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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49호 글을 안다는 것은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켜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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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7-25 16:31 조회6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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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고마움을 전하는 달, 5월. 그 중에는 스승의 날도 있지요. ‘스승’하니 갑자기 마음이 울컥합니다. 우리 학교 교사님들 생각에......

  아픈 상처에 계단밖에 없는 학교 건물로 다닐 수 없어, 적령기에 배움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장애인들. 초등교육은 국민기본권이며 국가책무임에도 교육에서 차별 받은 채 학령기를 보내고 성인장애인이 되어버린, 전체 장애인의 49.5%가 초등학교 졸업학력일 정도로 장애인들은 최악의 학력소외 계층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복지를 말하는 그 누구도 성인장애인 교육문제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성인장애인 교육문제를 껴 안기 위하여 장애당사자의 힘으로 만들어진 학교가 우리 ‘채움’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또한 장애인입니다.

  학교 처음을 돌아보자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아직도 크게 상황이 달라진 건 없지만, 2009년 9월 막상 학교문을 열자니 워낙 열악한 상황이라 여러 난관들이 있더군요. 3개 시민단체가 함께 쓰는 공간을 빌려 교육을 하다보니, 하루에 많은 수업을 강행하여 수업시간이 최장 9시간 이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따로 쉴 만한 공간도 없기에 중증장애인이 그토록 오래 앉아서 수업 을 받다보니 욕창이 생기는가 하면, 교재조차 없어서 여기저기 후원으로 간신히 얻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학교라서 교사님들께 변변한 활동비도 지급하지 못하며 오로지 배움을 나눈다는 순수한 열정에 의지하여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생업을 제치고 시간을 내어 달려와 주시고, 교재도 사비로 사서 나눠 주시거나 형편이 어려운 성인학생에게 몰래 장학금을 건네시는 교사님도 계셨습니다. 늦은 저녁 업무에 지친 몸을 이끌고 최중증 장애학생에게 한글을 가르치려 방문수업을 하고 계시는 교사님을 생각하면 정말 눈물나도록 감사합니다. 이런 힘으로 지금까지 검정고시에서 중입 3명, 고입 2명의 합격자가 나왔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배움을 향하여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교사님과 학생님들, 그저 고맙고 자랑스럽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 학교는 방문수업을 통한 문해교육(한글반)과 초등-중등 검정고시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고등 검정고시반을 운영 하였지만, 교사와 교실이 없어서 올해는 고등반 운영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상반기지만 벌써부터 내년 수업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교사와 교실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또, 다양한 수업을 통하여 대인관계와 사회성 함양이 필요함에도 여전히 학업만 겨우 진행되고 있어 전인교육은 전무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학생회를 통하여 인문학강좌나 한문 등을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지만 실천하기에는 강의료나 시간 배정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검정고시를 보러 가던 중, 학생 한 분이 제게 “선생님, 저는 우리학교가 있어서 참 좋아요!” 하더군요. 그 분은 뇌병변1급 장애인으로 신체적, 언어적 장애는 있지만 인지능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성인장애학생입니다. “왜?”냐고 물으니, 어렸을 때 엄마손 잡고 처음 가 본 학교에서는 받아쓰기, 말하기 등이 안되고 아이들의 놀림도 있으니 특수학교로 가라해서 그리로 옮겨 갔는데, 특수학교는 발달장애, 지적장애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인지능력이 있는 그 학생에게는 학업에 전혀 도움이 안되어 결국 고민 끝에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답니다. 그 후로 학교에 대한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했는데, 우리학교가 생겨 다니게 되어 배우는 것도 즐겁지만, 처음 가져보는 우리학교, 방학, 동창들, 선생님, 교장선생님이 있어 참 좋다는 거예요. 가장 기본적이고 소박한 교육권에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이 땅의 중증장애인에게는 꿈에나 그릴 수 있는 일이라니...... 답답한 현실에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정말 마음이 무겁더군요. ‘교육’만큼 인간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제도가 없음에도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입학거부, 전학강요, 수업배제 등을 당하여 국민이라면 누려야할 교육권을 빼앗겨왔고, 정 부는 두 손을 놓고 있어 왔지요. 법치를 좋아 하는 이 나라에는 신체조건 등으로 교육의 차별을 받지 않아야 된다는 교육기본법 제4조가 엄연히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유학이나 해외 언어연수 정도는 기본으로 알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높아만지는 고학력 시대에 장애인들의 절반은 초등학교 졸업학력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무슨 경쟁력을 갖추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또,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평생교육에 대한 관 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기본교육도 받지 못한 성인장애인은 여전히 교육현장에서 방치되고 있음이 현실입니다. 일찍이 어떤 학자는 “글은 자신을 만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글을 알아 야 자신의 주권을 가지고 의사를 좀 더 정확하 게 표현할 줄 알게 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소외계층의 배움에 대한 관심은 이미 우리시 대에 깊이 들어 와 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얘기가 사뭇 무거워졌습니다. 이해해 주시기를. 조심스럽게 부탁말씀 드립니다. 아직도 교사가 매우 부족합니다. 우리 학교는 활동보조 선생님과 함께 움직여야 하므로 평일 낮에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상과 소통의 문을 열게 되는 의미 있는 배움의 자리에 <앎>을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 지지와 격려로 ‘우리’가 되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조금씩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성인장 애학생과 함께, 느려도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 꼭 옆지기가 되어 주실 것을 거듭 부탁드리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민선 (채움누리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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