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5에 울산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학원심야교습시간 제한 결정을 환영하며'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드디어 울산에서도 자정을 넘어서 수업을 하는 사설학원을 제한할 길이 생겼다. 9월 22일, 울산시의회 교육사회위원회가 울산광역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이하 학원조례) 개정안 중 학원의 교습시간 제한에 관하여 밤12시까지 제한하고, 사고시 배상금액 하한선을 1억 원으로 상향조정하는 수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아직 시의회 본회의의 결정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러한 교육사회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그동안 학생의 건강권과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염원하며 학원의 심야수업 제한을 촉구해 온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2007년 3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울산광역시 교육청도 그해 6월 학원 설립․운영자 등의 책무규정 신설, 학교교과교습학원 등의 교습시간 설정 등을 반영한 학원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바로 이번에 시의회 교육사회위원회에서 수정 통과된 학원 조례 개정안의 내용이다.
학원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울산광역시시 교육청은 학생, 학부모, 교사 3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교육 단체 의견수렴,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하여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단체 간의 이견을 종합하여 학원 교습시간의 경우 밤 12시로 제한한다는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가 10시까지의 제한을 권고하였고, 일부 교원․학부모단체에서는 밤 11시까지 제한할 것을 주장하였지만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학원경영자들의 이해를 종합하여 밤 12시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그러나 2008년 2월, 울산광역시교육위원회는 학원조례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던 “학원의 심야교습시간을 12시로 제한”한다는 규정을 삭제하여 의결하였다. 조례개정안을 5차례나 심의보류하면서 시간을 끌면서도,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어렵게 마련한 교육주체간의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결정을 한 것이다.
이번 시의회 교육사회위원회의 결정이 반가운 것은 학생의 건강권과 안전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만들었다는 것과 학원 조례 개정 위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울산교육위원회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바로 잡았다는 것이다.
학생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소중한 성과
길었던 학원 조례 개정 과정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소중한 성과는 학생 인권, 특히 건강권과 안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는 점이다. 현재 고등학생들은 학교에서 10시까지 일률적으로 강제적인 자율학습을 해야 하고, 거기에 더해 학원 수업을 받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007년 3월, 한 교원단체가 울산지역 8,446명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는 평일에도 자율학습을 마친 후 학원수강을 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45%에 이르고, 이중 밤 12시가 넘는 시간까지 학원수강을 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53%나 되었다고 한다. 이런 실정에서 대부분 고등학생들이 하루 5시간이 채 되지 않은 절대적 수면부족에 시달린 결과 소화불량, 비만, 변비 등 각종 신체적 부작용을 겪고 있었다.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면시간으로 인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의 고등학교 교실은 수면실을 방불케 할 정도로 학교가 밀린 잠을 메우는 장소로 전락한 실정이다.
이렇듯 가장 건강하게 미래의 희망을 꿈꾸어야 할 학생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끔 방치하고 있는 잘못된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학원 조례 개정을 추진한 것이고, 이의 사회적 합의의 결과로서 밤 12시까지로 제한하자는 최소한의 조치를 이끌어 낸 점이 소중한 성과인 것이다.
울산교육위원회의 반성이 있어야 할 것
한편 교육학예에 관한 전문 심의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망각하고 학생의 건강보다 이익단체의 압력에 굴복한 울산교육위원회의 지난 결정은 울산 교육계의 최대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울산교육위원회는 이번 울산시의회의 결정에 따라 철저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한다. 울산교육위원회는 학원심야교습시간 제한을 할 경우 고액과외를 부추길 수 있고, 조례로 규제를 하더라도 실질적인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로 학원 조례 개정안 원안의 심야수업시간 제한 조항을 삭제하였다. 또한 학생 사고 시 최저 배상금액을 1억 원으로 했던 조항도 8천만 원으로 수정하였다. 조례개정안을 5차례나 심의보류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급기야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바람과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결정을 함으로서 사설학원의 대리인으로 전락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기 바란다.
울산교육청은 학원조례 개정이 확정되고 심야교습시간제한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이 조례가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관련단체와의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위반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여야 할 것이다. 향후 시행규칙 개정시 위반사항에 대한 벌칙규정을 강화하여 어렵게 결론에 도달한 조례개정의 취지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교육현실을 바로 보는 계기가 되어야
시험, 성적, 등수, 야자, 학원으로 이어지는 입시경쟁 교육의 현실에서 학원심야수업 제한을 통해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것은 미봉책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새벽길 학원차에 몸을 맡긴 아이의 모습을 보며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부터는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을 바꿨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비록 미봉책이더라도 이번 학원 조례의 개정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모쪼록 바람이 있다면 이번 학원심야수업 시간제한이 ‘학력 향상’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고 있는 지금의 교육 현실을 바로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거의 강제로 실시되고 있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야간 자율학습을 어떻게 할지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는 일일 것이다.
(고영호/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울산지부장) |
|
|
성명서/언론보도
132
7
7
[울산신문]학원심야교습시간 제한 결정을 환영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