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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83호 온 마을이 만드는 교육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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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7-22 17:38 조회1,1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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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초록으로 물드는 5월, 학교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높여주기 위한 다양한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본격적으로 체험학습을 준비하며 학생들은 친구들과 긴 시간을 함께한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올해부터 체험학습의 용어가 ‘교육여행’으로 변경이 되어 교육 활동이 운영될 예정이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지난해에는 전국의 많은 학교들이 체험학습을 취소하였고 올 해에도 숙박형 체험학습을 계획하지 않은 학교들이 많다. 울산만 하더라도 초·중·고·특수학교 241곳 중에서 22곳 (9.1%)은 올해 수학여행 계획이 없다고 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까다로워진 안전 규정으로 전국에서 수학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체험학습에서 사고가 난다고 체험학습을 떠나지 않으면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일까? 과연 원인 변수 하나만 없앤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최근에는 학생들의 체험학습으로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빈부의 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예방하자는 취지도 있고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그렇다면 국내 체험학습은 괜찮은가? 대표적인사례로 놀이동산 체험학습은 그야말로 소비를 위한 전형적인 예이다. 그래서인지 대구교육청에서는 놀이동산 체험학습을 전면 불허하고 지역알기 여행
을 권장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숙박형 체험학습이 있다. 단체 버스를 타고 관광지에 내려 한꺼번에이동하며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구입하고 소비를 위한 패턴이 성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에 남기는 탄소발자국은 높일지언정 세계의 공정여행 흐름과는 아직 멀다. 공정여행에 대해 알고 체험 학습도 공정여행으로 실천할 때이다.

필자는 환경 교과를 기반으로 여러 형태의 체험 학습을 운영하였다. 도시 내에서 보낸 학급 소풍이 그 중 하나이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서울 바로 알기’라는 주제로 학급 소풍을 떠났는데, 아이들은 에너지 위기를 시민과 공감하기 위해 광화문과 청계천에서 춤과 노래로 에너지 절약을 홍보하고 청계천에 발을 담그며 놀기도 하였다. 2013년 서울광장에서 단식 중이던 밀양송전탑반대주민대책위의 박은숙 주민과 공감의 시간을 갖기고 하였고, 2014년 세월호 추모 장소에서 또래의 아픔을 공감하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였다. 소풍 중 식사는 육식을 하지 말자는 주제로 광장시장이나 방산시장과 같은 재래시장에서 즐겼다. 소풍에서 남은 경비의 일부는 여러 단체에 후원하면서 한국 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의 청소년 삶과도 함께 했다.

‘마포구 공정여행’을 떠나기도 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 기관과 주민들을 만나며, 착한 가게를 찾으며, 윤리적 소비의 개념과 지속가능한 삶으로서 내가 할 일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난 장소들을 ‘소금꽃마을 여행지도’로 만들어 다시 지역 주민과 친구들에게 나누기도 한다. 비록 하루뿐인 소풍이었지만, 그동안 집과 학교, 그리고 학원을 떠돌던 아이들은 마을 행사와 지역 축제의 주인공으로 참여할 수 있는 성장의 장이 된다.

지역에서의 삶을 체험한 학생들은 2013년 강원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주어진 일정을 확장,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다. 어떻게 하면 지역과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지 말이다. 아이들은 고민 끝에 지나는 동선마다 케이블카 반대 캠페인을 펼치기로 하였다. 그로인한 것인지는 몰라도 현재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무산된 상태이다. 2014년 제주도로 떠난 팀에서는 ‘Save the Energy’라는 자작곡을 만들고 현지에서 뮤직 비디오를 완성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교육청에 도농교류 체험학습을 제안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서울 숭문중학교와 경북 상주내서중학교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서로의 지역을 방문하여 그 지역의 삶을 공유한다. 여름에는 맑은 자연의 상주를 찾아 물놀이도 하고 백두대간 생태 모니터링도 한다. 겨울에는서울에서 도시 문화 체험을 나눈다. 서울 숭문중은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많고 상주 내서중은 생물 종에 관심이 많다. 만나지 못하는 봄과 가을에는 SNS를 통하여 각자의 지역에서 공동으로 실천 할 수 있는 활동을 이야기하고 진행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생각도 함께 나누면 사회는 하나로 성장한다는 공유 사회를 깨달으며 나 이외의 다른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바른 청소년으로 성장한다.

학부모와 함께 준비한 여행도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전남의 ‘문화 체험학습’으로 고흥 우주센터, 지리산 등반, 담양 문학탐방을 소규모 테마학습으로 운영하였는데, 아이들이 지나는 동선을 고려하여 위험 요소를 사전에 확인하고 대책을 세우기도 하였다. 두 번째는 ‘자연에너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충남 공주, 부안 등용마을, 임실 중금마을과 보은 기대리 선애빌 공동체를 찾아 『노빈손의 아마존 어드벤쳐』 책의 지구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몸으로 체험하기도 하였다.

여행을 다녀온 이진섭(중3) 군은 “태초에 지구상에 존재하던 태양과 바람, 그리고 물을 다시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자립 마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부터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은 삶에 많은 변화를 준 아주 값진 여행이었다. 주변의 플러그부터 뽑는 실천을 하자.”는 소감을 전했다.

공동체 사고를 형성하는 체험학습의 형태로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캠프도 있다. 한국환경교사 모임의 소속 학생들은 2014년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환경 캠프를 떠났다. 생태원 연구원들과 함께 생태 연구를 하기도 하고 그린멘토 특강을 통해 영화감독 황윤과 수의사 김영준의 삶을 들으며 진로를 찾아가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태양의학교 단체에서는 2015년 경주에서 한·일·대만 청소년들이 ‘푸른하늘 공동캠프’를 4일간 참여하였다. 월성 원자력 발전소를 탐방하고 밀양, 삼척, 영덕 주민들과 공동 워크샵도 열고, 한국 원전의 문제와 송전탑의 위험을 깨닫고 ‘밀양의 생명’을 선언하기도 하였다. 캠프에 참여한 우성원(중2) 군은 “수명이 다 끝난 원전의 재가동 중단을 외치는 것에 극히 일부의 시민들만 공감할 뿐이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대체로 무관심 했으며 도시의 노인들은 원자력 없으면 촛불 켜고 살거냐는 등 아주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끼리 서로 비난할 바에는 차라리 원자력이 없는 게 낫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경제 소득보다 우선한 것이 생명을 위한 배려와 정책, 그 중에서 약한 존재인 청소년을 위한 정책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청소년이 있어야 한국의 미래도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고려하여 교육 여행을 계획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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