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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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9 21:1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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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지회 |
 "학교폭력, 경쟁교육이 낳은 기형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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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에서는 경쟁이라도 하듯 심한 학교폭력 사례를 쏟아내고 있다. 평소에는 억울한 학부모들이 언론에 호소해도 전혀 다뤄주지 않고 외면하던 것을 생각하면 그 얄팍함이 보인다.이런 보도를 접하는 일반 국민들은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에서 자살한 중학생을 괴롭힌 가해학생이 구속 수감되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도하고 기자가 직접 질문하고 마이크를 들이대는 장면을 보며 해도 너무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언론의 보도태도가 우리사회의 폭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TV토론에 나온 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피해학생이 죽을 만큼 괴롭힘을 당했다면 가해학생도 그만큼의 고통을 당해야한다, 그것이 정의다.” “가해학생도 내 제자라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있다. 그것이 문제이다. 가해학생을 감싸는 것이 교육적인가? 합당한 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다.” 이 발언은 대체로 반론 없이 넘어갈 정도로 일반적인 공감을 얻는 주장인 듯하다. 교육당국이 내놓으려고 하는 대책도 “무관용의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이런 발언이 논리적으로 맞을지는 모르지만 이 사회의 어른이 십대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라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하다. 가해학생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들은 십대 아이들이다. 어떤 경우라도 버리거나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아이들이라는 인식 없는 처벌은 어린 범죄자집단을 양성하여 미래의 성인범죄자를 키우는 일이 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
처벌은 하되 교육적 처벌이어야 한다.
1. 정부대책의 문제점
언론에서, 정부에서 저마다의 진단과 처방을 내 놓는다. 그러나 그 시각은 매우 좁고 처방은 땜질식 단기처방인 경우가 많다. 최근 교육당국이 급히 조직한 ‘학교폭력근절대책 자문위원회’에서 내놓은 대책들을 봐도 그렇다. 교육당국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무관용 원칙’이라는 초강수를 빼들었다. 형법상 형사 미성년자 나이를 현행보다 2살 낮춰 만 12세로 규정하는 데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폭력 전력과 징계내역을 기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나아가 현재 강제 퇴학이 불가능한 의무교육과정의 중학생을 퇴학 또는 강제 전학시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정부 대책이 지나치게 징계위주로만 편향돼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아 논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보다 근본적인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
가) 형법상 형사미성년자나이를 낮추는 문제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사건은 대부분 학교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학교에서 적절하게 해결할 역량을 갖춘다면 굳이 형사 처분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 죄질이 나쁜 범죄행위인 경우일텐데 이런 조처가 학교폭력에 대한 직접적인 대책이라 보기 어렵고 연령을 낮추어 어린나이를 전과자로 만드는 일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린나이에 형사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와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 아이들이 미래사회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나) 학교생활기록부에 폭력 전력과 징계내역을 기재하는 방안
박종철선생님의 발제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는데 그 기록이 자칫 아이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갖도록 해서 아이가 새 출발 할 수 없도록 할 우려가 있다. 또한 학생생화기록부에 징계내역을 기록하지 않는 지금도 징계성 전학을 잘 받아주지 않는 일이 많은데 기록한다면 과연 받아줄 학교가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에 대한 자상한 배려가 있어야한다.
다) 중학생을 퇴학 또는 강제 전학시키는 문제
실제로 가해학생을 강제전학 시킬 수 없어 피해학생이 전학을 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답답하고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러나 강제전학을 시킬 경우 대부분 “폭탄 돌리기”가 될 뿐인 경우가 많다. 그 학생은 이 학교에서 저 학교로 또 다른 학교로 여러 번 전학을 하는 동안 자기의 잘못을 반성하기 보다는 학교부적응학생이 되어 점점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퇴학의 경우도 중학생이 학교 밖으로 쫓겨났을 때 사회가 그 학생을 품어줄 만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너무나 무책임한 대책이라는 생각이다.
