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마당

학부모신문

Home > 자료마당 > 학부모신문

교육의 공공성 | 284호 배움의 주체로 우뚝 선 아이들, 별량중학교 ‘배움의공동체’

페이지 정보

본부사무처 작성일16-08-03 14:08 조회1,283회 댓글0건

본문

“우리 학교 수업은 일방적으로 교사가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며 배우는 수업입니다.”, “수업에 잘 참여할 수 있어 좋아요.”, “모둠 수업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모르는 것을 친구
에게 물어볼 수 있으니까요.”, “토론과 선생님과의 대화가 자유롭고 잠을 자거나 딴짓을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수업의 참여도가 높습니다.” 모두 순천 별량중학교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이야기
이다. 순천 별량중학교의 수업은 어떤 모습일까? 

순천 별량중학교는 6학급, 전교생 150명으로 순천시 별량면에 있는 소규모 학교이다. 2010년 10월 한국 배움의공동체(이하 배공) 대표인 손우정 교수님을 학교에 초청하여 이틀간의 강의를 듣고 수업에 대한 관점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2011년 전남형 혁신학교인 무지개학교로 지정되었고 전 교실의 책상을 ‘ㄷ자’로 배치하면서 본격적으로 배공을 통한 수업 혁신을 이루고자 하였다. 이는 배공의 철학이 한 명도 소외되지 않는 수업, 개인의 존엄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어떤 조건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자신에 해당하는 최고를 추구하는 탁월성인데, 무지개 학교에서 추구하는 존중과 협력을 바탕으로 서로 소통하며 미래 핵심 역량을 키우는 행복한 학교와 배공 철학이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배공 수업에서 교사는 어떤 내용을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오늘 수업 내용을 아이들이 탐구하
고 토론하고 협력하며 배울 수 있도록 어떤 활동을 만들어 낼 것인가를 고민한다. 즉, 아이들의 활동을 보장하는 수업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교사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보다 아이들이 서로 협동하고 묻고 배우는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교실은 차이로부터 협동하며 서로 배우는
장소이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내 생각과 친구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자기 생각을 만들어간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정답을 말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모든 생각을 수용하여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교실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
고 표현하는 장소여야 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잘났건 못났건 교실은 안전하고 편안하
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따로따로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연결하여 하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수업시간 내내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촉수를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이런 교사의 노력은 혼자서 감당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때문에 교사의 노력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이 동료성 구축이다. 우리 학교는 수요일엔 정규수업이 5교시가 되면 끝난다. 이후 시간은 아이들에겐 꿀처럼 달콤한 시간이다. 교사는 6교시부터 한 반을 남겨 수업을 공개하고 협의회를 진행한다. 공개한 수업은 참관하는 교사에게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배울 거리를 제공하는 교재가 되고, 참관 교사들은 수업에서 이루어진 사실을 근거해 학습자의 관계를 찾아내고 배움의 맥락을 읽어내며 자신의 배움을 만든다. 협의회를 통해 배움이 공유되며 수업에 대한 이야기는 밤늦게까지 계속된다. 아이들의 관계 모습에서부터 아이들이 배우는 양상, 교사의 대응과 역할, 내 수업의 성찰로 이어지는 수업 공개와 수업협의회는 교사들의 고민 지점이 서로 통함을 확인해주고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을 모을 수 있으며 스스로 성장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대상으로만 생각해 왔는데, 배움의 주체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수업이 잘 안
될 때는 아이들을 괘씸하게만 생각했는데, 배공 수업을 하게 되면서는 수업 디자인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의 고민이 더 커지고 깊어진 것이지요.”, “배공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을 더 세심하게 살피게 되니까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는 아이를 그냥 야단치기보다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들여다보게 되요. 28명이 앉아 있는 교실에 28가지의 사연이 존재할 테니까요.” 이는 우리 학교에 부임해 온 선생님들이 배공 수업을 하면서 자신의 변화를 이야기한 것이다.

 

배공 수업에서는 아이들은 대상과의 대화, 타자와의 대화,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배운다고 한다. 4명이 모둠인 아이들은 서로 협력하여 수준 높은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우리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서로 배우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경청을 강조한다. 친구의 말을 끝까지 듣고 그 생각을 인정하면서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질문한다. 먼저 가르치려 하지 않고 질문을 하면 어떤 질문이든지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ㄷ자형 책상 배치는 서로 평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말을 듣기 쉽고, 친구를 향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으며, 모르는 것을 가까운 친구에게 물어볼 수 있는 아이들의 활동을 보장하는 좌석 배치이다. 아이들은 학교생활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수업을 통해 존중과 배려를 배우고 협동과 소통을 몸으로 익히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 한겨레신문에서 별량중 수업 기사 봤어요. 고등학교 와서도 별량중처럼 좋은 수업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기사로 나오네요. 수고하셨어요!” 올해 대학교에 진학한 졸업생이 보낸 문자메시지이다.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 아이들 배움 중심의 수업을 만들기 위해 모둠을 구성하고 활동을 조직했다가 왜 답을 알려주지 않고 우리보고 찾으라고 하느냐는 등 불평도 쏟아졌습니다. 아이들의 협력 관계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학교 전체가 함께 같은 수업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던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근무하다 타학교로 전근가신 선생님께서 우리학교 공개수업에 오셔서 협의회 시간에 한 말씀이다. 

배공은 수업 하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학교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학생만이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교사도 함께 배운다. 사람은 천성적으로 배우려는 욕구가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그 배움을 보장해주니, 혼자 하기는 어려운 것인데 함께 하니 금방 끝나는 일이 아니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순천 별량중학교는 그렇게 새로운 학교 문화를 정착해가고 있다. 즐겁게 배우고 함께 행복한 성장을 이루면서 말이다.
홍천 (순천 별량중학교 교사)

 

*이 기사가 실린 학부모신문을 확인하려면 위 링크를 클릭하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