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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폐쇄적 군 사법체계 전면개편,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같은 부대의 한 병사가 동료 병사들의 무자비한 가혹행위로 인해 숨진 28사단 고 윤일병 사망 사건에 온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한달여 넘게 이어진 폭력은 그 알려진 내용으로도 충격적이지만, 과연 이것을 가해병사들의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어 착잡하기만 하다. 일련의 과정에서 지휘관들은 무능했고 심지어 은폐에 가담했고, 내부 감찰과 외부통제는 사실상 정지, 단절되었다는 사실은 절망적이기도 하다.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이하 민주사법연석회의)는 고 윤일병 사망 사건이 지난 4월에 발생했음에도 군검찰과 군 법원에서 철저히 사실을 은폐해왔다는 점을 주목한다. 군 사법당국은 유족들에게조차 군의 특수성을 내세워 일체의 수사기록을 비공개해 자식을 잃은 부모는 그 진실을 알 수조차 없었다. 독재정권시절 군 의문사와 무엇이 다른가. 군검찰은 국민적인 공분이 확산되자, 그제서야 가해 병사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변경해 재판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과연 제2의 윤일병 사건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그리고 철저한 조사가 있었다면 다시 공소장을 변경할 이유가 있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군은 어느 경우에도 그 특수성을 내세우고 있으며, 매우 폐쇄적으로 군사법원을 운영하고 있다. 사단장은 군검찰과 군판사의 지휘권과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1심 관할관 이름으로 형량 감경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거의 사실상 그대로 관철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지휘관의 뜻에 따라 사법판단이 좌우되고 있다. 또한 지휘관과 관련된 범죄에 대해서는 기소도 거의 어렵고 기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도대체 언제까지 군사법체계는 이렇게 폐쇄적이어야 하는가. 평시에 군사 법원이 작동할 이유는 전혀 없다. 지난 2010년부터 지난 6월까지 군 범죄 발생현황에 따르면 총 3만2718건(연간 7270건)의 군 범죄가 발생했지만, 군형법범은 4937건으로 1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나머지 85%는 폭력범죄·성범죄·교통범죄 등 일반 형사사범으로 군인이라는 신분의 특수성을 반영할 범죄가 아니다. 따라서 대다수의 사건을 일반법원으로 이관해야 한다.
그리고 지휘관이 군판사의 역할을 하는 심판관을 임명하고 지휘관의 의사가 직접적으로 관철되는 현재의 관할관의 권한을 대폭 줄여야 한다. 또한 군검찰과 군판사의 활동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는 군사법 인사체계의 개편과 더불어 군양형법을 제정해야 한다. 인신의 구속이 따르는 군범죄 형량에서의 지휘관의 자의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판결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루어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군대의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 것에는 정치군인을 양성하고 있는 현 분위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며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의 퇴진을 요구한다. 최근의 노크귀순, 무인기 사건, 군 정치개입 등에서 경계책임에 실패한 무능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단 한 번도 책임지지 않았고 심지어 현재 청와대 안보실장직을 맡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심각한 경계근무 해태의 논란을 불러왔던 일련의 사건들과 군의 정치개입 문제에 대해서도 안보위기의 불안감만을 고조시키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왔다. 이런 정치군인을 양성하는 환경에서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사실상 단절되었고 군 지휘관들은 책임은 회피하고 출세에만 급급했고 그 결과 군내 가혹행위가 오늘에까지 이르게 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군과 국방부 수뇌부들도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최근 군 내부에서 이번 사건을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규정짓는 흐름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는 매우 우려스럽다. 우리는 이번 고 윤일병 사건은 우리 사회의 곪아터진 상처가 이제야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더불어 군 수뇌부의 책임 회피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철저한 조사가 뒤따를 것을 요구하며, 군사법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을 촉구한다.
하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은 사퇴하라!
하나. 군 수뇌부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 실시하라!
하나. 군사법체계 전면 개편하라!
하나. 군인의 일반범죄는 일반법원에서 관할하라!
하나. 관할관의 형량 감경권 폐지하라!
하나. 군양형법 즉각 제정하라!
2014년 8월 18일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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