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된 전북 일제고사와 교원평가>(전주=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제16대 김승환 전북교육감
1일 전북도교육청 회의실에서 열린 '제16대 김승환 교육감 취임식'에서 김 교육감이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진보교육감 vs 교과부…곳곳 충돌 현실화>(종합)교과부 "교원평가 거부시 법적 조치"김승환 전북교육감 '수업평가제' 도입키로김승환 교육감 "일제고사 선택권 학생에게 맡겨야"진보성향 김승환 전북교육감 시대 출범
김승환 "전국 일제고사, 교원평가 거부하겠다"
교과부 "교육감 거부권한 없고, 법적조치할터"
진보성향의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오는 13일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일제히 치러지는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와 지난 1월부터 전면 실시하고 있는 정부의 교원능력개발평가제(교원평가)를 거부키로 해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일제고사의 경우 김 교육감은 "일제고사 선택권을 학생에게 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교과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교육감과 각급 학교는 일제고사 실시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교원평가제와 관련해서도 김 교육감은 "대표적 '교사 줄세우기' 정책"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혔고, 교과부는 "교원평가 거부시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며 강경한 태도여서 이 두 정책이 전북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를 두고 일선 학교와 교사들은 교과부의 정책을 따를지, 아니면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교육감의 지시를 따라야 할지 몹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핫이슈 된 일제고사...일선 학교들 "혼란스럽다"
김 교육감은 교과부의 전국 일제고사 실시와 관련해 "일제고사 선택권을 전적으로 학생에게 줘야 한다"며 "일제고사 실시 여부는 교육감이 결정해야 할 권한이지 교과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월권이다"고 최근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지난 5일 시·군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일제고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을 위해 대체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일제히 보냈다.
그의 이 같은 지시는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대체학습을 희망할 경우 일선 학교 교사와 교장은 이를 사실상 승인하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교과부는 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대체학습을 승인한 교사와 학교장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중징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13일 전국 일제고사 실시를 앞두고 전북 도내 일선학교 교사와 교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2008년 10월과 2009년 10월 두 차례나 학생들에게 일제고사 대신 현장체험 학습을 승인해 한때 교장이 중징계를 받은 장수중학교의 경우 신경이 매우 예민한 상황이다.
이 학교 김인봉(56) 교장은 지난 3월 일제고사를 거부한 혐의로 정직처분을 받은 후 최근 복직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달 28일부터 다시 연가를 내고 쉬고 있어 김종현 교감이 사실상 학교를 이끌어 가고 있다.
김 교감은 "도교육청 지시에 따라 각 가정에 일제고사 참여 여부를 묻는 가정 통신문을 보냈다"며 "통신문에 일제고사 불참을 표시한 학생에 대해서는 학부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참여를 권장하고 그래도 반대하면 별도로 마련한 교실에서 시험 과목과 연계된 수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사들은 공문대로 하면 된다"며 "일제고사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에 대해서는 별도로 마련한 교실에서 시간표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시내 한 중학교 교장은 "도교육청은 학생에게 일제고사 선택권을 주라고 지시하고, 교과부는 일제고사 대신 대체학습을 승인한 교사와 교장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하겠다고 해 일선학교는 정말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로에 선 교원평가...일선 교사 "학부모가 교사 평가하는 건 잘못"
김 교육감은 "현행 교원평가제는 교과부의 생각과 달리 평가 결과가 인사와 급여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대표적인 '교사 줄세우기' 정책이다"고 지적하고 "이를 수업평가 방식인 '자율적 교육평가'로 개선해 하반기부터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지난 1일 취임과 동시에 '교원평가 규칙에 대한 폐지 규칙(안)'을 도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입법예고하고, 규칙 폐지를 30일까지 확정할 방침이다.
그의 이 같은 절차는 사실상 정부의 교원평가제를 거부하고 수업평가 방식인 자율적 교육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돼 정부와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육감이 정부의 교원평가제를 폐지하는 대신 수업평가제 도입을 추진한 것을 두고 전북 도내 일선 학교 교사들은 내심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다.
장수중학교 김종현 교감은 "학부모가 해당 교사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더욱이 동료 교사를 평가한다는 것도 정말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감은 "교육현장에서는 평가 결과가 공개되기 때문에 굳이 같은 교사에게 점수를 낮게 줘 '욕먹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내가 좋아하는 교사에게는 점수를 후하게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귀띔했다.
그는 "그런 측면에서 현행 교원평가제보다 김 교육감이 추진하는 수업평가제가 더 나은 것 같다"며 "이런 분위기는 다른 학교도 비슷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전주시내 한 고등학교 교사도 "현행 교원평가제는 자칫 교사에 대한 '인기투표'로 변질할 우려가 크다"며 "이런 식으로 교사를 평가하면 교사는 앞으로 학생에게 공부와 인성교육을 가르치기보다 인기관리만 하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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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뜨거운 감자' 된 전북 일제고사와 교원평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