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5일자 부산일보에 난 기사를 퍼왔습니다.
지난 3월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이 개정된이후
전국의 학교에서는 학칙을 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정된 학칙에서조차 학생인권은 무시되고
개정전 학칙과 크게 다르지않은수준입니다.
학교만큼 변하지않는 곳도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현실이죠.
이런 상황에서 지역언론이 심층취재를 한 것은 상당히 모범적인 모습이라 보여지네요^^
울산에는 이런 언론이 언제나 생길까요?
[부산일보 펌]고등학교개정학칙으로 본 학생인권
부산일보, 부산 148개고 조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최근 개정된 부산 지역 고등학교의 학칙에 여전히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구시대적 조항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자치기구인 학생회 회장의 자격 요건으로 '사상 건전성과 신체 건강'이란 모호한 규정을 두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하는 단어를 학칙에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학교도 많았다.
부산시교육청은 교사의 직접체벌을 금지한 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각급 학교에 학칙을 개정하도록 '2011 학생생활지도 표준매뉴얼'을 배포한 뒤 지난 15일까지 인터넷 초·중등 교육정보 공시 서비스인 '학교알리미'에 공시하도록 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본보 취재진이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홈페이지에 공개된 부산지역 148개 고교의 학칙을 살펴본 결과 학생회·생활·선도·벌점 규정 등에 다수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해운대구 해운대관광고의 경우 학생회장 출마 요건에 '사상이 건전하고 신체 건강한 자'라는 차별적 조항을 두고 있었다.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고 장애인 학생의 출마를 막는데 악용될 여지가 있다. 같은 구의 부산골프고는 학생회 대의원들이 간선으로 뽑은 임원을 교사가 직접 비밀투표를 해서 직책을 부여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 학칙 상으로만 보면 교사가 학생회장을 선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진구 부산마케팅고는 법으로 금지한 학생 직접체벌을 할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해 물의를 빚었다.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정면으로 위배된 것이다. 취재가 시작되자 학교 관계자는 "매뉴얼을 잘못 해석했다. 최단 시일 내에 바꾸겠다"고 알려왔다.
수영구 부산동여고, 해운대구 부흥고, 금정구 남산고, 기장군 기장고와 부산장안고 등 다수의 학교는 여학생의 스타킹을 '살색'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가 인종차별의 소지가 있다며 지난 2005년 사용을 금지한 '살색'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시교육청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교육청은 생활지도 매뉴얼에 '여학생에게 성폭행을 가한 남학생'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해 '여학생=피해 대상, 남학생=가해자'라는 고정관념을 고착화 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한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이재희 소장은 "실제 최근 사례를 보면 남학생이 남학생을 성적으로 괴롭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서신 검열, 각종 집회 참여 금지, 지나친 두발·복장 제한 등 학생들의 인권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구태의연한 규정들이 많아 학칙이 1970~80년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권교육센터 고은채 상임활동가는 "지금까지의 학칙은 통제에 중점을 두다 보니 인권을 침해하는 초헌법적 규정이 많다"며 "학생도 존엄성이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하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시대 상황에 맞도록 학칙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허선도 창의인성복지과장은 "문제가 있는 규정들은 전체적으로 검토해서 시정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심층기획팀= 이재희·박세익·이자영 기자 deep@busan.com
[개정 '고교 학칙' 들여다보니] 머리핀·양말·속옷 색깔까지 사사건건 '간섭'
부산지역 학교들이 학칙에 정치적 발언 금지, 서신 검열, 대외 활동 제한 등 구시대적 규정을 그대로 남겨두고 있어 인권 침해 논란마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25일 오전 방학을 한 부산 모 고교 학생들이 보충수업을 위해 등교하는 모습. 김경현 기자 view@
부산지역 고등학교의 학칙에 여전히 학생은 없었다. 학생들의 편지는 아직도 사전 검열 대상이고, 중앙현관은 선생님만 사용할 수 있다. 두발은 단정하게, 신발은 '학생다운' 것을 신어야 한다. 21세기 학생들을 20세기 학칙 속에 계속 가둬둬야 할까?
