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얼굴이 잔뜩 찌푸러져 있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주의를 주어도 쿵쾅거리며 뛰어다니던 아이가 유난히 맥없이 현관문을 열고 둘어섰다. 순간 나는 `시험점수가 나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지 가져와봐 아니, 너 도대체 어떻게 된 아이니? 잘~했다 시험기간인데도 오락이나 하더니" 내 마음에 들지않는 시험지를 본 순간 부모교육강사로서 내가 알고있는 것과는 달리 생각없이 기분대로 아이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아이는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하기는 커녕 잔뜩 기가죽어 버렸다. 매사 자신 없고 나약한 모습을 보여, 이런 상황이 나를 더욱 답답하고 어이없게 하였다.
이일로 나 자신도 부끄러워 아이에게 말을 하기가 힘이 들었다.
살아오는 동안 내 자식뿐 아니라, 친구나 부모에게 얼마나 가슴에 못박는 말을 많이했던가 그리고 또 하지 않을까?자나깨나 불조심이 아니라 말조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쑥불쑥 내 생각대로 말해서 남의 마음속에 아니 사랑하는 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경우가 더 많이 생겨서 가슴이 아프곤 한다.
얼마전 "입술의 열매에서 약이 되는 말"이라는 작은 책을 읽으면서 다시 `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좋은 말이 세상에 가득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 책을 내게 되었나는 저자는 `사람은 마음에 말을 뿌린다. 마음에 떨어진 말은 보이지 않으나, 이내 싹을 내고 열매를 거둔다. 그것도 내가뿌린 상상 이상의 것으로- 세상에서 가장 하기 쉬운 것도 말이고, 또 가장 하기 어려운 것도 말이라'고 했다.
말처럼 돈 들이지 않고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이 흔할까? 내가 힘들고 지쳐 잇을때"넌 말하는게 참 예쁘다. 니가 내 딸이라서 아버지는 든든하다. 너는 복이 많은 아이다."는 말씀으로 내게 힘을 주시던 아버지가 그립다. 생각해 보면 이것이 나에게 준 말의 힘이었다.
우리 아이들 에게 힘들고 어려울 때 떠올린 부모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공부하지 않는다고, 이 학원 저학원 보내주는 것 고마워 하지 않는 다고, 컴퓨터 한다고 혼나고 야단 맞고 협박도 당하고 비난과 빈정거림으로 자란 아이들 마음속에 이런 말이 어떤 힘이 될 수 있을까? 성적표를 가지고 힘없이 올 아이에게 등을 두드리며 "넌 앞으로 더 잘할수 있을 꺼야, 널 믿는단다."라는 격려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얼굴이 환해지는 아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제 아이들 에게는 신나는 여름 방학이다. 그래서 즐겁기 보다는 아이와 씨름할 일로 엄마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함께 보람된 방학을 위해 우리 아이들 에게 하루에 한번이라도 기운나고 행복해 지는 말을 할수 있도록 연습 해 보는 것을 올 여름 엄마의 방학숙제로 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더운데 숙제 하느라 수고했다. 엄마 도와줘서 고마워. 컴퓨터 금방 못바꿔줘서 미안해. 그래도 니가 내 딸(아들)이라 엄마는 행운이야." 이런 말이 가득한 대화를 나눌수 있는 방학을 보내보자.
내가 듣기 원하는 사랑의 말, 위로의 말, 격려의 말, 감사의 말, 칭찬의 말, 소망의 말, 긍정적이 말을 아이에게, 남편에게, 이웃에게해보면 어떨까?.
한국지역사회교육 협의회 부모교육 강사 강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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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의 열매 2001-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