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똑같이 잘하자"
어느 교사가 학생들에게 과제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3C'라는 서로 다른 세 가지 규칙을 적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지요. 세 가지 규칙은 협동(Cooperation), 경쟁(Competition), 대립(Conflict)입니다. 첫 번째 협동은 모든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요, 두 번째 경쟁은 자신의 문제에만 집중해서 가장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고요, 세 번째 대립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을 방해하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지요. 교사는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쟀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는 모두 무난했습니다. 협동의 경우, 학생들은 서로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여 문제를 풀었고, 경쟁의 경우, 모두들 자신의 답을 손으로 가리며 일등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세 번째 대립의 경우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다른 학생의 머리를 잡아당기자, 그 학생은 복수를 하기 위해 상대방 학생이 풀고 있던 문제가 쓰인 종이를 찢어버렸고, 다른 학생들이 합세해서 교과서를 빼앗아 가거나 지우개를 던지며 문제 푸는 것을 방해했습니다. 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지쳐버렸습니다.
결과는 두 번째 방법인 경쟁을 택한 조가 가장 빨리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 결과가 칠판에 적혔을 때 교사는 허허 웃기만 했습니다. 아마도 그 교사는 협동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임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하지만 스스로 혹은 강요에 의해 ‘내가 일등이 되겠다’는 경쟁에 지배당해 있는 학생들이 경쟁을 통해 가장 빨리 문제를 해결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결과도 시간을 쟀으니 더욱 그렇고요.
그런데 경쟁과 대립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이 있을까요? 내가 일등을 하기 위해 나 혼자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과 때로는 다른 사람의 공부를 방해하는 법도 터득해야 한다는 것 사이에요. 학교 밖에서는 어떻습니까? 다른 동네보다 하루라도 더 빨리 재개발을 해야 돈이 된다는 것과 안전을 무시한 강제진압으로 6명을 죽인 용산참사 사이에요.
우리가 살아 온 현실에서 경쟁이 생명을 앗아가는 대립으로까지 비화된 경우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리고 그 아픔이 얼마나 컸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이런 아픔을 치유하고자 ‘우리 모두 똑같이 잘살자’는 꿈을 꿔 왔습니다.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보편적 복지의 확대,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 등에서 과거보다 나아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 덕분입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꿈도 있습니다. 아이들 교육에서 ‘우리 모두 똑같이 잘하자’를 추구하자는 것이죠. 기득권층도, 노동자, 서민들도 모두 ‘내 아이 일등 만들기’ 경쟁에서는 양보가 없습니다. 속도전의 사회에서 효율적이었던 이 경쟁의 밑바탕에는 제2의 이명박, 제2의 이건희, 제2의 반기문을 향한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욕구를 바탕으로 현재의 교육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부모의 이기적 욕망을 확대재생산하는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결국 대다수 노동자, 서민에게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배신하게 만듭니다. 또한 다양성과 창의성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세대를 과거의 획일적인 속도전에 가두어버립니다.
졸업과 입학이 이어지면서 교육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때입니다. 교육, 모두가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데 결과는 모두가 불행해지는 안타까운 굴레입니다. ‘내 아이 일등 만들기’와 ‘우리 모두 똑같이 잘하자’ 사이에서 무엇이 나와 아이의 미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2009.2.11/고영호 참교육학부모회 울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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