■21세기 학생, 20세기 학칙
학생회는 1980년대 학도호국단이 해체되면서 부활했다. 군부정권은 못 미더웠던지 단서조항을 달았다.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시 학교장은 그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는 것. 민주화 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판이었다. 이 조항은 20년이 지나도록 일부 학교에 유지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불온문서를 고의로 은닉했거나 탐독 또는 제작, 게시, 낙서, 살포한 자'는 최고 퇴학처분이 내려진다. 이 학칙은 대다수 학교에서 그대로 남아 있다. 음란 서적이나 음란 CD 등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별도로 마련된 마당에 정작 '불온문서'가 무엇을 지칭하는 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한 현직 교사는 "예전 독재정권 시절의 학칙이 그대로 잔존하고 있다. 원래는 학생들의 사상을 검열하겠다는 의도였다. 헌법에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걸 통째로 부정하고 있는 구태의연한 조항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우측통행'을 권고하고 있지만 아직 '좌측통행'을 고집하고 있는 학교도 여럿 있다. 단순한 실수일 가능성이 크지만, 학칙 개정이 얼마나 무성의하게 이뤄지는 지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또 학생에게 온 편지를 교사가 먼저 뜯어보는 것은 물론 학생회장 출마자의 연설문을 사전에 교사에게 보여주도록 하는 규정도 있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 부산진구 부산진여고와 양정고는 '신앙을 이유로 정상적인 학교수업 또는 국가의식을 거부한 자'는 퇴학이나 출석정지 처분을 받게 돼 있어 종교의 자유마저 침해하고 있다. 또한 양정고 학칙은 '결혼 및 결혼과 동일한 상태에 있는 자'도 퇴학 처분을 하게 돼 있어 만 18세 이상이면 부모의 동의하에 결혼이 가능한 민법에 배치된다는 비판이다.
'중앙현관 출입 금지' '운동장 횡단 말라'
금지·규제만 수두룩… 동아리활동도 제약
편지 사전 검열 등 구시대적 조항 그대로
■학생을 위한 교칙은 없다?
영도구 영도여고 학생들은 중앙현관을 사용할 수 없다. 건물 양쪽 출입구로만 드나들어야 한다. 그러나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수영구 부산남일고에서는 아침 등교 때 운동장을 가로지르면 벌점 3점을 각오해야 한다. 자율보다는 '질서'라는 틀 속에 학생들을 가두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학교는 복장과 두발을 규제하는데 여전히 공을 들이고 있다. 머리카락의 길이나 양말과 속옷 따위의 색깔, 머리핀 등 장신구 종류 등을 놀라울 만큼 구체적으로 학칙에 적시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보기 좋은' 학생을 관리하는 사이에 개성은 실종되고 창의력이 말살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학생회 임원도 학교의 '입맛'에 맞추려는 조항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부산진구 부산동고의 경우 학급 반장은 품행이 방정하고 직전 학기 내신이 상위 30% 이내여야 한다. 해운대구 해운대여고의 학생회장은 성적이 상위 10% 이내여야 출마가 가능하다.
부산진구 부산마케팅고의 학생회장은 학생 50명 이상과 담임 등 교사 2인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생활지도부 교사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비로소 후보로 확정된다. 북구 금곡고는 교사 6인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학칙에 내걸었다.
지난해 대안 학칙을 만들어 공개했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활동가 공현 씨는 "학생회는 성적 기준으로 회장을 뽑는 우수생을 위한 기구가 아니다"며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을 때 재산이나 학력을 두고 자격을 제한하는 일이 없듯이 학생회장도 학생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학칙에서 뭘 배울까
학생들의 배움터가 돼야 할 학교의 각종 규칙들이 '비교육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학생들은 교과서를 통해 '정치'를 배우지만 정작 현실 정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발언을 할 수 없다. '교내외 집회 참가 금지'를 규정한 학칙들이 많기 때문에 촛불 시위나 환경운동 집회 등에 나섰다가는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북구 삼정고의 학칙에 따르면 '정치성이 짙은 언행을 한 학생'은 특별교육 또는 퇴학까지 당할 수 있다. '정치성이 짙은'이라는 규정 자체도 모호해 주관적 해석이나 적용이 가능하다는 맹점이 있다.
또 많은 학교가 '학교장의 허락 없이는 서클이나 단체활동을 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어 학생들의 자발적인 동아리 활동 역시 제약을 받고 있다. '학교장의 허가 없이 대외 행사에 출품 또는 참가해 명예를 훼손한 학생'을 징계 대상으로 삼는 학칙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학생들의 대외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학생들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 김정숙 정책실장은 "학칙을 개정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받도록 돼 있지만 이 절차 자체가 형식적이라 학생들의 민주교육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구태의연한 의사 결정 구조에 길들여진 교사와 학부모들부터 인권 교육을 받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학칙을 학생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층기획팀=이재희·박세익·이자영 기자
별난 학칙 어떤 게 있나
'선생님을 부를 때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쌤"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만덕고)
부산지역 고교 학칙들을 살펴본 결과 학교가 이런 것까지 규정하나 싶을 정도로 별나고 기발한 학칙들도 있었다.
