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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 | 240호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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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7-25 14:51 조회7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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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헛된 싸움은 아니었다
  8월 한 달 정신없이 싸웠다. 도대체 내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오세훈 시장의 욕망과 아집 때문에 해도 되지 않을 쓸 데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행복하고 평등한 밥, 친환경무상급식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 결코 헛된 싸움은 아니었다.

  시민사회단체들과 야5당이 함께 오세훈 발 나쁜투표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운동본부를 꾸리고 상황실을 마련하여 한 달 가까이 파견생활을 했다. 내가 맡은 역할은 상황실 실무총괄 정도로 말할 수 있지만, 끊이지 않는 전화를 응대했던 것이 업무의 80%를 차지했던 것 같다. 선관위가 보내는 공보물이 집집마다 도착할 즈음에는 정말 전화통에 불이 났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이 그대로 실린 공보물이다보니 학교급식에 드는 비용이 3조가 맞느냐 695억이 맞느냐는 문의전화부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항의전화, 투표거부운동 열심히 하라며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격려전화까지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예상치 못한 전화에 대응하느라 진이 빠지는 줄 알았다. 전쟁통 같은 상황에서도 이것이 결코 헛된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케 하는 전화가 있었다. 학부모도 아니라 아이들 급식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뉴스에서는 매일 정당싸움으로 보도되어 무관심했는데, 공보물을 받아보고 전화문의를 통해 이번 주민투표의 본질을 알게 되어 전면무상급식을 지지하고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고 약속하시는 분들의 전화였다. 우리의 투표운동을 통해 이렇게 달라지는 사람들이 있기에 지난 우리의 싸움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오세훈 발 참 나쁜투표
  친환경무상급식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은 작년 6.2 지방선거를 통해 이미 알 수 있었다. 그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작년 겨울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친환경무상급식지원조례에 불만을 품고, 주민투표를 발의하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 친환경무상급식의 본질은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나고 개인의 욕망에 의한 정치싸움이 되어버렸다.

  친환경무상급식지원조례가 통과된 후, 오세훈 시장은 약 6개월여 간 의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시장으로서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오세훈 시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 사이 보수단체를 동원한 주민투표 청구 서명이 시작되었다. 당시 서울시는 주민투표 청구대상을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실시’라고 공고했다. 오세훈 시장이 기획하고 주도한 관제 주민투표가 시작된 것이다.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도 불법이 난무했다. 서명을 받을 수 있는 자로 지정된 수임인이 없이 서명운동을 벌이고, 동사무소 직원을 동원하며, 동네 가게에서 서명지를 뿌려 수거하는 등 각종 탈법·불법 서명에 대한 수많은 사례들이 각 단체로 접수되기도 했다.

 

엉터리 주민투표청구심의위원회
  아니나 다를까. 시민사회단체와 야5당이 함께 꾸린 열람검증단은 서명기간이 끝나고 접수된 81만여명의 서명부에 대한 열람과정에서 대리서명은 물론 이민자, 사망자,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학교급식운동가의 명의까지 도용되었음을 밝혀냈다. 한 두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40만 건 가까이가 불법서명으로 밝혀졌음에도 주민투표청구심의 위원회는 별일 아니라는 듯 그대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서울시는 청구대상을 ‘단계적 무상급식과 전면적 무상급식정책 중 하나를 선택하는 주민투표’로 바꾸어 공고했다. 찬반투표에서 둘 중 하나의 정책을 선택하는 선택투표로 바뀐 것이다.

  주민투표청구심의위원회는 서울시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며, 11명의 위원 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를 시장이 위촉하게 되어 있다.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할 리 없는 심의위원회는 불법서명에 대한 이의제기에 대해서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통과시켰다. 접수된 서명부 양식이 주민투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다를 뿐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할 청구인대표자나 수임인의 서명날인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그대로 진행시켰다.

  심의위원회의 이러한 엉터리 심의결과를 받아 오세훈시장은 결국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집중호우로 서울 곳곳이 물바다가 되고 산사태 등으로 심각한 수해가 발생하여 시민들이 혼란에 빠져있을 때에도 오세훈 시장은 수해복구에 전념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무상급식 하랬더니 무상급수를 한다. 오세훈 시장을 ‘오세이돈’으로 불러야 한다”는 시민들의 비판과 풍자의 목소리가 고조되었다.

 

어떻게든 주민투표를 성사시키겠다는 얍삽한 서울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청구대상이 또다시 바뀌었다는 것이다.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가 ‘단계적 무상급식과 전면적 무상급식’에 대한 선택으로 바뀌었다가 종국에는 ‘무상급식의 지원범위에 대한 주민투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주민투표법에 재판중인 사항,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 관한 사항은 주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무상급식지원조례가 이미 오세훈 시장에 의해 재판이 진행 중이고, 학교급식에 대한 업무는 교육청의 권한이며, 시의회에서 이미 서울시에 5,6학년에 대한 무상급식 예산 695억원을 편성해 놓았기 때문에 이러한 사항들을 교묘히 피하기 위해 서울시가 관여할 수 있는 ‘무상급식의 지원범위에 대한’ 주민투표로 최종 발의한 것이다. 그렇다 해도 논란의 여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해서든 주민투표를 진행시키기 위한 서울시의 얍삽함이 더욱 치졸하게 보였다.

