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울산교육희망선언(초안)]
교육은 개인과 공동체의 미래 희망을 키워가는 일이다. 희망을 키우는 일은 다른 어떤 일보다도 설레고 즐거워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짐이 되었다.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점수 따기 위주의 공부, 선행학습과 입시 사교육에 짓눌리고 있으며, 교사들은 어느 때보다 절망적인 교육현실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각종 국제적인 비교지표에서 나타나듯이 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은 최하위권이다. 학급당 학생수와 같은 교육여건이 열악하고,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은 세계 최고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 교육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이 없다. 이처럼 열악한 기본여건에도 국제학력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나타내는 것은 경쟁과 서열화를 통해 쥐어
짜낸 거품현상이다. 쥐어짜기에 의한 거품교육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그렇기에 오늘도 20년 전의 어느 아이처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외치며 세상을 등지는 아이들이 생기는 이유이다. 울산지역 또한 다르지 않다. 부자도시 울산의 교사 확보율, 교사 1인당 학생 수, 과밀학급 비율의 교육여건은 전국에서 최하위권이다. 이처럼 전국 최악의 상황에서 공부 하는 아이들에게 ‘학력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거품에 취해 아이들을 마지막 벼랑 끝으로 내모는 짓이다.
그러나 교육의 위기에 대응해 정부와 울산교육청이 추진하는 정책들은 공교육 포기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층과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정부와 교육청이 재력 있는 소수를 위한 특권적인 학교 설립과 차별의 제도화에 앞장서면서 평등한 교육을 받을 헌법적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 모든 학교가 최고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는커녕 모든 학생과 학부모를 특권 교육을 위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이처럼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시장주의 교육정책으로 혜택을 받는 것은 학원과 사교육 업자들뿐이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는 과거의 낡은 틀을 강요하면서 경쟁과 탐욕과 출세주의를 부추기는 교육 정책과 행정이 새로운 가능성과 시도를 가로막고 있다. 기초학력 진단이라는 미명으로 단편적인 일제고사를 획일적으로 강요하면서 수십억 원의 혈세를 낭비하는 정부와 교육청은 새로운 교육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교육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담으로 구매해야 할 상품이 아니라, 시민이라면 누구나 국가로부터 제공받고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다. 교육은 건전한 시민을 육성하는 일이자, 경제를 발전시킬 노동력을 기르는 길이며, 사회와 문화,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교육 행정과 학교 운영, 교실 수업은 ‘민주적인 소통과 자율과 자치의 시스템’이어야 한다. 어떤 강압적인 지시나 명령 체계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합의된 교육 목표와 교육 과정을 실현시키기 위한 긴밀한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율과 자치의 민주적인 원리가 살아 있어야 한다.
잘 하는 학생들을 더 잘하게 만드는 것에만 노력하기보다는 교육과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뒤떨어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 원인을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을 들여야 한다.
이제 교육문제는 교육부나 교육청 관료나 학교, 교사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제대로 풀릴 수 없다. 새로운 시대의 교육은 교육계 안팎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가능하다. 무너져가는 교육을 되살리려면 교사, 학부모, 학생들은 물론 사회단체, 지역사회 전문가, 정치인, 기업인, 문화예술인, 언론인 등 모두가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 2010년 교육자치선거는 이러한 노력의 출발점이자 전환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울산교육의 희망을 위해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첫째, 정부와 교육청은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모든 정책들을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이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교원 단체와 시민단체 등 교육 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해 온 모든 집단과 적극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둘째, 정부와 교육청은 실질적으로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제반 조처들을 취해야 한다. 부족한 교원을 확충하고,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이며, 학교 현장에 대한 불필요한 지시와 통제를 거두고,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교육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하여야 하고 교사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 협동과 지원으로 교육이 사회통합과 사회발전의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민주적인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의 절박한 교육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우리는 힘을 합해 나서고자 한다. 그렇게 해서 미래를 향해 가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낡은 과거의 틀 속에 가두려 하는 교육정책과 교육현실을 뛰어넘기 위해 새로운 성찰과 모색을 시작하려 한다.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대안을 설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사랑과 나눔과 배려를 가르치는 교육, 협력의 소중함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교육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울산시민과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
2009년 울산교육희망선언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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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울산교육희망선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