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위험천만 김상만!
번호 8498 분류 조회/추천 8
글쓴이 풀과모래
작성일 2007년 12월 26일 13시 20분 57초
늦게나마 김상만 교육감의 당선을 축하한다. ‘부모님이 이름을 잘 지어준 덕분’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으나, 난 그가 내민 공약들이 시민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와 선택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명박의 ‘경제’처럼 김상만의 ‘학력향상’이 시민들에게 점수를 더 받은 것이다.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그는 울산교육의 수장이 되었고, 그간의 울산 교육의 각종 문제점을 치유하고 이끌어가야 할 책무를 부여받았다. 이제 ‘선장’이 뽑혔으니 각자가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해서 망망대해를 잘 헤쳐 나가면 될 것이다.
그런데 취임 일성부터 무섭다.
[25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신임 김상만 교육감은 “학생들의 학력향상과 학교장의 학교경영 방침에 협조하지 않는 교원은 물러나게 하고, 일하지 않는 일반직 공무원은 퇴출하는 인사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교장·교감을 포함해 일하지 않거나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은 1차 경고한 뒤 2차 직위해제나 대기발령 등을 통해 퇴출하는 인사개혁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내년 2월 인사 때부터 개혁인사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서울신문 2007년 12월26일자)]
“학교장의 경영방침에 협조하지 않는 교원은 물러나게 하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협박이다. 이리저리 토 달지 말고 그럴듯한 말로 ‘해석’하지 말고, 언어가 갖는 현실적 느낌을 그대로 빌어 바꿔보면 “학교장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짜르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기사를 읽으면서 전두환 정권이 떠오른다.
법령을 떠나 일반 상식과 교육자적 양심에 비추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소위 ‘학교장 경영 방침’이 이곳저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김 교육감의 발언은 전제군주의 말처럼 ‘폭압’적으로 들린다. ‘성은이 망극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군대에서도 상관의 불법 부당한 지시는 따르지 않도록 되어 있다. 김상만 교육감은 ‘오버’하지 말고 초중등교육법 제20조 3항부터 차근하게 읽어보라. 갑작스런 신분의 변화로 판단력과 주의집중력이 분산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학교 현장에서는 속칭 ‘초짜 교감’을 만나는 경우 자주 느끼게 된다. ‘선장’은 아마추어도 아니고 ‘초보’여서도 안 된다.
나는 학력향상을 이루겠다는 그의 공약이 반드시 실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야 다음부터는 ‘학생 성적 높여드리겠다’는 ‘학원 경연 대회’같은 선거판이 사라질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지루하지만 김상만 교육감의 학력 향상 공약과 방안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우선, 나는 김상만 교육감이 울산 공교육의 수장으로 태어났으니 학력 문제를 당연히 공교육 안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김 교육감은 이 방안에 대해 선거 기간 내내 사설모의고사 제한과 학원심야교습시간 제한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다 아는 논쟁은 접어두고, 공교육 교육감이라면, “성적을 올리는데 모의고사가 필요하다면 마음껏 치게 하겠다. 하지만 학교에서 특정 업체의 영업을 대신하는 것은 자존심도 상하는 것이고, 또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높이는 것이니, 현행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모의고사를 학부모들의 요구에 맞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횟수도 늘리겠다.”고 말했어야 하지 않을까? 또 “학생 건강권이 다소 문제가 있지만 학원 안가도 공부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밤 12시까지 보충수업을 해서라도 학교 안에서 책임지겠다. 선생님들이 반대하겠지만 내가 나서서 설득 하겠다”고 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김 교육감은 이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얘기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계속’해서 학력을 ‘높이겠다’고 한 것이다. ‘지금’ 그걸 ‘계속’해서 ‘성적이 떨어졌다’고 하면서 말이다. 사설모의고사 제한 없이 치르고, 학원 늦게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력 향상을 위한 방안이란 말인가? 지금껏 그렇게 해 오지 않았는가? 그래서 학력이 떨어졌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다시 그렇게 하겠다고?
만일 그렇다면 김상만 교육감은 ‘퇴출’ 1순위다. 잘못된 방법으로, 성과가 나지 않는 방법으로 학력을 향상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그의 말대로라면 김 교육감은 ‘학력향상에 협조하지 않는 교육 수장’인 것이다.
진정 새 교육감이 제대로 ‘항해’하기 위해서라도 ‘위험천만한 김상만’의 자가당착에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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