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림/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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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4 09:3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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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호 |
 P1040240.JPG (245.4 KB), Download : 162 |
 학생인권토론회_발표문_0717.hwp (34.5 KB), Download : 307 |
 인권친화적 학교만들기 방안모색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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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만한 토론회, 잔혹한 현실
지난 7월 18일 오후, 부산대학교 제2법학관에서는 ‘인권친화적 학교만들기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내가 맡은 주제는 학생의 건강권과 안전권이었다. 기본적인 자유권조차 누리고 있지 못한 아이들에게 건강과 안전의 문제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발표문을 준비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여름 들어 제일 무더웠던 날씨, 아스팔트와 건물로 뒤덮인 학교, 복잡한 생각 등이 얽혀 무척이나 무겁고 지친 마음으로 토론회장에 들어갔다.
다행히 울산에서 청소년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진 몇 명의 활동가들이 같이 왔기에 수다를 떨며 조금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토론회장의 산뜻한 분위기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게 어찌된 일일까? 부산, 울산, 경남의 3개 교육청 공동주최로 알았던 토론회는 경남교육청만의 행사로 되어 있었다. 막후의 사정이 있어 보였는데,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이 정도의 행사도 참여하지 못하는 두 교육청의 속 좁음에 실망할 따름이었다.
모두 6명의 발표자가 발표를 했다. 대부분의 발표자가 성적지상주의와 권위주의에 물든 학교 현실을 비판했다. 제대로 된 소통 없이 학생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학교는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인식도 비슷했다.
발표자 간에 특색 있었던 얘기를 소개하면, 먼저 수년간 학생인권을 위해 노력해 온 어느 현직교사는 더 이상 학교 안의 힘만으로는 학생인권 보장이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바같의 힘이 필요하다고 조금은 우울한 제안을 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초등학교 교장을 했었다는 어느 교육연구소 이사장은 학교와 교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아동의 인권과 안전에 큰 힘이 된다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아마도 이날 토론회 중 가장 긍정적인 현실 인식과 방안 제시를 하지 않았나 싶다.
울산에서 청소년인권운동을 한다는 청소년 활동가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차별에 대해 지적했는데,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의 차별과 고통을 특별히 강조했다. 토론회 내내 청소년을 여전히 통제 내지는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분위기에 답답해하던 그는 울산으로 오는 차안에서도 열변을 토했다.
나의 발표는 학교급식 안전성, 교사체벌, 학원 심야수업 등 그간 학부모단체에서 지적하고 주장하던 내용이었다. 발표문 중 ‘체벌도 학교폭력이다’라는 표현이 쟁점이 되는 듯 했는데 시간 관계상 그냥 지나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동 주최하는 토론회에서 한번 얘기해 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토론회가 끝날 무렵, 자기 학교는 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너무 부정적인 얘기만 해서 토론회 내내 마음이 무겁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나마 열심히 아이들과 함께 하려는 교사들과 다툴 문제가 아니기에 서로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결론이 맺어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약간의 의견 대립은 있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정도가 높았던 원만한 토론회였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원만한 토론회와는 달리 현실은 잔인했다. 학생인권 토론회가 열렸던 7월 18일, 부산지역 어느 고등학교에서 수십 명의 학생이 교사에게 강제 삭발을 당했다는 소식이 인터넷 포털뉴스를 장식했다. 그 학교에서는 학생의 머리카락 길이를 수행평가 성적에 반영한다고 하고, 가혹한 두발규제에 집단적으로 항의하려던 학생들을 사전에 포착, 진압하고 주도를 한 학생에게 퇴학시키겠다는 협박을 하며 반성문을 쓰게 했다는 익숙하지만 잔혹한 얘기가 그 뉴스 안에 실려 있었다.
학생 인권 보장, 이제 새로 시작이긴 한데 현실은 참 버겁다. (2008. 7.23)
추가) 지난 해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학생인권조항인 초중등교육법 제18조 4호 “학교의 설립자, 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가 신설되었다. 이번 학생인권 조항의 신설을 계기로 인권친화적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가 5개 권역별로 교육청과 공동주최하는 토론회 중 부산,울산, 경남권 토론회였다.
토론회 말미, 새 정부 들어 교육과학기술부로 조직재편되면서 기존에 있던 학생인권 부서가 없어져서 앞으로 사업하기가 참 어렵게 되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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