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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 | 231호 초등 방과후돌봄교실 ‘ , ’ 아이들도 만족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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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10 17:12 조회8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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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 양립과 돌봄교실 

딸 아이가 1학년에 입학했다. 3월 한 달 11시에 끝나는 아이 를 어디에 맡기고, 점심은 어떻게 먹이는가가 일하는 대한민국 엄마들이 겪는 고민 가운데 하나다. 어린이집은 오히려 7시 30 분까지 봐주는데 학교는 11시에 달랑 끝난다니 정말 불합리하 다는 생각을 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학교가 3월부터 급식을 해 주면 좋으련만, 초등 1학년 새내기들 밥 먹이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김치는 젓가락도 안 가져가고, 토마토 먹다 우웩, 생선가시가 목에 걸리기도 하고, 고기는 이빨이 없어 씹기 힘들 다. 이런 엄마들과 교사들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준 것이‘돌 봄교실’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사회적으로 케어하고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부터 늘어난 돌봄교실이 올해 대대적으로 늘어났다. 말이 좋아 일-가정 양립이지 노동도 하고 가사와 육아도 해야 하는 게 여성들의 상황이다. 질 좋은 일자리가 마련되기보다 장시간 저임금 돌봄노동, 감정노동, 단순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저렴한 비정규직으로 전락하여 가정과 사회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거나 다름없다. 그래도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 비율은 50%를 넘지 못한다. 

나도 올해 ‘취학전 교육’을 어린이집에서 하고 나서 엄마들한테 돌봄교실을 입이 닳도록 칭찬한 결과 우리 애 출신 어린이집 아이들이 상당히 많이 돌봄교실에 들어왔다. 입학식이 끝난 다음 날부터 2시간 수업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돌봄교실로 갔다. 이 얼마나 환상인가? 선생님들이 숙제도 봐주고 놀이도 하고 또 점심밥도 먹여준다니! 4시경부터 사설학원에 갈 아이들은 빠져 나가면 되고, 케어 시간을 연장하고 싶으면 5만5천원에서 돈을 더 내면 8시까지 돌봐준다. 안전한 학교에서 그것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선생님들이 다양한 활동으로 교육과 보육을 통합해준다니 정말 좋지 아니한가? 

 

엄마, 돌봄교실 끊어 줘~ 

우리 반 어떤 아이는 3월부터 거기 가는 게 싫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찔찔 짰다. 딸 아이는 3월에 좀 잘 다니는가 싶더니 4월 조금 넘어가자 “엄마 돌봄교실 안 갈래~” 한다. 그래도 교실이나 학교에 애가 어슬렁거리면 일을 못할 것 같아서 “네가 거 기 안 가면 엄마 일 못한다”고 살살 구슬렸다. 그리고는 1시간 정도 늦게 보내거나 했다. 그런데 5월경부터는 눈에 띄게 돌봄 교실에 안 가려고 했다. 이유는 우리 반은 놀이 시간이 없다는 거다. 방과후에 클레이와 컴퓨터 수업을 하는데 그 시간에 아 이들이 놀이방에 갔다 와서 자기는 못 간다는 거다. 그래서 일주일에 1~2번 정도는 돌봄교실을 안 보내고 놀이터에서 놀거나 학교 도서실을 보냈다. 

그런데 6~7월부터는 돌봄교실을 아예 끊어 달라고 성화다. 몇 가지 이유를 더 들었는데 “만날 공부만 하고 쉬는 시간이 없다”는 거다. 학교 놀이터를 코앞에 두고도 마음대로 가지도 못하고, 도서관에서 권장도서를 빌리려고 하면 4시가 넘어 대 출 마감 시간이 된다는 거다. 도서관 선생님과도 이 문제에 대 해서 상의를 했으나 돌봄교실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뾰족한 수 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 반에서 돌봄교실을 보내는 학부모님들 과도 도서관 이용 문제를 이야기해 보았으나 마찬가지 푸념(기 껏 반납하려고 무겁게 들고 왔는데 도서관 대출 마감으로 연 체되는 경우도 있다고~)이었다. 그래도 “엄마는 연수나 출장도 가야하고 회의도 해야 하는데 여름방학 때까지 잘 참아봐”하 며 설득했다. 그리고 여름방학 때에는 내가 연수에 갈 때에만 며칠 맡기기만 했다. 


돌봄교실에 대한 점검 필요 

돌봄교실을 두고 아이와 벌인 씨름을 2학기가 되니 다른 어머님들도 공감하기 시작했다. 물론 초기에는 적응 못했지만 서 서히 어른이 데리러 올 때까지는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잘 다니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거기서 하는 숙제나 활동들을 좋아한다. 적응이 안 되는 아이들의 공통점 을 보니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었다. 이 학생들은 돌봄교실에 가지 않으려고 수업이 끝나고 운동장을 어슬렁거리거나 놀이터를 선망의 눈길로 바라본다. 우리 애처 럼 돌봄교실을 과감하게 끊을 수 없는 처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아이들 어머님들에게는 1주일에 하루 ‘안 가는 날’을 권해 드렸다. 그랬더니 3명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어울려서 놀이 터나 운동장에서 놀거나 도서관에 가기도 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야심차게 운영된 돌봄교실이 어떠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에 대한 학부모들의 심도 깊은 의견이 나(학부모님들의 만족도는 실제로도 매우 높다) 실제로 거기서 반나절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은 괜찮은 것인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는 돌봄교실 선생님들이 교육을 못 한다는 이야기 가 아니다. ‘어떤’ 아이들은 1~3학년이 모여 있는 돌봄교실에서 교실 수업과 비슷한 수업을 들어야 하고, 단체생활을 해야 하고, 다양한 활동을 다 마쳐야 하는 부담과 스트레스를 못 견딘 다는 것이다. 10살 이하의 아이들이 하루 종일 규율이 강한 학 교 교실에서 버텨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 입장에서의 ‘돌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진희(서울 영일초 교사 / 초등 1학년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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