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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공공성 | 280호 학생들과 함께 여는 미래, 작은 움직임 <동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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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7-08 16:46 조회1,2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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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에 바쁜 엄마·아빠와 지각하지 않기 위해 허둥지둥 집을 나오는 학생들, 대부분 가정의 아침 풍경이다.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배고프고 졸리며 추운 것을 참아야 하는 극기의 공간이 되고 만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공부가 쏙쏙 들어갈 리가 없다. 1교시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다 매점으로 달려가 아우성치며 경쟁을 뚫고 먹을 것을 산다. 손에 진한 피자 냄새가 나는 소시지 빵을 들고 교실을 향해 뛴다. 뛰면서 먹는 빵맛이 나름 꿀맛이겠지만, 아이들의 건강은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다. 방부제 섞인 수입밀로 만든 빵과 과자 때문에 건강한 장에 살아 있어야 할 좋은 유산균이 몸속에서 죽어간다. 아이들이 아토피나 습진으로 고통을 받고 피부과 치료를 해도 빨리 낫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런 먹거리에 있다. 거리의 수많은 편의점이나 슈퍼, 식당의 음식은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 요즘은 수입 과자 체인점까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누가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강조하지만 막상 무엇을 어디서 사먹으라고 얘기해 줄 수 없어 난감하다. 아이들이 수업 중에 물어온다. “그럼 어디서 사먹어요?” 그래서 시작했다. 은평두레생협과 함께 2013년 겨울에 착한 과자 마켓을 열어 우리밀로 만든 과자를 소개했고 그 때 함께 봉사했던 학생들과 함께 2014년 3월에 동아리를 결성했다. 친환경 먹거리를
만들어 건강 매점을 열고 그 이윤을 학우들과 함께 나누기로 정했다. 동아리 이름은 <동그린>(회장 박성민)이다. 1학기는 건강 매점 개장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음식을 직접 만들어 팔 수 있는 먹거리를 찾는 등 준비 기간이었다. 이를 위해 도움을 받을수 있는 곳을 수소문하니 의외로 많은 곳이 연결되었다. 은평두레생협에서는 친환경 농산물 요리와 면 생리대 만들기 강습을 해 주었다. 학부모님은 학생들에게 고구마 만주, 수수부꾸미, 현미 백설기,오미자차와 같은 전통요리 강습을 열어 건강 매점
에 다양한 메뉴를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강화도 발효협동조합의 한 회원님은 학생들에게 청
국장 만들기를 가르쳐 주었다. 사회적 기업 후원단체인 씨즈에서는 사회적기업이 무엇인지, 젊은 기업인들이 사회 약자들을 도우면서도 어떻게 기업 운영을 하고 있는지 알려 주었고, 이미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건강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를 소개해주었다. ‘더불어사는세상’에서는 은평 지역의 성공적인 협동조합의 사례를 소개해 견학도 하였다. 학생들과 여름방학에 건강 매점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9월에 건강 매점 <동바마(동명의 바른 마켓)>를 열었다. 생협의 우리밀 과자와 우리밀빵에 완숙 토마토, 저농약 사과, 양상추, 무항생제햄, 마스코바도 딸기쨈을 이용해 만든 샌드위치 등을 팔았다. 샌드위치 맛을 본 학생들은 지금도 나에게 샌드위치를 팔라고 조르지만 손해가 많아 자주 만들지는 못한다. 샌드위치 한 개를 1,700원에 팔아도 재료값이 나오지 않아 값을 더 올리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이 뻔하다. 차선책으로 주먹밥을 만들기로 학생들과 의견을 모았다. 30인용 밥솥을 사서 우렁이 쌀로 밥을 짓고 김치를 다지고 햄을 볶았다. 일이 점점 커졌지만 학생들은 힘든 줄도 몰랐다. 아이들은 컴컴해질 때 즈음 교문을 나서 집으로 향했지만, 다음날 아침 주먹
밥을 만들어 팔 생각에 즐겁기만 했다. 평소라면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게으름을 피웠을 아이들이 하나 둘 아침 7시에 생물실로 모여들었다. 지난 밤 준비한 재료로 재빠르게 주먹밥을 만든다. 7시 30분
부터 판매 시작이다. 하지만 8시가 되기도 전에 주먹밥은 늘 매진이다. 추워지는 요즘은 호빵도 인기
가 좋다. 단팥빵, 크림빵, 우리밀 쵸코파이! 맛있다고 다음 주에는 더 많이 갖다 달라고 학생들이 소리
친다. 다이어트에 좋은 우엉차도 인기 만점이다. 우엉차는 감사하게도 학부모님이 만들어 주신다. 아이들 입맛은 금방 참 맛을 알아간다. 아이들의 입맛은 순수해서 어른보다 바뀌기가 쉽다는 것을 느낀다.쌀뜨물로 EM(유용미생물)발효액을 만들고 거기에 녹차 추출액과 티트리 오일 등을 섞어 만든 EM
스킨도 판다. 쌀뜨물로 인한 하수 오염도 줄이고 피부도 좋아지는 일석이조의 상품이다. 여드름에 효
과를 본 학생 중에는 매니아 층도 생겼다. 무농약으로 만든 유자차도 만들어 팔았다. 백설탕으로 만
든 것과 마스코바도 원당(비정제당)으로 만든 것을 반반씩 팔았는데 학생들의 선택은 마스코바로 만
든 유자차였다. 유자차의 색이 시커메 시각적으로 끌리지 않지만, 몸에 좋은 것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안목을 보며 수업 시간에 가르친 보람을 느꼈다. 교육의 효과가 크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들 한둘이 모여 열이 되고 열이 다시 백이 되어, 우리 아이들 주변에서 건강을 해치는 먹거리가 하나 둘씩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것이 우리들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가꾸고, 지구환경을 살리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2014년은 참으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앞
으로도 계속 학생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할 생각을 하니 <동그린> 활동을 하는 동명의 학생들과
나의 양 어깨에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하나씩 달려있다. 오늘도 시금치 가루와 자색 고구마로 색을 낸
우리밀 쿠키를 구워내느라 우리 학생들의 손과 발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더욱 뜻 깊게 맞이할 준비로 말이다.
김은주 (서울 동명여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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