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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302호 상상 속 학교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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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12-06 17:34 조회9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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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학교? 

 어떤 학교가 ‘좋은’ 학교인지 또는 ‘행복한’ 학교인지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 학교의 구성원들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직감적으로 느끼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질문과 생각이 살아있는 교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넘치는 학교. 몇 해 전부터 막연히 머릿속으로 떠올리던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즐거운 상상들, 어떻게 하면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올해로 교직에 몸담은 지 12년째 되는 교사입니다. 그동안의 교직 생활을 돌이켜보면 학교라는 공간은 ‘도돌이표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면 교실에서도, 교무실에서도, 가정에서도 올해는 한번 잘해보자는 외침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나면 모두들 초반의 그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당장 닥쳐온 일들, 그게 업무든, 성적이든, 생계든 여기에 파묻히고 말더라고요. 다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오면 다들 말합니다. “내년에는 정말 바꿔봐야지.”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습니다. 학교 교육의 방향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단지 경쟁에서 이겨나가는 사람을 키우는 학교, 내 옆의 친구들도 잠재적 경쟁자일 수밖에 없는 교실 풍경, 아이들을 개체화시키고 협력과 인성, 행복보다는 지식 전달 위주로 진행한 수업들. 몇 년 전에 보았던 ‘대한민국은 행복한가’라는 다큐멘터리에서 학생, 학부모들을 인터뷰한 장면이 기억납니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학부모들도 모두가 서로가 불쌍하다고 말합니다. 변화하고 싶고 변해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마치 또 도돌이표처럼 기존 질서에 순응하고 맙니다.

 

작은 첫 발걸음, 자유 여행을 떠나자


 저도 마찬가지의 고민을 겪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해 조금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첫발을 내딛어 보시라고 말이죠.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대구에 있는 사립 중학교입니다. 저 나름대로 수업도 열심히 했고, 학교 업무를 하면서도 합리적으로 해보려고 노력했고, 학생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제가 근무하던 학교는 나름대로 지역 사회에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다른 학교보다 발이 조금 빠르고 업무량이 많은 학교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도 많이 받았었죠. 그러던 12월의 어느 날, 교장
선생님이 올해 우리 학교가 자유학기제로 장관 표창을 받았고, 100대 교육과정에서는 교육감 상을 받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제 귀에 들린 몇몇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뭐해?”, “현실은 시궁창인데”, “전혀 좋은 학교가 아닌데”. 

 학생들과 학부모에게서 들려오는 소리도 비슷했습니다. 학교에 대한 평가나 만족도 조사가 있는 시기이면 “우리 학교는 사실 정말 좋은 학교야”라는 말이 세뇌(?)되듯이 교육되었으니까요. 어떤 점에서 좋은지, 학생과 학부모의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교사나 학교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던 거죠. 

 저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니 사실 그 훨씬 전부터였지만, 그때는 저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 교육계획을 잘 세우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 운영하다 보면 좋은 학교가 되지 않겠냐고. 그런데 이 생각은 큰 오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단체 여행보다는 자유 여행을 훨씬 더 좋아하고 바라고 있으니까요. 좋은 여행지가 있습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유명한 곳, 좋은 곳을 정해진 스케줄대로 다닙니다. 가끔 그런 곳을 다니다 보면 정말 제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나게 되고, 여기에 잠시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잠시 뒤 가이드의 사인이 떨어지면 우리는 모두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합니다. 그리고 깊은 아쉬움이 남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이나 학교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가 정해준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수동적 존재에 그치고 만다면 우리는 금세 자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리고 창의적으로 자기 일을 하기보다는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존재에 머무르고 말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누구나 좋은 학교에 근무하고 싶어합니다. 학생들은 누구나 좋은 학교에 다니고 싶고, 학부모들은 누구나 좋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
겠죠. 그런데 그런 좋은 학교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일까요? 저는 학교의 구성원들에게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의 구성원들이 학교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와 우리 학교의 첫 발걸음은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한 학교문화


 "솔직하게 말해봅시다. 교육자로서 우리는 어떤 학교를 만들고 싶은가요? 선생님들은 어떤 학교에 근무하고 싶으신가요?” 이런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부끄럽게도 우리 학교는 이런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교직원 회의는 회의가 아니라 전달의 시간이었고, 학교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는 몇몇 업무 핵심 멤버만 참여하는 공간에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은 언제나 수동적 존재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다가 결국에는 ‘내가 이것을 왜 해야 하지?’, ‘우리 학교는 이런 것을 왜 할까?’, ‘우리 학교는 왜 이 모양인 거야?’라는 고민에 빠지게 된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우리 학교만의 이야기 나눔 공간인 ‘심인 아고라’가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경상도 지역의 특징인지 오프라인에서는 학교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처음에는 잘 안 나오더라고요. 술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누가 잘했네, 못했네의 뒷담화 수준이어서 이것을 발전적 논의로 이어가기 위
한 자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을 통해 상시로 학교 구성원(이때는 선생님들이 먼저였습니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변화는 사실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모여진 의견을 나누기 위한 자리가 필요했고, 우리는 2013년 겨울부터 학교문화혁신 워크숍을 시작하
게 됩니다. 말 그대로 학교의 문화를 바꾸기 위한 일이었어요.