2. 상담사례로 본 학교폭력의 문제
사례1) 피해학생을 원인제공자로 보는 경우
초등6학년 아이가 알레르기가 있어 자주 코를 팠는데 그 행위가 지저분하다하여 같은 반 6명이 집단으로 아이를 때려 안경이 깨지고 다쳤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학급아이들이 운영하는 카페에 이 아이에 대한 험담을 올리는 등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담임을 찾아가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구했는데 아이도 코를 파서 혐오감을 주었으니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학교폭력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반성문을 받는 선에서 해결하겠다고 했다. 코를 파서 혐오감을 준 행위와 집단으로 폭력을 가한 행위를 동등하게 여기고 오히려 원인제공을 했다는 인식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사례를 통해 볼 때 학교나 교사가 피해자의 편에 서서 해결하려하기보다 원인제공을 했다는 이유로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을 보이니 가해학부모도 진정어린 사과를 하기보다는 우리아이만 잘못한 게 아니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고 본다.
교사가 처음부터 아이가 코를 파는 행위는 일종의 질병이므로 부모에게 치료하도록 조언하고 집단으로 폭행한 아이들의 행동을 합리화하지 않고 합당한 조치를 했다면 피해학생과 학부모가 이렇게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례2) 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학교와 교사, 지역사회
중학생인 아이가 여러 아이들로부터 매 맞고 성추행당하고 물건을 뺏기는 등 온갖 괴롭힘을 당했는데 학교 측에서 미온적으로 대처해 교육청에 민원을 넣은 후에야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렸다. 그러나 피해학부모의 요구사항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학교에 분란을 일으키는 아이로 인식되어 학교생활을 하기가 힘들다.
이 사례는 학교 전반에 퍼져있는 폭력문화와 이에 대해 둔감한 교사들이 문제해결을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사례이다. 학교 폭력피해를 당했을 때 학교에서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처해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을 처벌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려는 인식이 없는 한 이 학생처럼 피해자임에도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2차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사례3)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는 학교
중3 남학생이 학교에서 여러 아이들에게 맞은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학부모가 알아보니 가해학생은 그동안 여러 차례 폭력을 행사해 피해학생을 괴롭힌 일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가해학생 측에서 치료비 전액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주는 것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이렇게 마무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학폭위를 열 것을 요구했으나 담당교사는 언성을 높이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 오히려 피해학부모가 학교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려하기보다는 가해 피해 당사자끼리 합의해서 조용히 넘기려는 경향이 있다. 학폭위를 열어달라는 피해학부모의 요구를 묵살하고 오히려 언성을 높이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학부모들은 어디에 호소해야할지 몰라 우리 상담실에 전화하는 경우도 많다. 학교폭력 피해자 학부모의 정당한 요구가 학교를 시끄럽게 하는 귀찮은 요구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학부모들은 학교폭력사건이 일어났을 때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기를 바라지 가해학생이 무조건 형사 처분 받기를 바라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학교가 제대로된 역할하지 않을 때 경찰서를 찾게 되는 것이고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끝까지 피하고 싶은 일이다. 그만큼 학교폭력문제에서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고 학부모의 기대가 많은 것이다. 형사 처분을 강화하고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낮추는 것보다 학교현장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하는 이유이다.
3.어떻게 할 것인가?
가) 학교와 교사의 역할
그런 의미로 박종철선생님이 제시하신 여러 가지 방안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
우선 교실을 중심으로 예방하고 해결될 수 있도록 교사에게 권한을 주어야한다는 데 동의한다. 교사가 제대로 역할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고 담임교사가 학생들을 주도적으로 보살피고 문제해결 할 수 있는 시간과 조건을 주어야한다. 행정업무와 수업 때문에 학생상담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담임교사가 많다. 담임교사의 생활교육과 시간을 수업시수로 인정해야한다는 데 적극 찬성한다.
