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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69호 도시아이들은 아파트와 학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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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1-19 14:47 조회1,0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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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살기를 고민하다

 

 2000년 9월 전주 시내 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 고 교사생활을 하다가, 2009년 임실군 운암면 월 면리에 집을 짓고 2010년 대리초등학교에 전근을 오게 되었다.
 당시 대리초는 입학생이 없어 입학식을 하지 못 하고, 전교생이 17명으로 폐교위기의 학교였다. 그 래서 어떻게 하면 학교를 활성화 할 수 있을지 고민 을 항상 하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그중 하나 가 학교와 마을의 협력을 통해 도시아이들이 농촌 학교에 와서 공부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 이었다. 그것이 지금의 대리마을 농촌유학센터이 다. 서울, 경기, 대전, 광주, 부산 등지에서 아이들 이 부모와 떨어져 이곳에 와서 생활하면서 대리초 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유학하면 해외 유학만 생각 하는데 이미 우리나라 농촌유학은 상당히 오랜 시 간 진행이 되어왔다.
 농촌유학 활동을 결심하게 또 하나의 이유는 전 주에서 10년간 근무하면서 아파트와 학원에 갇혀 사는 도시아이들에게 농촌유학은 숨통을 틔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먼 훗날 좋은 추억이 되어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 줄 거라는 믿음이었다. 학교가 지역사회 속에서 협 력을 통해 새로운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후 2012년에 임실기림초등학교로 전근을 하였 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 고, 교사로서 다른 역할은 뭐가 있을지 나 자신에 대한 실험을 하고 싶었다. 다시 한 번 학교를 관찰 하고 아이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 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농촌아이들이 학교에 갇 혀있는 것이었다. 정말 큰 충격이었다.

 도시아이들의 많은 수가 아파트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학교와 그 주변 학원을 매일 반복해서 다니며 살고 있었다. 나는 이것을 갇혀 산다고 생각 한다. 그런데 농촌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집과 학교 에 갇혀있는 것이었다.

 사례를 살펴보면 아침 8시에 통학버스를 타고 학교 에 와서 평균 3시쯤 정규교육과정이 끝난다. 그 뒤에 는 무상으로 방과 후 학교와 돌봄 교실이 이뤄지는데 오후 5시가 넘어야 끝난다. 학교에서 보통 9시간을 생 활하는 것이다. 여기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로는 무상으로 이뤄지는 방과 후 학교와 돌 봄 교실이 학교에 의무화가 되어 아이들의 자유시 간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방과 후 학교와 돌봄 교 실은 필요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강조하다보니 정규수업과 별다른 차이가 없고, 아이들은 친구들 과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다.

 둘째로는 환경이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이들은 똑같은 환경에서 생활한다. 계절이 바뀌 어도 환경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또한 같은 환경이 계속되다 보니 재미도 못 느끼고 참여율도 낮아진 다. 그럴 때 아이들이 하는 말은 “집에 가고 싶어 요”다. 어른들도 정해진 근무시간이 끝나면 아무리 좋은 교육이 있어도 회사에서 매일 할 수 없을 것 이다. 다시 말하면 집에 가서 쉬고 싶어 한다. 그런 데 아이들은 정규수업이 끝나도 집에 가서 쉴 수가 없다. 아니 그냥 쉬지를 못하게 한다. 거기에 주5일 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평일 수업시간이 늘어나 아 이들의 피로도는 더욱 크다.

 학교가 아닌 다른 환경, 즉 산으로 들로 마을길 로 친구들과 뛰어노는 모습은 도시에도 없지만 농 촌에도 없다. 과연 아이들을 위한 환경은 어디에 있 고, 왜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셋째로 방과 후 학교나 돌봄 교실 프로그램이 도 시나 농촌이나 차이가 없다. 도시에서도 농촌에서 도 바이올린, 도시에서도 농촌에서도 영어를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이올린이나 영어가 나쁘 다는 게 아니다. 문제는 농촌아이들만의 색깔이 없 다는 점이다

 

 농촌에 사는 것이 결코 도시보다 나쁘지 않다고 생 각한다. 아이들을 보자. 아이들은 생명력이 왕성하 고 가능성이 무한한 존재다. 가장 생명력이 왕성하고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만들어주는 존재가 무엇인 가? 바로 자연이다. 아이들이 자연을 닮았다고 공감 한다면, 아이들은 최대한 자연 속에서 놀아야 한다.

 꽃과 나무이름을 알고, 계절의 변화에 따른 절기 를 알고, 마을에서는 무슨 행사가 있는지 알고 참 석하고, 감자는 어떻게 심는지, 벼는 언제 수확하는 지, 마을 어른들의 이름을 알고 인사할 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자연에 대한 지식과 마을의 전 통과 역사, 생활방식을 자연스럽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요즘 같은 사회에서는 불필요하고 도시아이들보다 학력으로 뒤쳐지면 안 되기 때문 에 농촌아이들도 도시아이들처럼 키워야 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고 맞서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농촌아이들이 농촌아이들답게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자연의 원리를 알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배우면서 자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방과 후 학교를 마을로 옮기다

 임실기림초등학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임실치 즈마을이 바로 인근에 있다. 정규교육과정이야 어 쩔 수 없지만 방과 후만이라도 아이들을 마을로 가 게하고 싶었다. 치즈마을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고, 마을에 여러 공간이 잘 되어있다. 그리고 사계절의 변화를 매일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학교 안에 서만 이뤄지던 방과 후 학교와 돌봄 교실을 수업이 끝나고 마을로 가서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2012년 학부모들과의 여러 차례 협의한 끝에 ‘마 을이 아이들을 키운다.’라는 실천방향을 정리하고 마을과 협의하여 기림초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마을로 가게 되었다. 

