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수학교육과정 개편돼야 -오마뉴펌
독서, 토론, 어학교육 등 더 많은 기회 주어야한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와 수학 문제를 푸는 중에 이런 문제가 나왔다. "6과 9로 어떤 수를 나누면 모두 5가 된다. 어떤 수 중 가장 작은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문제였다. 물론 문제가 잘못된 것이기도 했다.
이 문제는 "6과 9로 어떤 수를 나누어도 나머지가 모두 5가 된다"로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이해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특별히 초등학교 5학년 아이에게는 말이다. 이 문제는 6과 9의 최소공배수를 묻는 문제이다. 그 최소공배수에 5를 더하면 주어진 내용에 합당한 가장 작은 수를 찾을 수 있다.
박사학위를 눈 앞에 둔 나조차 단순하게 풀 수 없는 이 문제를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풀어야 하는 오늘날 한국 초등교육의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것은 단순히 지식 위주의 우리 교육의 문제를 떠나 교육정책의 주도면밀한 연구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어 그 안타까움이 더하다.
현재 우리의 교육 정책은 식민주의적 교육 사관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학을 우리나라에서처럼 수준 높게 가르치는 곳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고작해야 일본을 위시한 몇몇 아시아권 국가와 일부 유럽 국가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수학 교육 수준을 높이지 않고 있다.
교육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가정할 때 수학 교육 수준만을 일방적으로 높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금 우리의 자녀들은 수학, 영어 등 과중한 교육 과정으로 인해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아이들은 이 두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다.
언어의 문제가 없는 저들에게 수학 교육의 부담마저 줄어든 상황이고 보니 저들의 교육의 짐이 얼마나 가볍겠는가? 이러한 이유로 인해 외국의 아이들은 더 많은 시간을 독서와 토론, 취미 생활, 전문성 확보 등 실질적인 지식과 교양 함양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면서도 여유로운 학창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학생들이 겪고 있는 교육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길은 수학 교육 과정의 개편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서 수학의 질을 조정하여 전문적인 수학이론은 대학 전공 과정에서 가르치고 고등학교까지의 수준을 낮춘다면 우선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그 줄어든 시간을 독서 및 어학교육과 같은 경쟁력 있는 지식 분야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과외 학습비 부담이 크게 감소해 가정 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전공과 관련이 없는 경우 수학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결국 의미 없는 학습 과정에 초중등 12년 과정에서 투자하는 비용은 소비적인 것이 될 뿐이다. 그 사회적 비용을 독서와 같은 분야에 투자한다면 우리의 교육 경쟁력은 훨씬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생각해 보라. 지금 우리의 수학 실력이 세계적인 수준이라지만 그에 걸맞는 세계적인 수학자를 배출하고 있는가? 우리는 원리를 중심으로 하기보다는 입시 문제 풀이를 중심으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높은 단계의 수학을 공부해도 실질적으로 새로운 원리를 창출하는 창의적인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투자는 입시를 위한 일시적인 투자가 되고 만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교육 정책을 입안하는 행정자들이 코페루니쿠스적 의식 전환의 의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제 그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이런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수학 교육 개편과 관련한 전문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 연구를 통해 고등학교 과정까지 어느 정도의 수준의 교육이 필요한지, 전문교육과정과 일반 교육 과정에서 다루어야 할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해야 할 것이다. 기초 수학 실력의 국제 경쟁력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면밀한 연구를 통해 수학 교육과정을 개편한다면 훨씬 더 긍정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얼마 전 외국의 고등학생과 우리의 고등학생들의 교육 현장을 비교하는 내용이 방송된 적이 있다. 저들과 우리의 차이점이 무엇이었는가? 결국 그 본질은 교육 과정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그리고 그 부담의 제 일 원인은 수학교육과정에 있다. 이 문제가 전향적으로 재연구된다면 한국 교육의 발전이 이룩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아이들을 향한 내 바람은 그 아이들이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사고를 하여 폭넓은 지식의 체험을 하면서 이 세상을 해석하고, 스스로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개척해 나가는 자유의지의 존재자들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 꿈을 어린이날 선물로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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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수학교육과정 개편돼야 -오마뉴펌 --- 이남수 날짜 2002-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