교사가 학교폭력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갖도록 교육하고 적절한 대처방안을 가질 수 있도록 시도 교육청과 교과부에서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나) 학교폭력발생건수보다 해결노력에 주목하자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학교폭력발생건수를 학교평가에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학교폭력발생건수를 학교평가에 반영하기보다는 적절한 대처와 해결을 많이 한 학교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더 좋을 것이다. 학교폭력발생건수가 많다는 것은 오히려 그 학교가 문제를 드러내놓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이런 인식이 있어야 제대로 된 실태조사도 가능할 것이다.
다) 아이들이 저마다 인정받을 수 있는 학교가 되어야한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인정받고자하는 욕구가 있다. 학교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은 딱 두 가지 뿐이다. 공부를 잘하거나 말을 잘 듣거나, 그 외에는 인정받을 길이 없다. 폭력은 이런 교육환경에서 공식적인 인정을 포기한 아이들이 왜곡된 인정욕구를 충족하기위한 방법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다양한 기회를 준다면 왜곡된 인정욕구보다는 정당한 인정욕구를 충족하는 쪽을 택하려 하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동아리 활동이나 학교축제를 준비할 때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이유도 모처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려면 지금과 같이 학업성적 하나로 경쟁시키는 구도를 벗어나야한다. 학교는 입시교육으로 꽉 차 더 이상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같다. 다른 것이 끼어들 틈이 없다. 외줄타기처럼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떨어져버릴 것처럼 모두가 불안하다. 아이들에게 숨 쉴 틈을 주고 저마다 열정을 바칠 다양한 욕구를 채울 수 있도록 하자.
라) 학생인권조례
학교폭력문제가 불거지니 자연스럽게 “학생인권조례”때문이라는 얘기가 들려온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무너져 학생지도가 어려워졌지 때문에 이런 일들이 더 발생한다는 얘기다. 터무니없는 말이다.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곳은 경기도와 광주 두 곳뿐이고 학교폭력은 지역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인권의식이 있다면 이렇게 심한 학교폭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인권의식이란 나의 인권과 상대의 인권을 함께 존중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동료학생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괴롭힐 수 없을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교사에게는 교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학생에게는 무엇이든 맘대로 해도 되는 장치로 받아들여지고 사회에서는 학교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안타깝다. 학생인권조례안에 좀 더 풍부하고 명확한 인권의식을 담아야하며 온 국민이 인권조례를 정독하고 인권에 대해 배워야한다.
4. 학교교육의 목표를 바로 세워야한다
학교교육의 목적이 대학입시인가? 학생을 평화롭고 민주적인 사회의 주인으로 길러내는 것인가?
MB정부가 내놓는 교육 정책의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경쟁”이다. 지난 4년간 추진해온 모든 정책은 모두 ‘경쟁’으로 모아지고 있다. 고교다양화, 일제고사, 국영수 비중을 높이고 결국 수업량을 늘리게 되는 집중이수제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오로지 입시를 위한 공부만을 강요받도록 하고 있다. 학교는 더 이상 전인교육을 할 만큼 한가한 곳이 아니다. 학생들은 더 이상 동질그룹이 아니다. 노는 애, 평범한 애, 공부만 하는 애, 찐따…. 이렇게 구분하고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잔인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이 서로를 바라보고 상대방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다. 힘과 질서에 복종하고 소수자와 약자를 배제하고 다름을 거부하도록 한다.
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에 맞춰진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해야 할 때다. 그동안 너무 당연해서 건드리지 못하던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다시 끼워야한다. 학생인권조례도 이런 근본적인 고민을 담아야한다. 치열한 경쟁을 하며 서로의 인권을 살피는 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교육 전체가 인권, 평화교육의 바탕위에서 이루어져야하지 학교교육은 경쟁적으로 하면서 인권교육을 따로 한다는 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아이들의 마음에 가 닿지 않는 교육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전쟁터와 같은 우리 아이들의 학교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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