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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82호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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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7-15 16:15 조회1,0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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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이라는 장치를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지금 우리에게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 현실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꾸만 그 현실에 대해 판단을 하고 다른 이들에게 그러한 판단을 요구한다. 그 바탕에는 현실에 대한 가치판단의 과잉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한 과잉의 문제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만화나 게임 등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문화예술이나 새로운 테크놀러지 등에 적용되어 왔다. 또한 그러한 적용 과정에서 ‘조연’으로 등장하는 것은 항상 어린이나 청소년이었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어떤 도구일까? 

초등학생과 청소년 계층의 편차는 있겠지만 대체로 양가적 입장이 대부분이다. 현실적으로 그들에게도 스마트폰은 필요하지만, 사용시간이나 빈도 등을 감안할 때 적당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 이상이면 장애나 중독 등의 표현으로 통제하려고 한다. 요즘 초등학생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당연히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초등학생은 학교를 들어가면서 갑자기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우선 자기만의 스마트폰이 생긴 결과이다. 부모는 친구들과의 교우관계에 대한 불안감, 동시에 자녀들에 대한 통제의 도구로 스마트폰을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그것은 부모와 자녀의 협상이자 거래의 결과물이다. 

이처럼 어린이와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현실의 물질적 조건이다. 그 위에서 부모들은 자녀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한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유아기부터 만들어진 사회적 관계이다. 2013년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서울·경기 지역의 0∼5세 영유아를 둔 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전체 응답자의 영유아 자녀 중 36.7%는 하루에 평균 30∼40분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으며 10∼20분(24.4%), 20∼30분(21.7%) 순이었다. 매일 1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영유아도 전체의 9.5%나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조사 대상 자녀의 스마트폰 노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26.4%가 3세에, 23.6%가 1세에 처음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다는 것이다. 응답자 자녀들이 스마트폰에 노출된 평균 연령은 만 2.27세였다. 스마트폰 최초 이용시기와 이용시간의 관계에서도 0세는 33.45분, 1세 32.84분, 2세 29.56분, 3세 34.42분, 4세 28.65분, 5세 24.81분으로 대체로 최초 이용시기가 빠를수록 이용시간도 길게 나타났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영유아의 경우 스마트폰을 아이들이 선택했다기보다는 부모에 의해, 혹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선택한 결과라는 점이다. 영유아의 경우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상황은 대부분 부모의 필요에 의해서이다. 아이가 보채거나 울 때, 혹은 놀이를 찾지 못해 지루해할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해결하려는 것이다. 물론 IT 문화의 발달과 시대 환경에 따라 영유아 교육 방식의 변화를 추구하면서 적극적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하려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몰입 문제를 이야기할 때 먼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과몰입이나 중독을 이야기하기 전에 스마트폰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갖지 않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기술의 중립성을 전제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자체의 문제점을 부각시킴으로써 그러한 이유로 아이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결국 규제에 따른 부정적 결과를 낳을 뿐이다. 

사회적으로 ‘중독’이 과잉 생산되고 있다 

먼저 필자는 ‘중독’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중독’이 과잉 생산되고 있는 담론의 지형을 지적하고자 한다. 현대사회에는 수많은 중독의 요소들이 존재한다. 알코올, 마약, 도박 등이 대표적인 사회적 중독 항목들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문화들도 중독될 가능성이 많다. TV와 운동, 쇼핑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문제는 결과적으로 ‘중독’이라는 비슷한 현상을 보일지라도 그에 대한 사회적, 개인적 대응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전자는 중독의 결과가 개인의 차원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공동체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이 있지만, 후자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머무는 경향이 짙다. 따라서 전자의 중독에 대해서는 법과 제도 등을 통한 사회적 규제가 도입되지만, 후자는 개인적 책임으로 국한시켜서 해결하도록 한다. 개인이나 가족 단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만화나 게임 등의 경우에는 어느 한쪽의 입장이 아니라 중복되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실제로 드러나는 현상을 보게 되면 후자의 측면이 훨씬 강함에도 불구하고 전자의 측면을 부각시키는 입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만화나 게임이 학교폭력의 원인이라는 가설이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의 사례일 뿐 그것만으로 만화나 게임에 대한 일반적 규제를 가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될 수 없다.

 

현대사회에서는 창의성과 다양성이 강조되고 있다. 창의성과 다양성은 규제와 억압이 지배하는 문화에서는 불가능한 요소들이다. 아직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노는 모습을 보게 되면 창의성의 원천을 보게 된다. 최대한 자율적 공간과 시간을 제공했을 때 아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창의적인 과정과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부모나 교사의 통제는 그러한 창의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스마트폰은 일종의 도구에 불과하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지만, 조만간 스마트폰과는 또 다른 기술적 진화의 산물이 등장할 것이다. 당장 스마트폰 과몰입이나 중독을 방지하고 통제하는 데 급급하다 보면, 새로운 기술과 매체가 등장했을 때 또 다시 임시방편의 대책만 가능할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만들도록 해야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삶의 과정에서 스스로 상황에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만들어가도록 돕는 것이다. 그것은 게임이나 스마트폰 등 개별적인 매체나 도구에 대한 규제나 통제의 차원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유로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한 자유를 허락하자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아이들이 스스로 먼저 경험해보고, 생각해보고, 때로는 시행착오도 겪는 과정을 통해 어떤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키워나가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지금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수많은 중독과 과몰입의 위험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낼 수 있는 자율적인 능력을 개발하고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아이들이 스마트폰 과몰입처럼 특정 매체나 도구에 중독되는 과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모를 비롯한 기성세대가 아이들의 일상이 다채로워질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의 배치를 새롭게 조직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것은 결국 부모나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다.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벗어던지기 위해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직접 일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권경우 (문화평론가,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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