선생님을 '쌤'이라 부르지 마라
미팅 주선자는 사회봉사 대상
가방 B4 크기 이하 땐 벌점 2점
금정여고는 학생들이 '금전 거래가 있는 모임' 즉, 계모임을 하면 사회봉사에 처하도록 해놓았다. 입 닦은 휴지를 아무 데나 버리거나 휴지를 여러 장(5장 이상) 빼내어 가지고 오는 사직고 학생은 벌점 1점을 받는다. 인근 사직여고에서는 머리카락을 염색했다가 적발되면 원래 머리색이 나올 때까지 매주 생활지도부의 확인을 받도록 했다.
부산예술고는 꽃이나 케이크 등을 교내로 배달시키면 벌점 3점을 주고, 미팅을 주선한 혜화여고 학생은 사회봉사를 해야 한다. 부산공고는 '휴대전화 기종을 자주 바꿔 부모님께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조항까지 학칙에 넣어두고 있다.
한때 학생들 사이에 작은 사이즈의 가방이 유행하자 바로 규제가 뒤따랐다. 부산예술고는 '등판이 B4용지보다 작은 가방'을 메면 벌점 2점을 준다. 경원고의 경우 가방 길이가 35㎝ 이상이어야 하고, '세웠을 때 쓰러지지 않는' 가방은 금지하고 있다. 특히 '책을 세 권 정도 넣고 세웠을 때 가로 28㎝, 세로 35㎝ 이상이 돼야 한다'고 구체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배정고는 '전자담배의 소지 및 흡입을 절대 금한다'고 명시했다. 새로 등장한 전자담배 등을 피우면 곧장 '학교 봉사'를 해야 하는 벌점 40점을 부과한다. 급격히 변하는 세상에 학칙도 덩달아 진화한 것이다.
동래원예고는 특이한 흡연 적발 규정을 뒀다. 학생의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 경우 '교사 3인이 공동으로 인정할 때' 담배를 피운 것으로 간주하고 처벌한다. 동의공고는 '흡연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세 번 이상 적발되면 학생을 '퇴학'시키도록 했다.
교과부가 체벌을 금지하자 다양한 훈육법도 등장했다. 만덕고는 '명상의 시간(시 암송)'과 함께 '108배 절하기 3회 이상'을 훈육의 방법에 넣었다. 부산에너지과학고도 벌칙 가운데 '사제동행 산행', '교가 제창', '두드림(북치기) 훈육' 등 여러 대안을 마련했다. 심층기획팀
'선생님을 부를 때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쌤"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만덕고)
부산지역 고교 학칙들을 살펴본 결과 학교가 이런 것까지 규정하나 싶을 정도로 별나고 기발한 학칙들도 있었다.
선생님을 '쌤'이라 부르지 마라
미팅 주선자는 사회봉사 대상
가방 B4 크기 이하 땐 벌점 2점
금정여고는 학생들이 '금전 거래가 있는 모임' 즉, 계모임을 하면 사회봉사에 처하도록 해놓았다. 입 닦은 휴지를 아무 데나 버리거나 휴지를 여러 장(5장 이상) 빼내어 가지고 오는 사직고 학생은 벌점 1점을 받는다. 인근 사직여고에서는 머리카락을 염색했다가 적발되면 원래 머리색이 나올 때까지 매주 생활지도부의 확인을 받도록 했다.
부산예술고는 꽃이나 케이크 등을 교내로 배달시키면 벌점 3점을 주고, 미팅을 주선한 혜화여고 학생은 사회봉사를 해야 한다. 부산공고는 '휴대전화 기종을 자주 바꿔 부모님께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조항까지 학칙에 넣어두고 있다.
한때 학생들 사이에 작은 사이즈의 가방이 유행하자 바로 규제가 뒤따랐다. 부산예술고는 '등판이 B4용지보다 작은 가방'을 메면 벌점 2점을 준다. 경원고의 경우 가방 길이가 35㎝ 이상이어야 하고, '세웠을 때 쓰러지지 않는' 가방은 금지하고 있다. 특히 '책을 세 권 정도 넣고 세웠을 때 가로 28㎝, 세로 35㎝ 이상이 돼야 한다'고 구체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배정고는 '전자담배의 소지 및 흡입을 절대 금한다'고 명시했다. 새로 등장한 전자담배 등을 피우면 곧장 '학교 봉사'를 해야 하는 벌점 40점을 부과한다. 급격히 변하는 세상에 학칙도 덩달아 진화한 것이다.
