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여론 나쁘다고 서둘러 바꾸는건 무책임”
한겨레|기사입력 2008-01-08 21:07
[한겨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등급 표기제 대신 점수제로 되돌리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학생들은 혼란스러워 했고 학부모·교사 등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칠 것”을 촉구했다.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는 8일 수능 등급제의 경과와 현황, 기대 효과 등을 살피기 시작했다. 정책 결정이 아직 초기 단계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수위 쪽은 수능 점수제 회귀 방침을 기정사실화하며, 적용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태도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입 자율화 공약’에 수능 점수제가 결합하면, 대입에서 다시 수능 비중이 커져 학생들이 학원 수능 대비반을 찾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수능 점수제 회귀’는 2002~2007학년도 입시처럼 수능 성적표에 표준점수·백분위·등급(1~9)을 병기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럴 경우, 이 제도가 시행된 6년 내내 그랬듯이 대학들은 ‘점수’만을 전형요소로 활용할 게 분명하다. 단 한 차례 시험의 1~2점 차이로 당락을 가르지 말자는 수능 등급제의 취지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수능 점수제가 고교 교과 성적인 내신, 논술 등의 비중을 떨어뜨리며 입시제도의 틀 자체가 뒤바뀌게 된다는 데 있다. 단지 성적표 표기방식의 변경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학생·학부모들은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광주 고교생 정아무개(16·1년)양은 “여론이 좋지 않다고 바꾸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며 “점수제로 바꾸면 반대하는 학생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주에 사는 고교생 이아무개(18·3년)양은 “제도에 조금 문제가 있지만 급격하게 바꿔서는 안 된다”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공청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비 고3 학부모 김아무개(47·경기 군포시)씨는 “교육부가 대학들에 내신 실질반영 비율을 높여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고 대학들도 그래서 내신 비중을 높이지 않았느냐”며 “수능 점수제로 가면, 이제부터 수능 대비에 매달려야 한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교사들은 수능 등급제 보완은 필요하다면서도, 급격하게 제도를 바꾸는 것에는 반대했다. 윤신혁 일산 대진고 교사는 “현 정부와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조급함 때문에 서둘러선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며 “수능 등급제 보완도 현장에 귀 기울여 차분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그동안 내신에 신경쓰라고 강조해 왔는데, 학생들에게 거짓말한 셈”이라며 참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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