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이것에 대한 정의는 무엇입니까?
국가인권위원회에 묻고 싶습니다.
저희는 광주자연과학고에 자녀들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입니다.
부모의 가장 큰 기쁨이 있다면 내 아이가 세상에 나가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주고 인도해주는 것일 겁니다.
저희도 그랬습니다.
내 아이만은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어떤 고난 속에서도 아파하지 않으며 자라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부모 바람과는 달리 아이들에게도 아이들만의 세상이 있더군요.
저희는 최근에서야 품안의 자식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아이들을 잘못 키웠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10월 초 저희는 학교 측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집단폭력으로 한 학생을 괴롭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설마 내 아이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거라며 뭔가 잘못되었을 거라고 애써 부정하며 학교에 도착해서 저희 학부모들은 처음 대면을 했습니다.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그렇듯이 자식의 잘못은 부모의 잘못이 되는 법.
그렇게 저희 학부모들은 죄인의 심정으로 담임선생님을 만나 뵙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그간의 일에 대한 정황을 듣게 되었습니다.
놀라고 가슴이 뛰어 무조건 담임선생님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또 사죄했습니다.
물론, 피해자 부모님들께도 사죄하고 또 사죄했습니다.
같이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그 부모님들께 돌팔매질을 당해도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무조건 내 자식을 잘못 키운 저희들의 탓이라 여기고 학교 측에서 원하는 일도 피해자부모측에서 원하는 일도 무조건 수용했습니다.
가해학생이 된 내 아이가 하루 종일 찬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삼켰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하루 종일 선생님들께 시달림을 당했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저 저희들의 잘못이라 여기고 참고 또 참았습니다.
그리고 피해자 부모의 요구로 아이들을 전학시키겠다는 합의서와 공증서를 써주었습니다.
그렇게 피해자 부모 측과 합의가 끝난 후 학교 측으로부터 처벌위원회가 열린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물론, 벌을 받아야겠죠.
잘못된 생각으로 한 아이를 괴롭혔으니 당연히 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교 측으로부터 사회봉사와 ‘전학조건부 퇴학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한 달여의 긴 시간동안 아이들은 학교의 처벌만을 기다렸고, 저희는 내 자식은 돌아볼 겨를도 없이 학교 측에 피해자부모측에 사죄하고 선처를 바라기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최근 저희는 아이들로부터 입에 담지도 못할 놀라운 말을 듣고, 눈물이 먼저 쏟아졌습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던 내 아이들이 이제는 학교 측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의 정의가 무엇입니까?
단순히 육체적으로 가하는 폭력만이 학교폭력입니까?
묻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년, 저년’하는 욕설은 물론, 아이들 앞에서 학부모들의 욕설까지 서슴지 않고 내뱉는 학교 측의 행위는 무엇이라고 설명해야 합니까?
사건 이후 아이들이 육체적으로 당했던 폭력에 대해서는 참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때리셨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사랑의 매’라고 생각하며 내 자녀들에게 마땅히 받아야할 벌이라고 혼을 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도저히 내 아이에게 참으라는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교육자인 선생님들께서 입에 담지도 못할 언행들을 할 수가 있습니까?
생리기간중인 아이에게 모든 친구들이 듣는 앞에서 ‘피 묻어 냄새 나닌까 뒤에 가서 수업 받아“라며 의자에 앉지도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남녀공학인 반 전체 아이들 앞에 세워두고 말입니다.
아이는 수업이 끝나는 동안 내내 눈물을 삼키고 교실 뒤쪽에 서 있었다고 합니다.
세상 어느 여자가 생리를 하고 싶어 합니까?
학교처벌 기간 중에는 생리적인 현상도 죄가 된단 말입니까?
그날이후 여선생님들은 공공연하게 아이들에게 ‘더러운 냄새가 난다. 구린내가 난다’며 면박을 줬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개xx들, 시발xx들, 추잡스런 xx들, 쓰레기xx들, 더러운 xx들’이라는 욕설로 부르는 것은 다반사며, 무릎을 꿇고 있는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구타하는 행위를 했다고 합니다.
물론, 피해자 부모님의 입장에서 내 아이들에게 그런 행위를 했다면 참을 수 있습니다.
얼마나 내 자식들이 밉고 때리고 싶으시겠습니까?
하지만, 도리어 피해자부모님은 아이들이 뉘우쳤다면 선처를 해주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아이들을 보듬고 바른길로 인도해주어야 선생님들께서 더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르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또, 그런 선생님들을 보고 아이들이 무얼 배우겠습니까?
이것이 진정한 교육입니까?
이 대한민국의 법은 가해자 학생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해도 괜찮다는 법입니까?
아이들이 학교를 거부합니다.
특히, 생리 기간중 ‘하루 종일 아이들의 손가락질을 당했던 아이는 학교가 무섭다’고 합니다.
무릎을 꿇고 사죄하면서도 두 손을 모아 빌면서도 한 가지만 소원했습니다.
‘내 아이들에게 십대의 소중한 시간들을 다시 써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저희들이 학교가 무섭습니다.
아이들에게 개xx라니요.
저희는 분명 사람xx를 낳았고 그렇게 믿고 길렀습니다.
쓰레기 xx들, 더러운 xx들이라니요.
저희는 아이들에게 늘 청결하고 깨끗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세상에 어떤 부모가 아이들에게 이런 욕을 서슴지 않고 하겠습니까?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어떤 부모가 못난 자식, 잘못된 자식이라고 자식을 함부로 대하겠습니까?
저희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은 학교가 부모고 울타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은 자식이 아니라 그저 가해자고 피해자 일뿐이었다니, 그렇게 믿고 있었던 저희들의 잘못된 믿음이 원망스럽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교 폭력을 하는 아이들에 대한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폭력을 가하는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잘못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무조건 내 아이들의 잘못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아이들이 한달여동안 학교 측으로 당했던 모욕감과 잦은 구타.
그동안 몰랐고 지켜주지 못한 부모의 잘못을 이제는 아이들에게 저희가 빌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2장 10조에서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내 아이들에게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없다는 말입니까?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는 멍울에 갇혀 생리적인 현상도 죄로 치부되어 모욕을 받아야하고, 욕설을 들어야 하는 것입니까?
묻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생리중인 학생에게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에게 “피 냄새나고 피 묻으니 의자에 앉지도 말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이런 교육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교육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서 학교 교칙에 따라 내린 처벌은 달게 받게 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존엄성까지 무시한 체, 선생님들의 화풀이 대상으로 삼고 아이들의 인권마저 무시한 행동들에 대해서는 꼭 명확한 해명과 사죄를 받고 싶습니다.
저희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직접 학교에서 당했던 일들을 작성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그때의 일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게 미안해서 가슴을 치며 울었습니다.
아이들이 작성한 글들을 보며, 아이들이 당했을 일들을 생각하며, 아이들이 원망하고 혼자 아파했을 시간들을 생각하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잘못했다 윽박지르기만 했지, 아이들이 이런 아픔을 겪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아니, 상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에 아이들을 당당히 내놓겠습니다.
아니,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바른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내 아이들에게 세상이 자신들에게 원망과 매질이 아닌 따뜻하게 보듬어주기 우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학부모 대표 김현숙 : 010-6403-6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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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_인권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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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가해자 학생의 인권은 무시해도 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법입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