동래원예고는 특이한 흡연 적발 규정을 뒀다. 학생의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 경우 '교사 3인이 공동으로 인정할 때' 담배를 피운 것으로 간주하고 처벌한다. 동의공고는 '흡연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세 번 이상 적발되면 학생을 '퇴학'시키도록 했다.
교과부가 체벌을 금지하자 다양한 훈육법도 등장했다. 만덕고는 '명상의 시간(시 암송)'과 함께 '108배 절하기 3회 이상'을 훈육의 방법에 넣었다. 부산에너지과학고도 벌칙 가운데 '사제동행 산행', '교가 제창', '두드림(북치기) 훈육' 등 여러 대안을 마련했다. 심층기획팀
[사설] 시대에 뒤떨어진 고교 학칙 확 뜯어고쳐라
'21세기 학생들을 20세기에 가두어 두는 족쇄.' 부산지역 고교 학칙의 전근대성을 지적하기에 가장 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본보 취재팀이 부산지역 148개 고교의 학칙을 조사한 결과 실제 시대착오적이고 비교육적인 독소 조항들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회장 출마 요건에 신체 장애 제한을 두는가 하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그 의미마저 알 수 없는 '불온문서' 소지자에 대한 처벌규정까지 두고 있었다. 또 건물 중앙현관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가 하면 등교 시 운동장을 빙 둘러가도록 강제하거나 심지어 속옷 색깔까지 규정하고 있었다. 학칙만 봐서는 지금이 일제강점기인지, 군사독재시대인지 알 길이 없을 정도다.
학칙은 학교 운영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다. 평소에는 필요성이 잘 드러나지 않을지 몰라도, 그 규칙은 사회의 변화에 대해 학교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근거가 된다. 나아가 이 규칙에 담긴 원칙은 학교의 대처 방향에 대한 좌표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학칙은 다른 어떤 규정보다도 민주적이어야 하며 또 교육적이어야 한다. 교장의 개인적인 교육 철학에 우선해 우리 사회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 하지만 교사들의 무관심 혹은 의도적인 방기 속에서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각 학교에서는 최근 일제히 학칙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은 일단 교사의 직접체벌 금지와 관련된 것이었지만, 학교마다 학칙을 점검하면서 다른 여러 문제점들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체벌규정뿐 아니라 다른 여러 독소 조항들도 확 뜯어고쳐야 한다.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 되는 불필요한 규제와 단속 조항만 빼곡한 학칙 속에서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서조차 창의성을 기대할 수 없는 사회에는 제대로 된 미래도 없지 않겠는가.
'21세기 학생들을 20세기에 가두어 두는 족쇄.' 부산지역 고교 학칙의 전근대성을 지적하기에 가장 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본보 취재팀이 부산지역 148개 고교의 학칙을 조사한 결과 실제 시대착오적이고 비교육적인 독소 조항들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회장 출마 요건에 신체 장애 제한을 두는가 하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그 의미마저 알 수 없는 '불온문서' 소지자에 대한 처벌규정까지 두고 있었다. 또 건물 중앙현관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가 하면 등교 시 운동장을 빙 둘러가도록 강제하거나 심지어 속옷 색깔까지 규정하고 있었다. 학칙만 봐서는 지금이 일제강점기인지, 군사독재시대인지 알 길이 없을 정도다.
학칙은 학교 운영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다. 평소에는 필요성이 잘 드러나지 않을지 몰라도, 그 규칙은 사회의 변화에 대해 학교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근거가 된다. 나아가 이 규칙에 담긴 원칙은 학교의 대처 방향에 대한 좌표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학칙은 다른 어떤 규정보다도 민주적이어야 하며 또 교육적이어야 한다. 교장의 개인적인 교육 철학에 우선해 우리 사회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 하지만 교사들의 무관심 혹은 의도적인 방기 속에서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각 학교에서는 최근 일제히 학칙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은 일단 교사의 직접체벌 금지와 관련된 것이었지만, 학교마다 학칙을 점검하면서 다른 여러 문제점들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체벌규정뿐 아니라 다른 여러 독소 조항들도 확 뜯어고쳐야 한다.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 되는 불필요한 규제와 단속 조항만 빼곡한 학칙 속에서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서조차 창의성을 기대할 수 없는 사회에는 제대로 된 미래도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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