 마을도서관 관장님의 생태학습, 학부모가 강사로 참여하는 제과·제빵 수업, 아이들이 선택한 과학 동아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는데,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관장님의 생태수업이다. 치즈마 을 작은 도서관 관장님은 기림초 학부모이면서 농 사도 짓고, 집도 짓는다. 아이들이 마을에서 많은 걸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아이들 도 무척 따른다.

 사실 생태학습은 규정화된 프로그램이 아니다. 계절의 변화와 마을의 여건 등에 따라 변화를 주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 쑥도 캐고, 감자도 심고 수확하고, 뒷동산도 가고, 자전 거도 타고, 친구들과 비석치기도 하고, 벼를 베고 탈곡도 한다. 마을행사가 있으면 참여하고, 모정에 서 마을어른들과 이야기도 나누곤 한다.

 

넓어서, 자유로워서, 벼가 익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아요

 

 방과 후 학교를 마을로 옮기는 과정은 매우 어려 운 시도였다. 우선 학부모와의 합의를 시작으로 마 을관계자들의 동의를 구하고, 프로그램을 학교와 마을의 여건에 맞게 조정하고, 아이들의 안전문제 등 많은 난관이 있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간이 지나고 작년 10월 기 림초 아이들이 모두 모여 마을에서 하는 방과 후 학교에 대한 평가회를 가졌다. 지금까지 평가회는 설문조사를 통해 학부모들의 의사를 많이 반영하 였지만 가장 중요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방과 후 학교를 학교에서 하는 게 좋아요? 마을 에서 하는 게 좋아요?”

 이 질문에 대해 전교생 중 2명을 제외한 아이들 은 마을이 좋다고 했다. 의외였다.

 “방과 후 학교를 마을에서 하니까 뭐가 좋아요?”

 이 질문에 대행 인상 깊었던 대답은 “넓어서 좋아 요.”, “자유로워서 좋아요.”, “벼가 익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아요.”였다.

 개인적으로 매우 반가운 대답이었다. 어려운 과 정을 겪었지만 방과 후 만큼이라도 아이들이 마을 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보람으로 다가왔다. 결국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가능성이 생긴다는 사 실을 발견하였고, 교사로서 새로운 나의 역할을 찾 게 되었다.

 

교육공공성은 서로 협력하고, 책임을 나누는 것

 

 지금은 고인이 되신 허병섭 목사님의 말씀이 생 각난다. “삶의 의식을 바꾸려면 공간을 바꾸고, 공 간이 바꿔야 삶의 의식이 바뀐다.” 이 말씀의 의미 를 되새기며, 내 삶의 의식을 바꾸는 동시에 교육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이란 무엇일까? 교과서가 바뀌고, 상급학교 로 진학하고, 대학에 가는 것이 교육일까?

 교육의 공공성이란 무엇일까? 교육과정이 다양해 지고,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확대되고, 학교운영위원 회의 역할이 커지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위해 수 요자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것이 공공성일까?

 교육이든 교육 공공성이든 결국 ‘함께 더불어 사 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라는 아이들이 제대로 살 게 도와줘야 한다.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자라도록, 교사와 학부모 지역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도 나눠가져야 한다. 이것이 공공성의 시작이 라고 생각한다.

 교육에 대해 주변을 살펴보면 이론과 서적들과 사례는 많이 있다. 그래서 교사든 학부모든 요즘은 모두 전문가다. 그러나 살펴보면 자기 실천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말로는 누구나 교육을 할 수 있다.

 교육을 하기에 앞서 우리 주변의 교육환경은 교육 하기에 맞는 환경인지 의문이 든다. 다시 말해 학교든 가정이든, 지역사회든 우리 주변의 환경을 살펴본다 면 정말 교육하기 좋은 환경이 되어 있냐는 것이다.

 학교는 예전에 비해 시설 등의 환경은 좋아졌지 만 여전히 형식적인 면이 많고, 아이들을 끊임없이 통제한다. 가정은 24시간 케이블TV가 켜져 있고, 어른이나 아이들 할 것 없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본 다. 가정에서조차 서로 얼굴보고 대화하는 시간이 점점 부족해진다. 학교는 성과를 위해 좋은 프로그 램을 계속 늘리다 보니 프로그램에 갇혀 정작 아이 들이 쉴 수 있는 시간과 놀 수 있는 시간을 없애고 있다. 부모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학원으로 아이 들을 내보내고 경쟁시키며, 학원비를 위해 일하다 보니 매우 지쳐 간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어른이 되 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과연 함께 더불어 살 수 있 을까?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피 고 학교와 학부모가 함께 어떤 교육이 내 아이를 위한 것인지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결국 함께 더불 어 사는 방법을 교육하기 위해 아이들이 자연을 접 하고, 자연을 이해하고, 내가 살고 있는 마을과 지 역에 대해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학 교는 이런 점을 교육적으로 풀어내야하고, 학부모 와 지역사회는 아이들이 천천히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 면서 기다려 줘야 한다.

 교육은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고 우리 사회가 미 래에 더욱 안정된 시대를 맞이하게 하는 것이다. 그 러기 위해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우리 아 이들을 위해 상호협력하며 올바른 실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3월 새 학기가 되면 기림초 아이들은 학교에서 즐겁게 공부하고, 수업이 끝나면 마을에 가서 친구 와 함께 뛰어놀고, 감자도 캐고, 산으로 들로 갈 것 이다.

 아이들을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아이들의 세상,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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