이 되어 버린 아이들이 걱정이다.
자율고 ‘학교장 편법추천 마케팅’
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났을까. 자율고 등록금은 일반계 고교의 3배, 학부모 부담 경비 등을 포함하면 5배가 넘는다. 이는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지 않는 대신 학부모에게 교육비를 비싸게 받아서 학교를 운영하라는 것이 ‘자율형 사립학교’이기 때문이다.
‘비싼 교육비를 낼 수 있는 내신성적 상위 50%의 학생들만’ 진학할 수 있는 자율고는 특수목적고 다음으로 중산층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다. 올해 첫 신입생을 선발하는 학교임에도 최고 9 대 1의 경쟁률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렇게 인기있는 자율고에 입학 정원의 20%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배정하고 등록금은 정부가 대주겠다는 것인데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은 왜 마다했을까.
‘귀족학교’라는 사회적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사회적 배려 대상 전형’이다. 그러나 면제 등록금에 육박하는 기타 보충수업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선택권은 있으나 자율고 진학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렇게 미달된 자리를 가지고 자율고는 ‘학교장 추천 마케팅’을 통해 편법 입학시켰다. 자율고로 지정은 되었으나 재정이 어려운 학교는 학생 머릿수를 채워 정부 지원을 받고자 했으며 중학교는 ‘명품학교’ 진학 실적을 높여 학교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했다. 명문대 입학에 유리한 명문고 입학을 향해 온 나라가 총력 질주하는 경기에서 학교와 학부모는 또 한 번 공범이 되었다.
13개 자율형 사립고가 있는 서울에서는 올해 새롭게 8곳이 선정되었다. 정부는 2012년까지 전국에 100곳의 자율형 사립고를 만들어 고교를 다양화하고 학부모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유사 특목고 양산 재검토해야
그러나 지독한 학벌사회,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자율형 사립학교 또한 교육의 다양화보다는 입시 명문고로 전락한 특목고와 마찬가지로 서열화의 논리에 지배될 것이라는 우려를 우리는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학부모 선택권 또한 비싼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만의 선택권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 미달 사태가 그러하지 않은가.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 모두가 행복한 교육이다. 좀 산다고 하는 아이들 틈에 ‘시혜적 배려 대상자 끼워넣기’식 정책으로 우리 아이들 기죽게 하지 말고 모든 아이들이 ‘좋은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사 특목고로 자리하게 될 자율형 사립고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입시부정 사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교육을 직접 챙기겠다고 한 만큼 국민들의 쓴 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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