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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78호 한국사회에서 알바생, 현장실습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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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1-11 15:34 조회9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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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선생님들이 생각하는게 남자들 알바 해봤자 돈 모이면 오토바이 사고, 오토바이로 돌아다니다가 학교 안 나오고, 집에 안 들어가고, 여자 끼고 다닌다고 안 좋은 쪽으로…… (중략)좋은 의미로 알바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간혹 안좋게 알바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걸 보고 못하게 하는 것 같아요. 진짜 이렇게 힘든데내 친구들은 배달알바를 왜 하나? 다른 좋은 알바도 많은데왜 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하다. 사람취급을 안하고일하는 기계 취급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알바를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해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타당한 적당한 알바를 하는지, 만일 부당하게 임금을 못 받거나 하면 학교가 나서서 받을 수 있게 했으면……. 예를 들어 산재의 경우 학교가 항의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취업을 하거나 진학을 해야 하잖아요. 취업을 할때도 거기에 대응을 할 수 있거나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그걸 하나도 모르니까 가서 새로 배워야 되는 거잖아요. 그전에 선생님들께서 조언이라든가 그런 거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2011년 청소년 배달노동 실태 보고서」 중 면접 사례)

 현장실습 나갔다가 산업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 다시학교로 돌아오고자 고민하고 있는 경우 학교는 학교의 이미지부터 걱정한다. 학생 편에 서서 학생을 지지하고 보호하고감싸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이미지나 경쟁보다는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여사원으로써 성적인 조롱을 받고 있지는 않은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솔직히 어린 나이에 남들보다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한다는 것이 막상 해보니까 쉽지가 않다. 지금도 너무 힘들고사실 그냥 남들처럼 대학부터 갈 것을 그랬나 하는 생각도들지만 그래도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열심히는 하고 있다. 

 첫 번째 회사에서 그만 두겠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을 때내 손을 꼭 붙잡고 “네가 아직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것도아니고, 거기서 나오면 학교 이미지가 뭐가 되겠느냐?” 라던선생님의 말씀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무슨 대우를 받았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잘 들어보지도 않고 그런 말씀을 하신다는 게 참 서러웠다. 학교는 학생들을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학교와의 경쟁이나 이미지만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학교에서 자꾸 취업하라고 하는데 학생들을 취업하게 하려면 학생들이 학교를믿게끔 해줬으면 좋겠다.

(2012년 2월 국회 현장실습 대안토론회「무권리상태의 산업체 현장실습, 대안은 무엇인가?」 중현장실습의 개선을 바라는 현장실습 학생의 답변 일부)

 2000년대 들어 일하는 청소년 노동자의 존재는익숙한 우리의 일상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서비스 산업의 팽창과 노동시장 유연화, 가정경제의 파탄, 청소년 생활양식의 변화와 소비를 위한물적 기반 확보 욕구의 증대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는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들의 미흡한 법지식과 불안정한 고용 형태를악용하여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청소년 단시간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인권문제에대한 사회적 관심도 확대됐다. 청소년 노동자들이법과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당하고 모멸당하는 현실을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사회적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노동자의 인권현실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몇년 간 YMCA, 참여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 사회단체들과 청소년 기관들이 정부의 전면적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으나, 당국의 대책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학교현장에서도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이 거의 전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개별적, 집합적으로 대항하거나 현행 법체계를 활용하여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증가와는 별도로 현장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노동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청소년들의 존재가 꾸준히 있어왔다.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이 실습생이라는 꼬리표에 갇혀 저임금, 장시간, 위험 노동을 강요당해도 찍소리 한번 못 내보고 당하기만 해야 하는 현실, 모욕과 성희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현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학교에서는 “가서 말 잘 듣고참고 일해라.”는 당부와 위로의 말만 전할 뿐이다. 안타깝게도 이들 특성화고 청소년들의 문제는 청소년 아르바이트 문제보다도 더 사회적 조명을 받지 못한 채 잊히고 있다. 불과 얼마 전에도 특성화고 실습생의 안타까운죽음이 몇몇 언론에 의해 보도돼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전남 영광실고 김민재 군이 주당 52시간이 넘는 노동과 10시간 맞교대 노동이라는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런가 하면 1년이 지난 2012년 12월 울산 신항 항만 공사 작업선 전복사고로 전남 순천효산고 실습생이 실종되었다. 2014년 1월에는 CJ제일제당 충북 진천 공장에서 마이스터고 실습생이 사내 괴롭힘과 폭행에 의한 자살 사고가 있었다. 그리고 같은 해 2월에는 울산소재 자동차협력업체 금영ETS공장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실습생 공장 지붕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해마다 위법적 현장 실습이 계속되고, 현장실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과 대처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교육부는시·도교육청 평가와 학교평가에 취업률을 비중 있게 반영하면서,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로 하여금 질 높은 취업보다는 무분별한 취업률 높이기 경쟁만 부추기고 있다. 현 정부는 현장실습 정상화는커녕 일·학습 병행을 강조하면서 현장실습을 2학년 2학기말 조기에 실시하겠다고 하고 있다. 기업체가 현장실습생을 저임금, 초과노동, 심야노동, 유해작업 등 살인적인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동안 교육부, 고용노동부, 교육청, 일선학교는 학생들의 노동인권교육은 외면한 채 교육이란 이름으로 법과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하거나 내 몰고 있다.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어린 학생들이 꿈과 희망, 사랑을 노래하기보다, 가정형편의 어려움 때문에 낮은임금과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다가 병들고 죽었다.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참담한 것은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청소년들의 인식이다. 지난 2004년 말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가 전문계와 인문계 고교 2학년 3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살펴보면, 노동자는 꼭 필요한 존재(35.2%)이나 불쌍하고(33.6%),가난하고(34.7%),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55.3%)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40% 가까운 학생이 장차 노동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노동 혹은 노동자로 불릴 것에 대해 적잖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볼때 40% 가까운 학생이 장차 노동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답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이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는 노동자가 없는 듯하다. 특히 특성화고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있어서노동 직업이란 일종의 차선책, 즉 피할 수 있다면피해야 하는 종류의 것으로 인지되고 있다. 3학년이 되면 진로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로 등장하는데, 취업을 선택한 학생들 중에도 막바지까지 대학과 취업을 놓고 갈등을 한다. 요컨대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있어서 노동 직업은 ‘그들이 선택’하는 것이아니라 ‘선택 당하는 것’이다. 이 아이들이 나중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다. 물론 이 아이들 또한 중·고등학교에서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을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노동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인권에 대해 알리고 가르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초·중·고등학교의 교과과정에는 구체적으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배울 수 있는 교육이 거의 없다. 중등교육을 받고 취업한 경우는 물론이고 대학을졸업하고도 노동자 권리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제대로 된 교과서라면 여러 측면에서 경제문제는물론 노동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기르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과서에는 기업과 소비자만존재하고 노동자는 없다. 곧 노동자가 될 청소년들에게 노동자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노동인권에대한 최소한의 지식 제공도 하고 있지 않다. 교육당국은 물론이고 교사들도 노동인권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였으며, 노동운동 진영도 별다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노동에 관한 내용은 주로 사회과 하위주제로 단편적이고 산발적으로만 취급되었으며, 그 내용 또한 노동교육이라기보다는 반노동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특히 특성화고의 경우 공고는 산업재해나 노동조합 활동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하고, 상고의 경우 성 차별적 직업윤리교육과 함께 노동자라기보다는 경영자의 보조자라는 시각을 갖도록 해 노동자와는 다르다는 잘 못된 우월감을 갖게 하고 있다. 프랑스나 독일 등이 초등학교에서부터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역할놀이를 활용해 단체교섭 훈련을 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프랑스의경우 일반계, 전문계 학생이 공통으로 배우는 시민-법률-사회교육 교과를 통하여, 독일의 경우 일반계 학생은 인간과 정치, 사회의 이해와 행동, 사회 교과를 통하여, 전문계 학생은 시대문제, 함께행동을 통하여 노동인권을 함양할 수 있게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다.

