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에 의지한 무력한 교권을 생각한다
참교육 칼럼
2011년 01월 23일 (일) 충청타임즈 webmaster@cctimes.kr
조종현 <전교조 충북지부 정책실장>
먼저 고백할 일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가끔 '교육적 목적'이라는 미명하에 아이들에게 회초리를 댄 적이 많다. 물론 전체적인 과정에서 일부의 방법으로 사용됐지만, 그것이 타인에 대한 폭력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 진보교육감들의 파격적 행보가 뉴스를 장식한다. 기존에,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꿈'이라고 여겨 감히 말하기도 힘들었던 것들이 교육청의 '공문'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반가운 현실임에는 틀림없다.
그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인권조례' 제정과 관련된 것이다.
우리 근대교육의 시작은 사실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 학교는 군대의 모습을 갖추었고, 또 그러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학교에서 '교육'이라는 가치 지향의 일보다는 '통제와 관리'의 대상인 학생들에게 '규율과 복종'이 강요됐다.
광복 이후에도 우리 교육은 변하지 못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친일파들은 친미파로 부활했고, 그들이 다시 우리 사회를 지배했기에 우리 교육은 바뀔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후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을 거치는 가운데에도 예전의 지배 세력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우두머리로 군림했다.
필자도 그 시절에 학교를 다녔고, 이러저러한 '교육적' 목적으로 행해지는 각종 폭력을 '가르침의 한 과정'으로 당연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교사가 된 이후에, 아무런 생각없이 과거의 방법을 활용했던 것이다.
학생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란 수준이 참으로 형편없다.
특히 엊그제 교과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아마도 경제학 박사일 터인데, '간접 체벌 허용' 등을 담은 '학교문화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이에 호응하는 보수적 교원단체의 반응을 보면 아연할 따름이다. 충북 교총은 '교과부의 발표가 약간 미흡하지만, 이번 조치로 교권과 학습권이 보장될 것 같다'는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삼척동자도 이렇게 되묻는다.
"그렇다면 체벌을 하지 않으면, 교권은 사라지는 건가요?", "샘들은 체벌할 수 있을 때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나요?", "회초리 또는 벌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면 학생들이 벌떼처럼 샘들을 공격하나요?"라고 말이다.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일부 문제 학생들 역시도 우리가 '교육적으로 보듬어야 할 아이들'인 것이다.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고양시키는 것,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회적 인재로 길러내는 것이 교육이라면, 소수이겠지만 그런 학생들에 대한 더욱 적극적이고 면밀한 계획이 우선돼야 할 일이지 '강제 전학'등의 징계벌로 배제시킬 것을 요구하는 것은 '교육자 집단'의 성명 치고는 참으로 유치할 뿐이다.
학생인권=체벌금지=교권추락이라는 사회적 논점이 정확히 우리 사회의 '인권지수'를 보여주는 수준이다.
소위 진보적인 사람들조차도 마치 학생인권이 체벌 금지와 등치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온전한 의미의 학생인권은 체벌 금지를 포함해 학습자의 전면적 발전으로서 교육 받을 수 있는 모든 부분에 대한 권리인 것이다. 즉 다시 말해서, 편안하게 쉬면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권리, 좋은 시설과 좋은 선생님께 배울 수 있는 권리, 강제적인 일제고사와 정기고사, 보충수업과 타율학습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학벌로 굳어진 대학의 순위표를 보면서 자신의 등급을 끼워 맞추지 않을 권리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소위 '체벌 찬성론'자들에게, 또 그 찬성론자 중에서 교사들이 있다면 스스로 학습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가운데 교육적 목표를 성찰할 수 있는 자기 연마를 당부하고자 한다.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다. 수업도 너무 많고, 교실에 아이들도 너무 많고, 교장 교감 선생님이 요구하는 학교 잡무와 공문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시험도 많고, 교육청에서 요구하는 각종 성과 지표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시대는 인권의 바다로 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요구할 것은 시대를 거스르자고, 학교를 군대로 만들자고 할 일이 아니다. 바다에 나가서 바다에 걸맞은 항해를 할 수 있도록 교과부와 교육청이 제대로 된 여건과 연수를 해 달라고 요구할 일이다. 물론 몇몇 교육청들이야 '교과부 눈치'만 보느라 영혼을 팔아 먹은 탓에, '인권'이라는 고귀한 가치에 매우 소극적이긴 할 것이다.
체벌금지가 곧바로 교권추락이라고 과대포장해 학교를 과거의 굴레 속에 가두려는 사람들이, 진정 교권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교권은 진정한 스승만이 가질 수 있는 권한이고, 또한 강요보다는 학습자들의 자연스러운 존경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위 진보교육감들의 '인권에 대한 긍정적 변화'에도 사실은 우려스러움이 있다. 4년 임기가 길지 않기에 아마도 급한 마음을 가졌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충분히 고양시키기 위한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토론을 보장하는 것이 더 더욱 중요한 시절이다.
체벌에 의지한 무력한 교권을 다시 생각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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