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0 0 선생님께
아이를 학교에 보낸 후 선생님께 처음으로 드리는 글입니다.
처음이다 보니 많이 망설였고, 어떤 글을 쓸까 생각도 많이 했는데 여전히 설레고 떨리는군요. 특히나 일제고사와 관련한 글을 적으려니 떨리는 마음이 더합니다. 새 학기 업무로 바쁘실텐데, 난데없는 체험학습신청서로 선생님께 큰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아 걱정도 많이 되고요.
이번에 다시 치러지는 일제고사를 앞두고 0 0 이하고 지난 한달 동안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눠 왔습니다. 저는 0 0 이에게 일제고사 보는 날에 체험학습을 갔으면 하는 이유를 설명하였고, 0 0 이는 자기 마음을 솔직히 얘기했습니다.
저나 아이가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이번처럼 신중하고 진지하게 의논한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충분히 생각한 끝에 0 0 이는 체험학습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일제고사와 체험학습을 두고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갈등은 0 0 이가 감당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일이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저와 0 0 이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를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여건이 허락된다면 도움도 구하고자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있어 온 일제고사와 관련한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는 선생님께서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비록 교육분야에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이의 지난 학교생활 동안 아이와 얘기하고, 학교 일에 참여해 오면서 교육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제고사를 통해 학교와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서열화가 얼마나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지 잘 알게 되었지요.
선생님께서도 그간의 교육 경험을 통해 이 정책의 부작용이 어떤 것인지 느끼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0 0 이도 일제고사가 과도한 시험경쟁과 점수에 의한 서열화로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정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친구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컸습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자기 소신대로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했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리게만 여겼던 아이가 용기를 내서 마음을 먹는 것을 보니 참 대견스러웠습니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갖는 바람 중에 하나가 아이들이 ‘세상은 그런거야’ 라는 체념에 너무 일찍 빠지지 않고 용기 있고 바르게 성장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선생님께서는 0 0 이와 저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부탁이 있다면 이제 막 세상을 알아 가고 있는 아이의 용기 있는 결정을 그대로 존중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주변의 반응으로부터 상처를 입게 된다면 따뜻하게 감싸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일제고사에 대신해 체험학습을 신청해도 승인이 안 되고 무단결석 처리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을 감수하고 신청합니다만, 이런 불합리한 일들은 반드시 없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선생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내 건강하시길 소망합니다.
2009년 3월 24일
0 0 이 아빠 0 0 0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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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을 신청하면서 담임선생님에게 드린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