 노동인권을 제대로 배울 기회를 갖지 못했으니청소년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쥐어 짜이고, 임금을떼이고, 부당해고를 당하고, 모멸적인 상황에 놓여도 자기 인권을 지켜낼 힘과 용기가 부족하다. 노동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그리고 왜 그 가치 있는 노동이 현실에서는 참혹한 노동이 될 수밖에 없는가를 알지 못하니 노동은 기피 대상에 불과하다. 앞으로 노동자가 될 이들이 노동자라는 자기 존재를 부정하고 노동자로서의 삶의 이해에 반하는 의식을 지닌 예비 노동자로 길러지고 있다. 노동인권교육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청소년들은 사용자나 업주에 의해 싼값에 노동력을 착취당하기 일쑤다. 그리고 불합리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 채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더욱이 사회가 노동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음으로 인하여 사업주도 노동자의 권리에 무지하거나,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노동권이 보장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자·사용자 모두에게 노동인권교육이 꼭 필요하다. 

 현 상황에서 노동인권교육은 인권조례를 제정(서울, 경기, 광주지역이 학급당 2시간씩 노동인권 교육 실시)하거나,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제공하는 노동인권교육을 받은 지역의 청소년·노동·인권단체 및 학부모단체 활동가들이 교육청 협조(대구, 전북, 강원, 경남, 전남)를 얻어 실시하여야 한다. 학교와 지역 사회에 잔잔한 파장을 가져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교육과정에 거의 없는 노동인권교육을 활성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현실이다.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서도 독일, 프랑스와 같이 정규 과정에 노동인권교육을 체계적으로배치하여 교육시켜야 한다.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은 지금의 참혹한 노동현실이 반복되도록 만든다. 소중한 노동, 차별 없는 노동, 인간다운 노동, 안전한 노동, 건강한 노동, 즐거운 노동을만들어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이 보장하고 있는 최소한의 권리라도 주장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 힘은 바로 노동인권교육으로부터나온다. 청소년들에게 노동조합원을 하다가 정치가가 되는 것도 공부 잘해 서울대가서 정치하는 것 못지않게 훌륭한 길임을 알려줘야 한다. 노동현장은 단순한 저임금의 착취지대가 아닌 다양하고 의미 있는삶의 공간으로 여겨져야 한다.

 노동인권교육이라고 했을 때, 그 교육과정은 단지 노동기준에 관한 법률적 지식을 아는 것만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전반적인 반(反)차별 의식과 권리를 주장하고 확보해낼 수 있는 능력과 인권적 감수성을 함께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주요하게 당면케 되는 인권문제, 특히 청소년과 여성 청소년이 당면하게 되는 노동인권의 주요 내용과 노동인권 침해 시구제 방법 등 노동인권문제를 몸으로 절감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인권을 찾아나갈 수 있는 참여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알기 쉬운 자료들이 개발되어야 한다. 법을 정확히 알고 노동현장에 들어갈 때 인권침해와 좌절이재생산되는 일을 최소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평생을 일하며 살아야 하는 노동자가 될 청소년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아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화장을 잘하고 옷을 예쁘게 입는다고 해서, 술을 잘 마시고 직장 동료들과 잘 어울리고 상사에게 잘 보인다고 해서 차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당한 대우에 맞서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찾고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노동권이 보장된 일터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의 중요성을 아는 것은 노동자로 살아갈 청소년들의 당연한 권리이다.

 

하인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인천비즈니스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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