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서/언론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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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3 12:46: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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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지부 |
 [시론]‘그들만의’ 선택권은 폐지돼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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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그들만의’ 선택권은 폐지돼야 한다
윤숙자 |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
요즘 공부를 좀 한다 치면 초등학생도 외국어고 가는 게 꿈이다. 중학생이 된 조카도 외고 진학이 목표다. 자기는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시작해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심야학원을 다니는 어린 조카가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민족 대이동이 이루어지는 명절날 하루 전까지도 특목고 대비 학원가는 불야성이다. 입시명문고인 특목고 입학 여부로 요즘 유행어인 ‘루저’의 딱지가 왔다 갔다 한다. 아이들 심정이 그러하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외고에 보내려면 학원비로 최소 2000만~3000만원은 써야 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되어 있다.
‘외고 폐지’ 논란으로 2009년 연말이 온통 뜨겁다. 이번에는 해결될까? 정말 그런 날이 올까? 그다지 큰 기대는 없지만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않고 있다. 10월 한나라당 내부에서 ‘외고 폐지’ 주장이 나왔을 때 진보진영은 당혹스러웠다. 지금의 여당이 야당이던 시절, 그들은 ‘외고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좌파’로 몰아세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새 한나라당에까지 ‘좌파세력’이 ‘침투’했나 싶을 정도로 이번에는 ‘생각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외고 폐지를 들고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 중 많은 수가 외고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는 것도 한 가닥 희망이다.
외고의 특권적 학생 선발권
그러나 외고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7일 동국대에서 진행된 외고 제도 개선에 대한 공청회 도중, 방청석에 앉아 있던 외고 교장단이 집단적으로 퇴장하는 ‘단체 행동’으로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외고의 이러한 행동은 사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 10여년간 외고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반발하면서도 ‘선발 방식의 일부 변경’으로 위기를 모면해 왔다. 이번에도 듣기평가와 구술면접을 폐지하고 내신과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하겠단다.
영어 듣기평가, 구술면접을 폐지하고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 사교육비가 과연 줄어들까? 전과목 내신 사교육과 입학사정관제 대비 사교육으로 이름만 바뀔 뿐이라는 걸 학부모는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학원가에서도 입학사정관제로 인해 학생들이 ‘스펙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으며 학부모들 역시 초등학생 때부터 여러 가지 ‘스펙 관리’를 위한 사교육비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외고 문제의 핵심은 사실 일반계 고교와는 다른 특권적인 학생 선발권에 있다. 지난달 27일 공청회에서도 연구진은 특목고라는 이유로 외고에 부여하고 있는 선발권을 ‘특권’이요, ‘불공정게임’이라고 밝혔다. 그러므로 학문적으로도 합의되지 않은 모호한 개념인 ‘영어 영재’ 조항을 삭제하는 ‘외고 폐지’를 외고 제도 개선의 전제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고 수준으로 학생 수를 줄이고 학과별로 모집한다는 전제하에 외고를 존속시키는 안을 여러 가지 안 중의 하나로 내놓았다. 이는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며 외고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이 밖에 공통적인 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 일반계고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은 국제고를 제외한다면 의미 있는 안이다. 외고가 자율형 사립고, 일반계고로 전환하고 선지원 후추첨하는 방안이나 정두언 의원이 입법 발의한 안처럼 특성화고로 전환하여 선지원 후추첨하는 방안은 진일보한 안이다. 그러나 국제고가 포함될 경우 결국 외고는 국제고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외고 폐지 논란이 기득권세력의 저항에 밀릴 경우 결국 국제고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0대들에 ‘루저’ 딱지 강요
교육재정 감축으로 대다수 평범한 아이들이 다니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육여건은 이른바 ‘수월성 교육’에 밀려 재래시장처럼 낙후되어 있다.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이라고 주장하는 외고와 같은 ‘명품 학교’는 부모의 경제력이 선택권의 기준이 된다. 결국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선택권에 밀려 대다수 평범한 우리 아이들은 소외되고 너무 이른 나이에 ‘루저’가 되는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외고를 폐지하는 것이 ‘만인의 탁월성 교육’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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