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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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5 14:08: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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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호 |
 일제고사, 어떻게 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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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연대 회지 9월호 기고문]
경쟁
건축가들이 더 좋은 건축물을 짓는 것으로 경쟁하는 것, 의사들이 환자를 더 잘 치료하는 것으로 경쟁하는 것, 슈퍼마켓주인이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파는 것으로 경쟁하는 것, 나는 환영한다. 그런데, 10년, 20년 후에 건축가가 될지 의사가 될지 슈퍼마켓 주인이 될지 알 수없는 아이들을 국영수 시험 점수 많이 받기 경쟁시키는 것, 이거는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이미 출신과 배경에 따라 서로 다른 출발선에 있는 아이들을 똑같은 시험문제로 평가하고 줄서기 시키는 경쟁이라면, 이거는 정말 아니다.
일제고사와 학교별 성적 공개
10월 14일에는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국영수과사 5개 과목의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행된다. 이른바 일제고사라는 시험이다. 작년까지는 전체 학생의 4%만 표집해서 국가 교육과정 설계를 위한 정책연구자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교육당국의 학교성적 공개와 맞물려 학교 간 경쟁과 학교 서열화의 유력한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교육당국은 2010년부터 의무적으로 초중고교의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3등급으로 공개한다. 학교별 성적공개는 “교육에 경쟁의 숨결을 불어 넣어야 한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사를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경쟁을 통한 성장’을 강조하는 경제논리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것은 영국에서 실패한 교육시장화 정책의 복사판이다.
영국에서는 1980년 이후 학업성취도 평가와 학교 간 성적 공개를 통해 학교 간 경쟁과 교육 수요자의 학교선택권을 강화했다. 결론은 부동산 가격에 따른 학군의 양극화와 입시명문 학교를 찾아 나선 백인들과 중산층의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교육시장에서 힘없는 빈곤층은 버려졌다. 사립학교는 거대한 학교시장이 되어 학벌세습의 통로가 되었고, 학교 서열화로 인해 경영난과 학업실패를 반복하는 공립학교는 존폐위기에 내몰렸다. 이대로라면 우리 사회의 미래도 영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제고사, 학교 간 성적공개, 고교선택제 등이 세트로 완성되는 2010년을 지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출발선에서부터 벌어지는 학력격차와 사교육 시장으로 왜곡되어 있는 수월성교육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교육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길 뿐이다. 그러나 ‘미친 교육’으로 지칭된 정부의 교육정책은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을 것이다. 당분간 이 흐름을 눈에 띠게 바꿔내기도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이 어려울수록 꿈은 더욱 절실해진다. 일제고사를 보는 10월 14일, 획일적 시험경쟁과 학교서열화를 우려하는, 아니 이따위 시험을 싫어하는 학생, 부모, 교사들이 모여서 어제와는 다른 오늘, 시험과는 다른 교육을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다. 혼자로는 어찌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교육의 꿈을 같이 꾸는 것만으로도 아주 신날 것 같다.
겨우 하루로 뭐가 바뀔 것이냐고 묻는다면, 우리가 함께 꿈을 나누었던 하루가 모여 이틀이 되고, 그 이틀이 모여 열흘, 백일, 천일, 만일이 되는 것이 새로운 세상이라고 답하고 싶다.<2008/9/3, 고영호 참교육학부모회 울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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