 

주민투표 이것만은 꼭 알아두자
  주민투표는 일반 선거와 몇 가지 다른 점들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민투표에 부쳐진 사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두 가지 선택지 외에 투표불참도 하나의 선택지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 선택지를 인정함으로써 투표율이 33.3%가 넘어야 개표를 한다는 원칙이 있는 것이다. 투표율이 33.3%가 넘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투표불참’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투표율이 미달되어 개표를 하지 않으면 주민투표는 무효가 되고, 주민투표가 실시되기 이전의 상태가 유지된다. 이것은 주민투표가 발의되기 전, 서울시가 직접 법제처에 의뢰하여 받아낸 해석이었다.

  둘째로 주민투표권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투표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표권이 있는 만 19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공무원과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투표운동을 할 수 있다. 가령, 개인이 사비를 들여서 현수막을 걸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문자·이메일 보내기 등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비용에도 제한이 없다.

  셋째로 대표 운동단체를 지정한다는 것이다. 대표단체로 등록하지 않아도 주민투표권이 있는 자로 구성된 단체라면 얼마든지 운동을 할 수 있지만, 등록을 하면 선거관리위원회가 보내는 공보물에 단체의 입장을 싣거나 토론방송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대표단체는 연합단체도 가능하다. 때문에 이번 주민투표에서 ‘부자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이하 시민운동본부)’와 같이 서울시내의 약 25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야5당이 함께 연대한 운동본부가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민운동본부가 주민투표의 두 가지 안중에 2번 안에 대한 찬성운동단
체로 등록해놓고 왜 투표거부운동을 하느냐라는 공격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운동본부는 단체등록을 하기 전 선관위에 우리의 입장을 문의하였고, 2번 안에 가까운 입장을 가지고 있으니 2번 안에 대한 찬성운동단체로 등록을 하면 된다는 안내를 받고 그 절차를 밟았다.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쁜 투표’에는 ‘착한 거부’가 답이다
  ‘나쁜투표’에는 ‘착한 거부’가 답이다. 이것이 우리 시민운동본부가 내건 운동방식이었다. 역대 재보궐 선거를 볼 때 투표율이 30%를 넘은 적이 없었다. 하물며 33.3%, 곧 280만명의 서울시민이 여름 막바지 휴가철, 그것도 평일에 투표에 참여한다는 것은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았다. 그에 반해 상대편은 눈에 보이지 않게 법망을 피해 조직적으로 표를 동원할 것이 뻔했다. 어중간하게 투표율을 넘겨 50%의 높은 승률에 도전하는 것보다 33.3%의 낮은 승률에 도전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게 친환경무상급식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주민투표를 관할하는 지방자치체인 서울시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시장은 1인 시위를 하거나 대선불출마 선언을 하고, 투표일을 코앞에 두고 투표결과에 시장직을 거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이 모든 것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오세훈 시장의 꼼수였던 것이다. 객관적인 정보는 주지 않고 지자체장이 직접 나서 투표운동을 벌인 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오세훈 시장이 기획·주도한 관제투표, 밥 한끼로 부자아이와 가난한아이를 나누겠다는 나쁜투표, 진행과정에서 불법과 부정이 난무한 불법투표가 지난 24일 막을 내렸다. 투표율은 결국 25.7%에 머물러 예상대로 33.3%를 넘지 않았고, 투표함은 개봉되지 않았다. 많은 혼란 속에서도 서울시민들은 투표불참이라는 현명한 판단으로 나쁜투표를 주도한 오세훈 시장을 심판하였다. 그리고 이틀 후 오세훈 시장도 사퇴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다. 오세훈 시장은 시민들의 투표불참에 의한 투표율 미달이라는 결과에 승복하고 사퇴한 것이 아니었다. 투표불참으로 나타난 또 한 번의 친환경무상급식 전면실시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을 깡그리 무시한 채, 말 그대로 ‘그냥’ 물러났다. 오세훈 시장 사퇴 후에도 서울시는 여전히 5,6학년에 대한 친환경무상급식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182억 원의 시민혈세가 우려했던 대로 낭비되어 버렸다.

 

  8월 한 달, 더위도 잊고 휴가도 잊은 채 치렀던 싸움은 결코 헛되지 않았으나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다시 시작인 것이다.

 

                                                                                                            김종욱 (서울시의원,

                                                                          서울시의회 친환경무상급식 지원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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