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교육청과 학교는 인권이 살아숨쉬는
민주적인 학칙 개정을 위해 노력하라!
울산광역시 교육청의 지난 15일 생활지도 담당교사 연수자료에 의하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단위학교는 기존의 학칙을 전면 제·개정해야한다. 이에 ‘학생인권조례제정 울산시민모임’에서는 졸속처리를 경계하며 다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한다.
우선 가장 논쟁이 되는 지점은 간접체벌의 다른 표현인 ‘교육벌’과 ‘출석정지’제도이다.
분명히 밝히면 교육벌은 간접체벌의 다른 표현이고 크게 보면 체벌의 범주에 속한다.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2011.03.02. 보도자료)에서 밝혔듯이 간접체벌은 학생에게 상당한 심리적 고통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신체적 고통에 비해 더 안전하다거나 덜 고통스럽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교육벌은 또한 학생인권을 보장하고 체벌을 금지하고자 한 ‘초중등교육법’의 입법목적에 어긋나며,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인간)의 인권보장 취지에 역행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교육벌이라는 표현으로 간접체벌임을 숨기고 상급기관이 학교 현장에 ‘운동장 걷기 등’의 예시를 제시한 것은 오히려 체벌을 제한적으로 권장하고 인권에 역행하는 규정을 만들 것을 권유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출석정지제도를 보면 ‘교사지도 불응, 교내폭력 행사 등의 문제행동을 일으킨 학생에 대한 지도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라고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출석정지 기간은 학교생활기록부 출석상황란에 ‘무단결석’ 일수에 기록되어 상급학교 진학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 출석정지는 1회 10일 이내, 연간 30일로 제한하여, 징벌의 남용을 예방하고, 학생의 조기 학교복귀를 돕도록 하였다.
- 출석정지 30일 이후에도 문제행동을 계속한다면, 학부모와 상담 후, 특별 치료를 실시하거나 대안교육 위탁교육 등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출석정지제도는 학습권 자체를 박탈하면서 학교생활기록부에 ‘무단결석’으로 기록되어 상급학교 진학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이중처벌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헌법에서도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때에는 최소화에 그치고 명확하게 규정해야한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출석정지제도는 학생의 학습권과 신체의 자유, 인격권 등 제반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제한규정은 명확하게 법령으로 규정해야지 학칙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면 교사를 비롯한 학교는 학칙에 명시되어있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고 심각한 인권침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 외 학생자치법정 등 여러 가지 제도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학교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교육의 장이어야함에도 협력보다 경쟁을 우선시하는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기구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론을 의식한 전시성 기구에 오히려 학생들에게 불신감만 키우지 않을까 우려된다.
절차상의 문제점도 아울러 지적한다.
제·개정절차 방법과 예시를 보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전에 학교생활규정 제·개정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6단계를 거치도록 되어있다. 이 중 3번째 순서인 학교구성원 의견수렴은 시간에 제한없이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경기도 시흥의 장곡중학교의 사례를 보면 의견수렴기간만 7개월 가까이 소요된 것을 보면 의견수렴이 얼마나 신중히 진행되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한다. 다음달까지 완료할 것을 주문한 교육청의 요구에 각 학교의 규정이 졸속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릇 법이라는 것은 법의 적용을 받는 이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었을 때 실효성을 가진다. 기존의 학칙은 학생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있고 이마저도 당사자인 학생의 의견을 철저히 차단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나아가 교사 스스로도 속내를 드러내놓지는 못한 분위기에서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는 규정에 얽매여 학생과 마찰을 빚는 경우는 학교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한국사회는 학생인권에 대한 존중의식이 척박하여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이다. 오히려 학생인권을 존중하면 교권이 추락한다는 무책임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인권은 교문앞에서 멈춘다’라는 표현은 교사와 학생의 권리가 철저히 보완적이고 협력적이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 교육청은 해당학교에 ‘충분한 시간속에 학생, 교사, 학부모의 의견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신중하게 수렴할 것’을 요구할 것을 촉구한다.
- 해당 학교도 인권존중이라는 원칙에 입각하여 구성원 모두가 수긍하고 준수할 수 있는 민주적 학교생활규정을 제·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2011. 04 25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울산 시민모임
|
|
|
성명서/언론보도
132
7
4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울산 시민모임 기자회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