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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 227호 체벌, 미래를 가로막는 오래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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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29 17:00 조회8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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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면 이명박 정권의 집권 전반기를 지나게 된다. 정권이 바뀐다는 것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정말
아찔하게 느끼게 해준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열심히 지방 선거에 힘을 모았고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서울에서 진보 교육감의 당선은 교육운동 진영과 많은 시민들의 열망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역
사적 성취다. 그러나 선거의 승리는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열망하고 주
장했던 수많은 교육 문제들을 책임지고 변화시켜야 하는 무거운 책임이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모두
가 긴 호흡으로 자기 성찰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체벌금지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시교육청, 체벌 전면 금지 발표에 보수 세력 반발

 서울 한 초등학교의 일명‘오장풍’교사 폭력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자 이를 계기 삼아 서울
시교육청이 2학기부터 모든 학교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진보 교육감과 대립각을 세우려 준비하고 있었던 조중동이 중심이 되고 일부 교원₩학부모 단체까지 합세한 소위 보수(?) 세력이 일제히 서울시교육청의 조치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너무 익숙해 더 이야기할 것이 있을까 하는 식상함까지 있는 체벌 관련 찬반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번에는 이 논의가 또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먼저 생겼지만 진보 교육감 시대, 흉내만 내는 정책이 아닌 구체적 현실 변화를 통한 역사적 진보를 이뤄내야 하는 우리로서는 진정성을 가지고 사회적 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고 사회적 통념과 상식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가지고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보수 세력의 체벌 찬성 논리에 대한 답

 먼저 서울시교육청의 체발금지 조치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대, 비판 논리를 하나씩 되짚어 보자.
  첫 번째 비판 논리는‘현실론’이다. 소위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개성이 강하고 조금은 버릇이 없는, 때로는 막무가내인 아이들과 전쟁을 벌이듯 생활하고 있는 현실에서 체벌을 금지하면 정상적인 교육활동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교사이고 지금 학교에서 교사들이 얼마나 힘겹게 학생들과 생활하고 있는지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 현실이 정말 요즈음의 상황을 말하는 것일까? 98년 체벌에 대한 원칙적 금지를 발표했던 교육부가 2002년 공교육내실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체벌 허용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내세웠던 논리가 바로 현실론이다. 10년이 지나도 반복되고 있는 현실론, 체벌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이고 진지한 접근보다는‘교사’가 아닌 당신들이 학교 현장에 대해 뭘 아느냐는 사회에 대한 윽박지름으로 느껴진다면 좀 과도한 반응일까? 차라리 현실론을 좀 비틀어 오래된 현실이 아닌 미래를 지향하는 현실을 이야기하면 어떨까? 현재 학교 교육의 혼란함은 무엇 때문일까? 교사, 학생 어느 누구도 지금 현재 학교 현장의 어지러운 현실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텐데… 뭐가 바뀌어야 할까? 혼란함을 극복하고 학생 교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비판 논리는 체벌 금지 여부는 각 학교의 교사, 학생,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이지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 획일적으로 지시할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교육부의 일관된 원칙인 자율적 결정이라는 말은 말 자체가 가지는 힘이 있다. 그러나 조건과 결부되지 않는 자율적 결정은 사기에 가깝다. 학교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는 수평적 권리 관계에 있는 구성원들이 아니다. 교장, 교감과 교사,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는 철저히 수직적 위계 관계 속에 있다. 수직적 위계 속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정하는 상황, 결론은 정해져 있고 약자라고 느끼는 집단들에게 자율적 결정은 변하지 않는 현실을 의미할 뿐이다. 또한 자율적 결정은 교육 당국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교육부 혹은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와 개별 학교 차원에서 결정한 문제를 구별하지 못하는 무차별적인‘자율적 결정’은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주범 역할을 하고 있다. 2005년 두발 자유화를 외치며 거리로 나온 학생들의 NO CUT 운동을 기억할 것이다. 그 때 교육부는 학교별로 학교 구성원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두발 관련 규정을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바뀐 현실이 있는가? 학교에서 두발 문제와 관련된 갈등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우리의 현실이다. 대만에서는 2005년 8월 31일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완전한 두발 자유화 조치를 시행했다!!

 세 번째 비판 논리는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조치가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 해석과 관련해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교육부는 초중등 교육법 18조 1항, 시행령 31조 7항을 들어 98년 체벌 금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법 조항의 개정 없이 2002년에는 체벌 허용을 이야기했다. 교육부가 법 해석과 관련한 논쟁의 당사자인 것이다. 또 2002년 9월 국가인권위는 체벌 금지 원칙을 분명히 하고 이를 위해 관련 법 조항을 개정 하라는 권고를 교육부에 한다. 교육부는 이러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체벌 관련한 소모적인 사회적 논란을 연장시킨 주범이 바로 교육부라는 것이다. 또 국가인권위의 권고안을 무시한 교육부의 직무유기(?)가 상위법 위반 운운하는 비판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이 밖에도 2~3시간 만에 급조되었다느니 하는 몇 가지 부차적인 비판이 있지만 틀린 사실 관계에 기반한 비판까지 일일이 답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학교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어야

 체벌 관련한 논란을 통해 진보 교육감을 공격하고 자기 세력의 결집을 꾀하려는 보수(?) 세력의 의도와 상관없이 민주교육운동 진영에서는 체벌 문제를 단순찬반 논쟁을 넘어선 오래된 현실과 미래를 향한 현실의 생산적 논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체벌에 대한 사회적 논의 수준을 수십 년 간 붙들어 놓고 있는 후진성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체벌 금지의 당위성에 대해 한 수 가르치는 우월함(?)이 아닌 체벌과 상관없이 학생 교사가 상호 존중과 신뢰 속에서 행복하게 생활하는 학교를 실현할 수 있는 학교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학생 인권 조례도 만들고 학교생활 규정도 만들고 문화예술 교육도 활성화하고…….
 꼬리와 몸통을 구별 못하는 소모적 논쟁, 이제 종지부를 찍자. 아니 이미 체벌 금지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입장 표명으로 논쟁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래서 난 진보 교육감 시대가 행복하다.

                                                           김영삼(성동글로벌경영고 교사, 우리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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