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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QA | 228호 경주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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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17 17:08 조회7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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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유난히더웠다. 더 무더운 날이 지속되던 즈음인 지난 7월말과 8월초 3박4일간 경주를 다녀온 일이 새삼 생각난다. 초등5학년생인 둘째 녀석이 학교 축구부에 소속돼 있어 이른바 화랑대기전국유소년축구대회에 참가했기 때문에 나와 중학교 3년생인 큰 아들, 그리고 남편은 작은 녀석 응원 차 올해 계획에도 없던 경주 나들이를 했던 것이다.

경주에 머무는 동안 기온이 무려 섭씨 40도에 가까운날이 계속됐다. 방송을 들어보니‘폭염 주의보’정도가아니라‘폭염 경보’가 내려졌다고 했다.

정말이지 오후에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시간대에 치르는 둘째 녀석 경기를 보고 있으면 머리가 띵한 것이 두통을 느낄 정도였다.그래도 더운 날씨에 선수로 뛰는 아들을 생각하며 고래고래 응원을 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라니……. 대구나경주가 분지여서 기온이 유난히 높다는 것을 이번에 제대로 피부로 느꼈지만 다니기 좋아하는 우리들은 이도아랑곳 하지 않고 축구경기와 유적지 탐방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느라 여행 내내 땀을 뻘뻘 흘렸다.

둘째 녀석이 경기를 뛰지 않는 시간대에는 불국사 등관광명소를 둘러봤다. 불국사의 경우 1994년 결혼 이후첫 애가 젖 먹이 때에 한번 둘러봤는데 그때와 달라진 것이라곤 없었지만 훌쩍 커서 중학교 3년생이 된 큰 애를데리고 불국사에 들러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둘째로 생각나는 곳은 골굴사.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된 사찰인데 이 절은 불국사 창건시점보다 200년 전에세워진 곳으로 인도 스님이 신라를 방문해서 인도식으로지었다고 한다. 이곳의 절경은 높은 산 위 절벽에 있는바위에 조각해 놓은 부처님인데, 그 부처님 앞에는 사람서너 명이 서 있기에도 비좁을 만큼 좁았다.

 

 남편과 큰녀석과 함께 그 공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햇볕이 워낙강렬한 탓도 있었겠지만 나는 오금이 절여와 2~3분도머물지 못하고 힘들게 올라온 길을 내려 와야 했다. 그런상황인데도 한 젊은 수도승이 끊임없이 절벽 앞에서 목탁을 치며 수행하는 모습을 보니 엄숙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 젊은 수도승의 마음속에 어떤 번뇌가 있을까,떤 번뇌 길래 이런‘극단’의 수행을 하는 것일까 하는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물어볼 수도 없는 법, 비좁은 그공간이 무서워 재빨리(?) 내려왔다.

 

골굴사 구경을 한 뒤에 감은사지로 가던 도중 시골 5일장이 선 곳이 보였다. 큰 애 모자가 필요했는데 옳다싶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결국 밀짚모자를 발견했다.3천 원에 사서 큰 애에게 씌웠더니 싼값에 좋은 물건을샀다고 좋아라한다.


남편은 풀빵 아줌마에게 다가가서는경상도 출신이 아니랄까봐 사투리를 팍팍 쓰며 말을 걸더니 덤까지 푸짐하게 얹어 풀빵을 사오는 쾌거를 올리며“이기 바로 깅상도 인심인기라!”하며 신나한다. 서울촌년인 나와 아들은 남편이 이끄는대로 시골 장터를 한바퀴 돌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경주와 같은 고도에 오면 나는 늘 길재 선생의 시조 가운데‘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구절이 떠오른다. 영원할 수 없는 사람살이의 변무쌍함이 가슴으로느껴지며 무욕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3박4일의 짧은 경주여행에서, 둘째 녀석의 축구팀은 이번 전국대회에서 변변찮은 성적을 내고 내년을 위해 다시한 번 파이팅 했고, 우리 일행은 너무 더운 날씨 탓에 많은곳을 보지는 못했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훗날좋은 추억이 될 것이란 생각을 위안 삼으며 여행을 마쳤다.

 

                                                                                                            권희재(13기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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