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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참여 | 228호 군말산책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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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17 17:39 조회7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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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말

공휴일 아침부터 아내와 말다툼을했다. 사소한 불만들이 불거져서 누가잘 했니 못 했니 티격태격하다가 그만큰소리까지 낸 것이다.
그러니까 아내도 덩달아 별 것도 아닌데 큰 소리 낸다며 콧바람 씽씽 불면서 집을 나갔다. 나도 그때는 심술이난 상태라 말리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없는 집은 너무 허전했다. 둘이 다투던열기가 식어 가면서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
 

서재를 나와서 안방으로 들어갔다.방바닥에 아내 옷가지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것을 주우려고 몸을 구부리는데 경대에 내 모습이 비쳤다. 외롭고쓸쓸하고 못난 얼굴이 나를 쳐다보고있었다. 어째서 심술스럽고 고집불통으로만 보여서 서글펐다.

경대는 신혼 때 내가 아내에게 선물한 것이다. 직장 동료들에게 자문까지 받아서 사온 것인데 아내도 만족하며 줄곧 사용하던 것이다. 그런데 그경대가 이제 많이 낡아 있었다. 연결고리는 부러졌고 기미, 검버섯이 잔뜩 끼어 있었다.

강력본드를 찾아서 부러진 연결고리를 붙였더니 튼튼해지고 잘 돌아간다.해묵은 손때를 물수건으로 살살 닦아냈다. 그리고 기미, 검버섯 따위들도 벗겨냈다.

그러니까 거울에서 아내의 붉은 입술이 솟아나올 것만 같았다. 노을빛 볼터치 얼굴이 미소 짓고 에코벨라 향수허브 내음새가 새어 나오는 것만 같았다.

 

입김을 호호 불면서 경대를 닦으니까 잔뜩 굳어 있던 내 얼굴이 환해진다. 심술궂던 바람도 잔잔하다.


                                                                            최기종(목포지회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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