 그때의 구체적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초창기엔 모든 선생님들이 학교의 현실을 되짚어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지만, 점점 발전적인 형태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학교의 핵심 의제, 즉 비전과 방향을 정하게 되었죠. 우리 학교의 맥락,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까지의 사정을 고려해 핵심 방향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선정 된 우리 학교의 모토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스스로, 바르게, 즐겁게 (SMS-Self, Merry, Sound)였습니
다. 바른 인성을 갖추고,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행복하게 열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올해부터는 워크숍의 형태는 더욱 정교화되었습니다. 문제해결형 학교 교육과정 워크숍을 운영하고 참여의 범위를 확대하였습니다.


 핵심 논제와 관련해 학교의 현실을 되짚어보고 이상적인 방향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좋은 자료들을 모으고, 그 과정에서 예상 되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그 대책을 세우고, 실행 전략을 고민합니다. 분임별 협의에서 나온 의견을 전체 회의에서 발표하고 꼭 필요하고 실천 가능한 전략을 논의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우리 학교의 화두는 학생들의 학력과 인성, 그리고 자율성이었습니다.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지난 몇 년간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 배움과 참여 중심의 협력학습을 추진해 왔었습니다. 교실에서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고, 이러한 수업의 확산 이후로 학생들의 인성과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정말 좋아졌다고 모든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말씀하셨습니다.그런데 국가수준성취도 평가에서는 그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고, 학교 안팎으로 학교의 교육 활동에 대해 의문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그동안 너무 겉모습만 보고 방만하게 운영한 것은 아닐까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수업 중에 우리가 목표로 했던 것을 학생들이 도달했는지보다는 협력의 과정과 그 모습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요. 졸업 후에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행복한 인생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즐거움, 인성, 그리고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기존의 인성교육 중심수업(또는 협력학습)을 추구하던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어요, 그래서 기존 수업의 틀을 유지한 채 정규교육과정 내에서 이를 보완할 대책들을 세우게 됩니다. 아까 참여의 범위가 확대되었다고 했죠? 이런 계획들을 세우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을 같이 모셨어요. 우리가 논의한 것들을 정리해서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듣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인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문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생님들의 손에 의해 기획되는 인성교육도 좋지만, 학생들 스스로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학생자치회, 또래상담사 등 학생자치 모임을 통해 인성교육을 펼치는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 학교에서 하는 심인 라디오입니다. 정기적으로 학생들은 자기의 마음을 답은 ‘마음 엽서’를 작성하고, 점심시간 교내 방송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사연을 소개하며, 서로의 마음을 알고 열어가는 시간들을 가지게 됩니다. 기획에서 홍보, 운영까지 모두 학생들의 손을 거친 작품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의 모습은 아직은 보완할 점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리 학교가 건강한 문화를 갖춘 학교이고, 점점 더 나은 학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이유는 구성원들이 자율성을 갖추기 시작했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선순환을 불러오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거든요, 저는 이런 논의의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현재의 입시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인성교육 중심의 학교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거라고. 저도 동의하지만, 그 구조와 제도가 변화한다고 해서 곧바로 학교의 변화를 불러오지는 않습니다. 그 학교의 변화는 그 학교가 이끌어가는 것이니까요.

 

누구나 행복한 학교를 꿈꿉니다


 처음으로 학교문화를 바꾸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여러 방안을 기획하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동료 교사이던 시절에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학교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 토의하던 시간들, 다른 선생님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들 말입니다.


 누구나 좋은 학교, 행복한 학교를 꿈꿉니다. 그 첫 시작은 의외로 어렵지 않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보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시작될 것입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선생님들은 누구나 자신의 수업과 학교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좋은 교사가 되길 원하니까요. 우리의 학생들, 학부모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함께 참여하며 협력하여 해결해 나가는 과정, 그러한 학교 문화로부터 인성과 행복이 꽃 피는 학교가 만들어지
리라 생각합니다.

 

한충희 (심인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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